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이동통신사-국내은행, 밀월 뜨거워…통신사 고객 대상 적금상품 '대박'
기사입력| 2019-11-25 15:22:59
이동통신사와 국내 은행이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특정 통신사의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통신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 등을 적극 발굴하고 있는 것. 은행과 통신사의 결합은 고객유치라는 측면에서 양쪽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은행과 손을 잡아 가장 먼저 재미를 본 통신사는 SK텔레콤. 25일 SK텔레콤에 따르면 '티 하이파이브(T high5)' 적금 1·2의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티 하이파이브 시즌 1 상품은 SK텔레콤이 지난 5월 28일 DGB대구은행, 핀테크 전문기업인 핀크와 함께 내놓은 적금으로, 최고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고금리 상품이다. 또 SK텔레콤은 지난달 30일에는 KDB산업은행, 핀크와 함께 '티 하이파이브' 시즌 2 상품인 'KDB x T high5' 적금을 선보였다.
특히 DGB대구은행과 공동으로 출시한 T high5 시즌1 상품은 현재까지 약 9만명이 가입했고, KDB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출시한 시즌 2 상품은 1만명이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상품 모두 SK텔레콤 고객이라면 기본 4% 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5만원 이상 요금제를 사용하거나 핀크앱에서 개설한 산업은행 계좌로 통신비 자동이체를 설정한 고객에게는 추가로 우대금리 1%를 제공, 최대 5%의 금리를 제공한다.
'티 하이파이브' 적금 시리즈 가입자의 65%가 2030 연령대 고객인 것으로 조사됐다.
티 하이파이브 시즌1 상품의 월 최대 납입액은 15만원이고, 시즌2 상품의 월 최대 납입액은 20만원이다. 두 상품 모두 중복해서 가입할 수 있다.
SK텔레콤 측은 "티 하이파이브 적금 가입자는 다른 적금 상품과 비교할 때 2∼3배 높은 가입률을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시즌1 상품의 경우 거대 통신사와의 협업을 하면서 지방 은행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9월 23일 웰컴저축은행과 제휴해 출시한 'U+웰컴투에이트(8)적금' 역시 인기를 끌었다. 이 상품은 현재 2만명 모집을 마친 뒤 상품 판매를 마친 상태다.
이 상품은 가입 시 2.5% 금리를, 웰컴저축은행 예·적금 첫 거래 시 1.5%, 입출금통장 6회 이상 자동이체 납입 시 2%를 추가로 제공한다. 또 만기 해지 시 만기 축하금으로 2% 금리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 이를 모두 합하면 최대 연 8%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LG유플러스는 4주 동안 매주 월요일부터 5000명씩 고객을 모집했으며, 매주 조기마감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특히 은행 등 1금융권과 주로 협업을 해 온 통신사가 저축은행과 손잡고 고금리 적금 상품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밖에 KT는 부산은행과 연계해 KT 신규 가입 고객에게 대출 금리를 0.2% 깎아주는, 자영업자를 위한 '소호 프리미엄 대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동통신사와 은행의 어깨동무는 적금·대출 상품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통신사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신분증(DID)' 사업이나 통신사가 보유한 빅테이터를 활용해 기존에 없던 디지털 혁신 서비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7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와 블록체인 기반 DID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DID는 고객들도 스마트폰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다니면서 은행의 중앙서버를 거치지 않고서도 언제 어디서나 신원증명을 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인증방식으로, 이르면 내년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고객이 직접 신원증명을 할 수 있게 된다.
통신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도 대표적인 협업의 산물이다. 은행과 거래 내역이 없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에 대해 통신비 납부 내역, 소액결제 내역, 휴대폰 기기 정보 등을 활용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 밖에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티맵을 이용한 교통 정보 서비스도 협업의 하나로 꼽힌다. 은행의 영업점별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점포를 알려주는 식이다.
이처럼 이동통신사와 은행의 밀월 관계가 갈수록 뜨거워 지는 이유는 서로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장기 이용 고객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최소 1년 이상 돈을 부어야 만기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과 연계한 통신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또 은행 입장에서도 통신사를 통해 유입되는 신규 고객를 확보할 수 있고, 정보기술 기반의 금융서비스인 핀테크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통신은 생활 패턴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은행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다. 따라서 통신사와 금융권의 협업 관계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며 "특히 은행마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통신사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상품'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