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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에 '가성비' 앞세운 유통업체 전성시대…매년 두 자릿수 성장 중
기사입력| 2017-02-02 16:53:06
경기불황이 지속되며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힌 지 오래다. 하지만 이런 극심한 소비 위축에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브랜드와 유통업체가 있는데, 그 핵심은 바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이 있는 곳이라면 장소와 분위기를 가리지 않고 소비자들은 과감히 지갑을 열고 있는 것. 일단 가성비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유통업체들은 이후에도 경기와 상관없이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예컨대 과거 국내에서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하던 코스트코 등 창고형 할인점이 최근 수년 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수천 원의 득템'(좋은 물건을 싸게 구매)이 가능한 다이소, 거품을 뺀 이마트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 등도 최근에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유통업체·브랜드들이다.
▶쇼핑 분위기가 중요한가요? 창고형 할인점, 대용량 상품으로 소비자 마음 훔쳐
대형 유통업체 중 가성비 최고를 꼽으라면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빅마켓 같은 창고형 할인점을 빼놓을 수 없다. 창고 같은 분위기의 매장에 주로 묶음 형태의 대용량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은 10여년전만 해도 백화점 같은 쾌적한 쇼핑환경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으나 최근 불황이 깊어지면서 크게 각광받고 있다.
2010년 1호점인 구성점을 선보인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 기간에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점포수를 11개로 늘렸다. 지난 1998년 프라이스클럽을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한 코스트코는 영업 초기 수년간 인지도 부족과 초기 투자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으나 진출 4년 차인 2001 회계연도를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차별화된 상품력과 운영방식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2015년 회계연도에서 15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코스트코는 최근 송도점 오픈으로 점포수를 13개로 늘렸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도 2012년 6월 1호점인 금천점이 개장한 이래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창고형 할인점의 인기 비결은 경기 불황에 최적화된 상품 구성을 꼽을 수 있다. 창고형 할인점은 같은 상품이라도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상품 진열 등에 필요한 인력을 최소화하고 상품을 묶음 형태로 대용량 판매하는 것이 비결이다. 실제로 신라면의 경우 이마트에서는 5개짜리 한 묶음을 3380원(개당 676원)에 판매하는데 비해 트레이더스에서는 30개짜리 묶음을 1만7480원(개당 583원)에 판다.
여기에 창고형 할인점별로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도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트레이더스는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의류 등 전체 운용상품의 50% 가량을 해외 직수입 상품으로 구성해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 코스트코는 자체 브랜드인 '커클랜드'의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빅마켓의 경우 기존 대형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을 직수입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황이 깊어지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창고형 할인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어 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갱 되고 싶진 안거든요! 다이소·노브랜드 등 가성비 전성시대
오직 '가성비' 하나만을 목표로 뛰는 유통업체와 브랜드 역시 경기불황 시기에 빛을 발하고 있다.
일본의 '100엔 숍'이 뿌리인 한국의 다이소는 대표적 저가 쇼핑 채널이다. 다이소아성산업에 따르면 현재 다이소 매장내 거의 모든 제품은 5000원 이하 품목들이고, 2000원 이하 제품의 비중도 70~80%(품목 수 기준)에 이른다. 이런 한국 다이소의 매출은 지난해 1조56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15년(1조2000억원)보다 30% 늘어난 것이다. 2013년(8850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3년 사이 76.3%나 매출이 급증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도 가성비를 앞세운 마케팅이 성공한 사례다. 2015년 4월 뚜껑 없는 변기 시트, 와이퍼, 건전지 등 9개 품목으로 출발한 노브랜드 제품 매출은 2015년 한해 234억원에 달했다. 1년 뒤인 2016년 이마트의 노브랜드 품목은 1000개, 매출은 8배가 넘는 1900억원으로 뛰어 불황 속 이마트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가성비 경쟁에서 '선구자'격인 편의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메뉴의 3000~4000원대 도시락, 1000원대 원두커피 등의 자체상품으로 지갑이 가벼워진 직장인과 학생, 1인 가구의 심리·육체적 허기와 갈등을 채워주고 있기 때문. 이에 업계 1위 씨유(CU)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은 2015년 같은 기간보다 16.8%나 늘었다. 2015년의 28.7%(전년 대비 증가율)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고, 스크래치(흠집), 리퍼브(보수를 거친 전시·반품 제품) 상품을 거래하는 11번가 '중고 스트리트'의 지난해 매출은 2015년보다 무려 53%나 늘었다.
이처럼 가성비 최우선 유통업체의 인기 비결은 역시 가격과 품질.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팀장은 "노브랜드는 소비자 입장의 가치에 집중해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가격 거품을 뺀 상품"이라며 "가성비를 중요하게 따지고, 수많은 유통채널 속에서 '호갱(어수룩하게 이용당하는 손님)'이 되기 싫어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사내 품질 관리팀을 따로 두고 제품 수준을 엄격하게 유지해 가성비가 뛰어난 데다, 최근에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상품을 개발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