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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 21개월 된 냉동닭 '땡처리'하고도 당당?…실적부진 박은상 대표, 무리한 가격 경쟁?

기사입력| 2017-01-19 08:32:01

위메프가 판매해 논란이 된 생산 21개월이 지난 하림 냉동닭.

이러려고 '파격 가격' 내세웠나?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21개월 전에 만들어진 냉동닭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제품은 더욱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는 할인 이벤트 아이템이었던 만큼 소비자들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위메프의 배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당 제품의 '딜 상세정보'와 '상품정보'에 제조연월일을 다르게 표시해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줬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위메프가 이벤트를 빙자해 제품을 '땡처리'하려는 의도에서 제조연월일을 다르게 적시한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번 냉동닭 판매 논란은 위메프 박은상 대표가 올 초 "소셜커머스의 본질로 돌아가겠다"며 무료배송 확대와 가격 경쟁력을 강조한 직후에 발생, 단독 경영 4년차인 올해에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박 대표의 조급증이 낳은 결과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조한지 21개월 지난 냉동닭 팔고도 당당?

지난 11일 위메프는 위메프111데이 행사에서 '[111데이]하림반짝특가 영계 306g+부재료 49g'의 상품 구성으로 하림 냉동닭을 1111원에 판매했다. 해당 제품은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의 제품에, 1111원이라는 초특가였던 만큼 소비자들에게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상품의 인기가 좋아 추가 입고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000마리 이상이 판매됐다.

문제는 해당 제품의 제조일자가 지난 2015년 4월이라는 점이었다. 더욱이 위메프가 '딜 상세정보'와 '상품정보'에 기재한 제품 제조일자까지 달랐다.

'딜 상세정보'에는 제품의 유통기한이 2017년 4월 26일까지로 표기돼 있다. 반면 제조일자는 '상시제조상품'으로 적시돼 있다. 소비자로서는 수시로 만들어 납품하는, 쉽게 말해 생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작 '상품정보'에는 제품 제조일자가 '2015년 4월 28일'로 표기돼 있다. 만들어진지 21개월이 지난 상품인 셈.

아무리 냉동 제품이라고 하지만 2년 가까이 된 냉동닭을 싼 가격에 샀다고 좋아하며 먹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위메프에 소비자들의 항의와 반품 요구가 이어졌고, 이 같은 내용은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오르며 논란이 확대됐다.

비난을 받을 만한 상황임에도 위메프 측은 합법적인 판매였음을 강조하며 당당한 모양새다. 위메프 홍보 관계자는 "냉동육의 경우 유통기한이 2년이다. (사전에) 유통기한이 수개월 이상 남은 제품임을 확인했으며, 유통기한을 명확히 표기했다"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판매한 것은 문제 아니냐는 질문에는 "냉동닭 유통기한이 3개월 남은 것은 짧다고 생각하면 짧지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위메프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은 '유통기한임박상품'으로 모아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 비중은 매우 낮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 정해진 판매 가능한 유통기한 기준이 존재하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보겠다"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제조일자를 '딜 상세정보'와 '상품정보'에서 각기 다르게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품 표기 과정에서의 실수를 인정한다. 분명 땡처리를 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며 "많은 제품을 준비하다보니 제조일이 각기 달랐고, 전부 적을 수 없어 상시생산이라 표기했던 부분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는 "냉동육 유통기한이 2년이지만, 중간에 냉장육을 냉동시켰으면 유통기한이 1년으로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메프가 유통기한이 불과 3개월밖에 안 남은 냉동닭을 팔고는 저렇게 대응하는 거를 보면 신뢰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자본잠식 상태 위메프, 박은상 대표 '조급증'에 무리수?

냉동닭 논란이 커지자 위메프 측은 먼저 연락을 해온 고객에겐 구매 취소를 해줬다. 그러나 문제는 위메프의 소극적인 사후 대응으로 인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다수 고객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위메프 홈페이지에는 이번 냉동닭 사태를 알리는 팝업이나 공지를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구매자 중 일부는 환불 및 무료 반품 고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위메프 관계자는 "구매한 분이 많다 보니 고지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구매 내역이 있기 때문에 기다리면 연락이 곧 올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답변했다.

이번 냉동닭 논란은 위메프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다시 한 번 추락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실제로 박은상 대표가 이끌고 있는 위메프는 지난 2년간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겼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 2015년 초반에 발생한 '채용 갑(甲)질' 논란이다. 당시 위메프는 지역 마케팅 컨설턴트(영업직) 사원을 11명 채용해 2주간 수습기간을 적용한 뒤 채용 기준에 미흡하다는 이유로 모두 불합격 처리했다. 이후 '채용 갑질' 논란이 일어 소비자들은 위메프 탈퇴는 물론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박 대표가 직접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에 위메프는 뒤늦게 11명을 전원 합격시켰다.

이어 2015년 8월에는 경품 증정 행사를 진행하며 당첨 상품을 직원 등 자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전부 나눠줘 논란을 빚은 뒤 당첨 결과를 백지화하기도 했다.

이런 실망스러운 분위기는 소셜커머스 업계의 지나친 출혈경쟁까지 더해지며 위메프의 재무제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79억원이던 순적자는 2013년 385억원, 2014년 294억원, 2015년 1445억원등으로 커졌다. 이에 2015년 자본 총계는 -1148억원으로 전년(-817억원)보다 자본 잠식이 더욱 확대됐다. 올해로 7년째를 맞는 소셜커머스업계는 만성적인 적자로 대체로 자본잠식에 빠져 있지만 업계 1위 쿠팡(법인명 포워드벤처스)의 지난 2015년 자본총계는 4244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3년 허민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위메프를 단독 경영하게 된 박은상 대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2017년 시작과 함께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바로 소셜커머스의 본질인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 이를 위해 경쟁사들이 무료배송 기준을 속속 올리는 것과 반대로 '무료배송 강화' 카드를 던진데 이어 최저가보다 가격을 더 낮춘 할인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기업에 필요한 소모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공간인 '위메프 비즈몰' 등을 열며 가격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하지만 의욕이 앞섰는지 가격 경쟁 상품인 냉동닭이 제조일자 논란을 일으키는 등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박은상 대표가 꺼내든 무료배송 강화는 상당한 비용이 요구된다. 또 최저가 프로모션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며 "이번 냉동닭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박 대표의 무리한 가격 경쟁이 당장의 매출을 올리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충성 고객 확보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무리한 가격 경쟁이 고정 고객의 신뢰마저 깎아먹고, 다시 소비자들을 끌기 위해 더 가격을 내려야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