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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롯데마트, 화롄그룹에 매각 불발…헐값 매각 우려 확산

기사입력| 2017-09-18 07:41:26
중국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롯데마트가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에 달하는 중국 매장을 애초 매입가보다도 헐값에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롯데 내부와 증권가 등에서 추산한 중국 롯데마트의 장부가는 약 8300억 원이지만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매수 의사를 타진한 기업들은 이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에 팔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롯데그룹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최근 중국 최대 유통기업인 화롄그룹에 중국 점포의 매각을 타진했지만, 화롄그룹 측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위험) 등을 우려하며 인수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마트는 화롄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뒤 이마트의 중국 내 5개 점포 매입을 추진 중인 태국의 유통기업 CP그룹 등과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매수를 타진한 기업들이 장부가보다 30% 이상 싼 가격에 팔 것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중국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CP그룹과 점포 매각 협상을 진행해온 이마트가 헐값 매수를 원하는 상대측과 매각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수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각에서는 롯데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주요 판로를 잃게 돼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롯데제과나 롯데칠성 현지 사업장을 한꺼번에 묶어 매각하는 이른바 '패키지 딜'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롯데마트는 최근 홍콩 롯데쇼핑홀딩스를 통해 중국 롯데마트가 연말까지 사업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약 3400억원의 운영자금을 추가 수혈했기 때문에 중국 점포의 매각을 연내에 마무리 짓는 것이 목표다.

일각에서 거론하는 10월 중 본계약 체결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롯데마트는 설명했다.

3월 중순부터 본격화한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재 112개에 달하는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중 87개 점포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중국의 사드 보복 분위기에 편승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까지 더해지면서 그나마 영업 중인 나머지 점포의 매출도 90% 이상 급감해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중국 당국과 소비자들의 압박으로 지금까지 롯데마트가 입은 피해는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롯데마트 중국 점포의 영업은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현지 노동법상 매장 영업이 중단되더라도 현지인 종업원들의 임금을 정상 임금의 70% 안팎 수준에서 계속 지급해야 하고 매장 임차료나 상품대금도 매달 줘야 한다는 것이 롯데마트의 고민이다.롯데마트가 현지 종업원 임금과 임차료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은 월평균 900억원 안팎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피해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롯데마트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중국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편 롯데마트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중국 사업을 최대한 빨리 정리한 뒤 동남아시아를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2008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현재 인도네시아에 45개, 베트남에 13개의 매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에서 롯데마트의 매출은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이미 중국 롯데마트의 실적을 넘어섰다.

문제는 롯데마트의 철수가 롯데그룹의 다른 중국 사업에 미칠 악영향이다. 롯데는 지금까지 유통, 식품, 관광·서비스, 석유화학, 금융 등 업종에서 22개 계열사가 중국에 진출해 8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중국 당국이 롯데마트 철수를 빌미로 보복을 더욱 강화할 경우 중국 사업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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