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서정 속에 빛나는 세계유산을 체험할 만한 곳이 있다. 줄타기와 남사당의 고장, 경기도 안성이다. 우리의 인류무형유산 중 하나인 줄타기는 음악 반주에 맞춰 줄타기 곡예사와 바닥에 있는 어릿광대가 서로 재담을 주고받는 한국의 전통 공연예술이다. 사진은 안성 남사당 공연장의 즐타기 공연 모습.<사진= 한국노인종합복지관 제공>
10월의 끝자락, 이제 서울 등 수도권 도심에도 가을색이 곱게 내려앉았다. 이 무렵 농익은 만추의 서정 속에 빛나는 세계유산을 체험할 만한 곳이 있다. 줄타기와 남사당의 고장, 경기도 안성이다. 우리의 인류무형유산 중 하나인 줄타기는 음악 반주에 맞춰 줄타기 곡예사와 바닥에 있는 어릿광대가 서로 재담을 주고받는 한국의 전통 공연예술이다.
특히 줄타기는 공연자와 관객 모두에게 내면의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놀이판이다. 단순 구경꾼-시연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소통의 희열을 맛보는 것이다. 줄타기 곡예사인 줄광대와 어릿광대의 자유분방한 대화와 동작을 수용하고 이에 동화됨으로써 흥미진진한 공연 속에서 일상의 무게도 함께 털어낸다. 줄타기는 한국의 전통음악과 동작, 상징적인 표현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공연예술로 인간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유산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내면의 자유를 누리게 해주는 전통 공연예술 '줄타기'
우리의 전통 공연예술인 줄타기는 공중에 매단 줄 위에서 노래와 춤, 아찔한 곡예를 벌이며 재담을 늘어놓는 한 판의 흥겨운 놀이마당이다. 주로 단오, 추석 등 명절에 판을 벌이기도 했지만 대갓집 초청 공연이나 장마당 등에서도 수시로 그 무대가 펼쳐졌다.
줄타기는 줄 위를 마치 얼음지치듯 미끄러지며 나가는 재주라고 해서 '어름' 또는 '줄얼음타기'라고도 불렀다. 숨 막히는 기예 이상으로 세상을 풍자하는 재미난 이야기와 발림을 섞은 재담 또한 관객들의 귀를 솔깃하게 해서 더 인기를 끌었다.
줄타기는 곡예사 혼자만의 공연이 아니다. 줄 위를 걷는 줄광대의 기예를 비롯해 곡예와 재담에 반주를 하는 삼현육각재비, 그리고 줄광대와 대화 상대가 되어 재담을 받아주는 어릿광대가 함께 벌이는 흥겨운 공연물이다. 그중 삼현육각재비는 줄 밑 한편에 한 줄로 앉아서 장구, 피리, 해금 등으로 광대의 동작에 맞춰 즉흥 연주로 흥을 돋웠다. 마음 졸이며 줄광대의 묘기에 몰입하는 중간 중간 노래와 춤, 재담을 섞어 버무렸는데, 줄타기가 단순 재주 이상의 종합예술로 평가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줄타기는 대개 공연의 안전을 기원하는 '줄고사'로 시작한다. 이후 숨 막히는 줄타기 기예를 선보임으로써 관객의 극적인 긴장을 유도하고 '중놀이', '왈자놀이' 등으로 놀음판의 긴장을 풀어주며 흥미를 유도한다. 줄광대가 타락한 양반이나 파계승을 풍자한 소재로 재담을 늘어놓거나 꼽추짓 등의 모자란 행동을 선보이면 이를 어릿광대가 받아치며 극적 재미를 더했다. 이후 다시 더 고난도의 기예로 관객을 몰입시키고 다시 살판을 통해 긴장을 해소시킨 후 공연을 끝내는 식이었다. 한마디로 줄놀이판에 모인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하며 판을 이끌었던 것이다.
우리의 전통 줄타기가 외국의 것과 다른 점은 공연자와 관객간의 소통이다. 기예로 일방적인 재미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줄광대와 어릿광대 사이에 대화를 이어 가며 관객과 끊임없이 양방향 소통을 한다는 점이 서양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줄광대도, 줄놀음판에 모인 대중들도 모두 내면의 자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점을 인정받아 한국의 전통줄타기는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 되었다.
한편 우리 전통 줄타기 유산은 고려시대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시대에는 주요 연희로써 활발히 성행됐다.
조선중기 실학자 이익(1681~1763)의 '성호사설'에서도 줄타기공연이 언급 되어 있다.
-요즈음에는 마주 서서 춤을 추고, 더러는 능란하게 몸을 뒤집어서 재주를 넘고, 손으로 해금을 켠다. 줄이 흔들리거나 쳐져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니 교묘하기 짝이 없다. -
실학자 박제가(1750~1805)도 '정유집'에서 18세기 후반의 줄 타는 모습을 소개했다.
-문득 천천히 걸어 큰 길을 지나노라니 왁자지껄 너니 나니 떠드는 소리 들리누나. 팔고 사는 일이 끝나 놀이판을 청하자 배우들 복색 놀랍고도 괴상하다. 우리네 줄 타는 재간 천하에 다시없어 줄 타고 벌이는 공중 잽이 거미인 듯싶다.-
우리의 줄타기는 현재 국가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김대균이 보유자로 전승하고 있으며 그를 중심으로 1991년에 줄타기 보존회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줄타기& 남사당공연, 안성에서 체험할 수 있다
줄타기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안성맞춤랜드 남사당공연장에서 관람, 체험할 수 있다. 남사당은 조선 후기 장터와 마을을 다니며 춤과 노래, 곡예를 선보였던 풍물단이다. 경기도 안성의 남사당패가 효시 격으로 서운면 청룡사를 근거로 전국을 누비며 활약했다. 특히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의 명성이 자자해 흥선대원군마저도 경복궁 중건 일꾼 격려차 안성남사당패를 불러 들였을 정도다.
남사당놀이는 풍물과 인형극, 버나, 줄타기 등 묘기와 재미가 한 가득이다. 민속 인형극 '덜미'를 비롯해 접시돌리기 '버나', 네 명의 재주꾼이 두 명씩 짝을 이뤄 경쟁하듯 재주를 넘는 '살판', 줄타기에 재담을 얹은 '어름', 탈춤놀이 '덧뵈기' 등 다양한 기예를 선보인다. 안성남사당 상설공연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2시에 만날 수 있다. 안성맞춤랜드에는 안성남사당 공연 이외에도 공예문화센터, 사계절 썰매장, 오토캠핑장, 천문과학관 등을 갖추고 있다.
◆군산시 금강노인복지관 어르신과 다문화가정 아동, "Let's Go!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 '줄타기' 안성맞춤랜드 탐방
GKL사회공헌재단(이사장 이덕주)이 후원하는 'GKL 사회공헌재단과 함께 만나는 UNESCO 세계문화유산 탐방 6' '줄타기'편이 지난 8~9일 1박2일의 일정으로 경기도 안성시 안성맞춤랜드와 너구리굴문화마을 일원에서 진행됐다.
군산시 금강노인복지관 어르신과 다문화가정 아동 등 30명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세계유산 중 하나인 '줄타기'를 체험-관람하기 위해 경기도 안성으로 무형문화유산 탐방에 나선 것. 금번 탐방 프로그램은 1·3세대가 함께하여 문화적 소외감을 극복하고 노인과 아동-청소년의 세대 간 교류 확장을 통한 '세대공감'을 이끌어내는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본격 세계인류무형문화탐방에 앞서 어르신과 아동은 사전모임으로 친밀감 형성을 위한 친교의 시간을 가졌고, 우리나라 무형문화재인 줄타기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는 배움의 시간도 가졌다.
경기도 안성에는 우리의 전통공연예술인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이자,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줄타기를 전승 보전하기 위해 안성맞춤랜드에 상설 공연장을 갖추고 남사당놀이를 선보이며 내방객을 맞고 있다.
탐방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의 공연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무대로, 2시간이 넘는 공연시간이 금세 지나갈 정도였다. 그 중 아찔한 줄타기 공연은 최고 인기였다. 공연 마지막에는 관람객도 무대에 나와 남사당바우덕이와 함께 즐기는 시간과 기념사진촬영 기회도 가졌다.
안성맞춤천문과학관 2층 4D상영관도 찾았다. 4D영상프로그램을 관람한 후 1층 관측실에서 태양 흑점과 홍염관측도 했다. 이후 안성맞춤랜드 내 수변공원에서 가을날의 여유도 즐겼다. 너구리굴문화마을을 찾아서는 가죽공예체험활동시간도 가졌다.
금번 세계무형유산 줄타기 탐방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1박 2일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아이들과 함께 좋은 여행을 즐겼다"면서 "좋은 건 나눌수록 좋다는 말이 있듯이 이런 기회가 또 있다면 지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탐방에 참석한 한 아동도 "부모님이 바쁘고 여행 갈 형편이 안 되어 이런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할머니-할아버지들과 함께 하니 더 즐거웠다"면서 "책에서만 보던 무형문화제(줄타기-남사당놀이)가 생소하기만 했는데 직접 보니 재밌고 좋았다"고 흡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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