◇꼬막이 제철을 맞았다. 이 무렵부터 전남 벌교(보성)을 찾으면 다양한 꼬막요리를 맛볼 수 있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쫄깃한 꼬막이다. 지금 전라남도 벌교에는 꼬막 시즌이 활짝 열렸다. 지난 주말에는 이를 알리는 꼬막축제도 열렸다. 꼬막은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가 제철인데, 산란 후 살이 통통하게 차오르는 겨울철에 가장 맛있다.
미식의 본향, 남도에서도 늦가을-겨울철 별미거리로 벌교 꼬막을 으뜸으로 친다. 조개 맛이 거개가 비슷할 것이라고 치부하겠지만 꼬막 맛은 또 다르다. 짭짤 쫄깃한 게 감칠맛이 있어서 한 번 맛을 보면 다시 찾게 된다. 꼬막은 예로부터 내력 있는 음식이다. 우리 조상들은 꼬막을 즐겨 먹었는데, 조선시대 어류학서 '우해이어보'에서는 꼬막을 골의 모양이 기왓골을 닮았다고 해서 '와농자(瓦壟子)'라 불렀고,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살이 노랗고 맛이 달다'고 적었다. '동국여지승람'에서도 전라도의 특산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쯤 되다보니 꼬막은 수라상 8진미에도 꼽혔을 만큼 그 맛을 인정받았다.
특별히 벌교 꼬막이 유명한데는 이유가 있다. 꼬막이 자생하는 뻘밭이 다르기 때문이다. 벌교 여자만은 뻘이 곱기로 유명하다. 당장 머드팩을 할 수 있을 만큼 찰지고 부드럽다. 뻘의 평균 깊이도 15m에 이를 만큼 아주 깊다. 따라서 미네랄이 풍부한 이곳 뻘밭에서 자생하는 참꼬막은 여느 지방산에 비해 그 맛과 질이 좋다.
꼬막도 종류가 나뉜다. 대략 참꼬막, 세꼬막, 피조개 등이 우리가 맛보는 것들이다. 그중 참꼬막은 껍데기의 골이 깊고 털이 없다. 육질 또한 쫄깃하다. 반면 세꼬막은 껍데기 골이 가늘고 잔털이 나있다. 벌교에서는 여자만 장도 일대 등 갯벌 750ha에서 연간 3000여 톤 이상의 참꼬막이 채취된다. 전국 참꼬막 생산량의 60~70%에 이르는 수량이다.
벌교 여자만 장도와 장암리, 대포리 일대에서는 해질녘 뻘배를 타고 귀환하는 아낙들의 행렬을 만날 수 있다. 그 모습이 서정적이기도 하지만 얼음장같이 차가운 뻘밭에서 종일토록 땀 흘리고 돌아오는 '어머니'의 고단한 삶에 다름없고 보니 절로 코끝이 찡해진다. 뻘에서는 발이 쉽게 빠진다. 때문에 긴 나무판을 이용해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뻘배라고 부른다. 꼬막 채취에 나선 아낙들은 살을 에는 듯 한 바닷바람에 맞서 뻘배에 몸을 실은 뒤 한쪽 발로 박차며 갯벌로 나아가고 돌아온다.
꼬막은 제철이라고 해서 늘 채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달에 두어 차례, 5~6일씩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때를 골라 뻘 밑 5㎝ 정도에서 4~5년씩 자란 것들을 캐낸다. 큼지막한 빗처럼 생긴 도구로 연신 뻘바닥을 들춰대면 맛난 꼬막이 이내 광주리 가득 채워진다. 워낙 숙달된 이들이라 손쉬워 보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뻘밭에서 몸조차 가누기가 쉽지 않다.
꼬막 요리를 산지 벌교에서는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우선 데침이 기본이다. 미식가들은 꼬막을 살짝 데친 짭조름한 통꼬막을 제일로 친다. 꼬막 특유의 육즙이 살아 있기 때문인데, 데치는 것이 비법이다. 너무 오래 삶으면 육즙이 다 사라지고 꼬막 육질도 질겨져 맛이 덜하게 된다. 생꼬막을 막걸리식초에 야채와 함께 발갛게 버무려낸 새콤 달콤 회무침도 맛있다. 또 밥반찬으로 훌륭한 양념꼬막, 된장을 풀어 끓여낸 꼬막탕도 국물 맛이 시원하다. 고소한 전으로 부쳐낸
꼬막전도 별미다. 한결 같이 소주 한 잔, 막걸리 한 사발을 부르는 안주들이다.
꼬막 별미를 상에 올리는 전문집이 벌교 읍내에는 여러 곳 있다. 아무 집이나 들어가도 맛의 품질이 비슷하다. 이들 전문식당에서 꼬막정식을 주문하면 통꼬막, 양념꼬막, 꼬막탕, 꼬막회무침, 꼬막전 등 다섯 가지 꼬막 요리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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