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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업계, '풍요로운 한가위' 볼멘 소리 왜?
기사입력| 2017-09-29 08:25:40
황금연휴로 '한가위만 같아야 할' 면세점업계가 여전히 울상이다.
지난 8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1억7904만달러(약 1조3400억원)로 전달인 7월 9억8255만달러보다 약 20% 증가해, 월별 매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동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이용객이 급감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면세점업계는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반짝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업계의 우울함은 가시지 않고 있다. 외형적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중국의 일반 관광객인 '유커'가 아닌 일종의 '구매대행 전문업체'인 중국 보따리상의 구매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7일 발표된 정부의 1차 제도 개선안이 당초 업계에서 기대했던 특허수수료와 특허 기간 관련 현안을 하나도 담지 않는 등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 "반짝 매출은 보따리상 착시현상"…위기의식 여전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면세점 업계의 위기의식은 여전하다. 1등 업체인 롯데면세점의 올 2분기 적자가 300억원에 육박하고, 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주 고객층으로 했던 중소면세점들의 상황은 더 어렵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의 제주공항 철수가 올해 말로 예정돼 있는가 하면, 평택항 하나면세점이 30일 폐업하는 등 업계 전체가 '만신창이'가 됐다.
황금연휴를 앞두고 매출이 늘어나는 것도 면세점들이 대대적 할인행사와 쿠폰 발행을 통해서 '제살 깎아먹기'식 영업도 불사한 덕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의 중추절·국경절 특수를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10월 매출에 대해서도 오히려 우려가 앞선다. 지난달 매출 회복 역시 유커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에서, '따이공'으로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들에 의한 '착시현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면세점 매출 1인당 객단가를 살펴보면, 내국인은 약 12만4000원인 반면, 외국인은 약 85만2000원으로 7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 8월 외국인 매출은 2월과 비슷하지만 방문객수는 27% 감소했다는 점에서, 보따리상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보따리상들에겐 가격할인과 함께 알선수수료가 아닌 다른 명목의 수수료 등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보따리상들의 대량 구매는 할인이 많이 들어가게 돼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브랜드들과의 계약 문제와 재고 처리 등을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중국 보따리상들의 한국 상품 수급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쇼핑 관광에 대한 욕구마저 사라져버리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화장품 업체에서는 '왜곡된 유통 경로 차단'을 위해 구매 수량 제한에 나서기도 했다.
▶내년으로 미뤄진 '실질 대책'…업계 '실망'
정부의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7일 면세점 특허 발급을 심사하는 특허심사위원회를 모두 민간위원으로 꾸리고, 위원 명단과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1차 개선안을 확정 발표했다. 지난 정권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시 '비선 실세' 최순실씨 개입 논란 등을 의식해, '깜깜이 심사'·'밀실 행정'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민적 불신을 떨쳐내기 위해서다.
이번 제도개선안은 12월 31일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부터 적용된다. 또한 TF는 근본적으로 현행 사업자 선정방식인 특허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경매제·등록제 등도 고려해보기로 하고 최종 개선안은 내년 6∼7월께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적자 누적 등으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면세점 업계는 "심사기준 강화 등 투명성·공정성 제고 방침은 환영하지만, 어려운 업계에 대한 구제책 등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다. 지난 25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드로 피해를 본 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공언해 기대에 부풀어 있다 김이 빠진 셈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특허수수료 급격한 인상 한시적 유보, 5년으로 줄어든 특허 갱신 기간 10년으로 환원, 600달러인 면세한도 한시적 1000달러로 확대, 면세품 인도 장소 입국장 포함,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 등에 대한 당국의 해결책을 기대 중이었다.
특히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은 롯데면세점의 경우, 당장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와 관련 '철수' 배수진을 치는 등 상당히 절박한 입장이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5년간 4조1000억원에 달하는 임대료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롯데의 경우 5년 계약 중 후반으로 갈수록 임대료가 가파르게 올라가도록 계약을 맺어 3년차인 올해 임대료가 지난해보다 50% 가량 오르게 된다는 점도 롯데가 '총대'를 메고 협상에 나서게 했다고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8일부터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인하 관련 임원급 협상을 시작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관련,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서로의 입장을 듣는 선에서 진행됐다"면서 "추석 이후에 다시 만나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면세점 임대료를 10% 인하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방만 경영'에 대한 감사를 받은 바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었지만, 일단 협상테이블에 나선 만큼 인하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지난 26일 인천항만공사가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면세점 임대료를 30% 감면해준다고 발표하기도 해, 인천공항의 임대료 인하에 대해서도 기대를 하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