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삼성·LG, 'QLED vs OLED' 놓고 대립각 가열…국내 업체간 흠집내기 우려 제기
기사입력| 2017-01-09 08:43:01
세계 TV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7(CES 2017)'에서 차세대 TV를 둘러싸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시대를 선언한 삼성전자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중심 기조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LG전자가 차세대 TV를 놓고 자사 기술력을 강조하며 상대방의 기술력을 한수 아래로 평가하며 설전을 주고받은 것. 2년 전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2015(IFA 2015)'에서도 세탁기를 놓고 한바탕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데 이어 두 번째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5일부터 8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7에서 자사의 차세대 TV 기술력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저마다 자사 기술이 뛰어나며, 상대방의 기술력은 한수 아래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글로벌 행사자리에서 TV시장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업체 간 기싸움에 세계의 이목은 집중됐다.
사건의 발단은 삼성전자가 지난 3일(현지시각) 킵메모리얼라이브(Keep Memory Alive) 센터에서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기술이 적용된 2017년형 QLED TV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QLED TV와 경쟁 모델인 OLED TV를 비교 시연했다. 현재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한 만큼 비교시연에 사용된 OLED TV는 LG전자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QLED TV와 OLED TV를 사전예고 없이 깜짝 비교시연하면 QLED 화질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을 경쟁사 제품과 비교 시연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QLEDTV와 OLED TV와 비교 시연에 대해 "종합적인 화질 장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QLED는 블랙, 밝기, 시야각 등 하나를 잘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잘 구현한다"고 강조했다.
LG측은 삼성전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QLED TV와 OLED TV의 시연이 이뤄진 직후 "진정한 QLED는 자체발광을 해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QLED는 LCD(액정표시장치) 방식에 퀀텀닷 시트를 붙였기 때문에 스스로 발광할 수 없다"며 "LCD의 단점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것이고 QLED는 OLED와 비교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퀀텀닷 자체의 효율을 높일 수는 있었겠지만 그건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며 "학계에서 말하는 진정한 퀀텀닷은 자체발광이기 때문에 결국 삼성전자는 마케팅 용어로써 QLED를 활용하고 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의 언론플레이를 꼬집었다.
삼성전자는 이어 지난 4일(현지시간) 컨퍼런스에서도 QLED TV와 OLED TV를 다시 비교했다. 조 스틴지아노 삼성전자 미국법인 전무는 '컬러 볼륨'을 설명하면서 QLED 색상 스펙트럼과 WOLED TV의 색상 스펙트럼을 비교하며 QLED TV의 우수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당일 오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자체발광으로 화질을 해결해야 하느냐"며 "소비자한테 가격 부담을 안 주고 비용 대비 효율적으로 제품을 제공하면 된다"고 한상범 부회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어 "자체발광이 TV의 완성인 것처럼 말하면 안되고 화질 문제를 다른 기술로 해결해서 소비자에게 가격부담을 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며 "자체발광이어야 TV가 완성인 것이라면 자체발광인 PDP TV는 왜 죽었겠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LG전자의 OLED TV의 비싼 가격을 지적하며 저렴하면서도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삼성전자의 QLED TV가 더 나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윤부근 사장이 OLED TV를 폄훼하는 발언을 하자 이번에는 권봉석 LG전자 부사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권 부사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자체발광 방식이 좋은 TV가 아니라는 건 주장"이라며 "LG전자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싸고 화질 좋은 TV(가 좋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주장했다. 윤부근 사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권 부사장은 특히 "삼성전자가 QLED라는 TV를 선보인 것으로 아는데 용어상의 상당한 혼선이 있다"며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이 자체 발광일텐데 지금의 주장은 몇년 후에 뒷감당하기 어려운 얘기"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서 말하는 진정한 퀀텀닷은 자체발광이기 때문에 결국 삼성전자는 마케팅 용어로써 QLED를 활용하고 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삼성전자의 QLED TV는 일종의 '말장난' 일 뿐이라고 맞받아 쳤다.
업계는 양사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설전이 향후 '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번쯤은 상대방의 단점을 지적하며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을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비슷한 상황이 계속 된다면 단순 마케팅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양사가 CES 2017에서 벌인 신경전은 자사의 기술력과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기술력과 제품 폄훼로 이어진 만큼 국내 기업 간 흠집내기로 비쳐지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소모적인 경쟁으로 해외 후발업체들에게 추격의 빌미만 제공한다는 것.
한편 세계 OLED 시장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중·소형과 대형을 중심으로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TV용 대형 OLED 패널 시장은 LG가 독점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LCD TV가 전세계 TV 시장 주류를 이루고 있다. OLED TV의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1% 정도에 불과하다. OLED 시장의 선두주자인 LG는 OLED TV 시장 확대를 장려하고 있고, 소니(일본), 파나소닉(일본), 필립스(네덜란드), 콩카(중국) 등 다양한 업체가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공급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