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포스코 권오준 회장, 포레카 지분 강탈 관련 11일 검찰 소환…'최순실 사태'로 최대 위기?
기사입력| 2016-11-11 08:59:40
'최순실 사태'가 일파만파 재계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였던 포레카 지분 강탈 의혹과 관련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일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된다. 차은택씨를 조사하던 중 권 회장이 포레카 매각을 통해 차씨에게 이권을 챙겨주려 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10일 금호아시아나의 소모 사장, 포스코의 최모 부사장, 부영의 김모 사장, LS의 안모 전무 등 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모두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낸 기업들이다. 검찰은 기금을 내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압박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의 음해에 대해 발본색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를 비웃듯 검찰의 압박은 더 거세져 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황은연 사장 등 경영진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포스코는 JTBC가 지난 10월 31일 최순실씨 소유로 추정되는 '더블루K'와 배드민턴팀 창단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뒤 최순실 게이트와의 연루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더블루K의 요청이 있었지만 황은연 사장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황은연 사장 비서실 관계자, 상무, 그룹장 등 포스코 최고위 경영진이 존재도 미약했던 더블루K의 조성민 전 대표와의 스마트폰 문자에서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황 사장 비서실 관계자는 "포스코 황은연 사장실입니다. 내일 2월 25일 10시30분 내방, 포스코센터 2층에서 안내 받으시면 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팀 창단 업무를 담당했던 A상무는 "어제 말씀드린 대로 대표님께서 여건이 되신다면 이번 주 금요일 오후에 찾아뵐까 합니다"라거나 "대표님, 오늘 오후 1시30분경에 청담동 **빌딩 4층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전했다.
포스코 측은 여전히 '논의'가 아닌 '요청'이 들어와 거절한 건이며, 경영진의 게이트 연루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문자메시지는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누가 봐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에서 대관(對官) 업무를 담당했던 정민우 전 대외협력실 팀장의 청와대 앞 1인 시위가 재조명되고 있다. 정 전 팀장은 지난 2월 시위를 통해 "무능한 권오준 회장과 정치색이 강한 황은연 사장이 포스코를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위를 통해 경영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포스코는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면직처분 내렸다. 정 전 팀장은 한 달 넘게 1인 시위를 벌였고 포스코 경영진과 관련된 비리를 담은 투서를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 보냈다. 그는 "권오준 회장이 정치권의 주문대로 인사를 실시해야 했고 정치권 실세의 배후에 황은연 사장이 있다"며 "결국 권오준 회장이 황은연 사장의 뜻대로 인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은 포스코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시기다. 임원 수를 30% 가량 줄여 지난해 3월 정기 임원인사 대비 110명 줄어든 259명으로 임원수를 조정했다. 실·본부 단위의 조직도 22% 감축한 179개로 재조정됐다. 당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황은연 사장은 성균관대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중용된 성균관대 인맥으로 꼽힌다. 때문에 황 사장이 포스코와 청와대 사이의 연결고리라는 추측이 무성했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포스코 내 핵심 연관 인물로 지목 받고 있다.
▶재도약 노리는 포스코,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 잡히나
포스코는 지난 8일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최근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경영진에 대한 음해가 도를 넘고 있어, 음해자를 발본색원해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모 언론에서 권오준 회장이 차은택씨 등이 계열 광고대행사의 지분을 강탈하는데 동조했다거나, 황은연 사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친분관계를 과시했다는 허위사실을 제보 받아 보도한 바 있다"며 "이에 대해 권 회장은 계열 광고대행사의 지분 강탈 시도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황 사장의 경우도 우 전 수석 등 정부 실세와 관련이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향후 허위나 음해성 제보에 대해 기사화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11일 권오준 회장의 소환으로 포스코의 해명은 빛이 바랬다. 권 회장은 포레카 매각을 최종 승인한 인물이다. 그는 취임 후인 2014년 3월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지분 100%를 보유한 포레카를 매각하기로 하고 그 해 말 중견 광고대행사 A사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최순실씨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측의 포레카 지분 강탤 행태가 노골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에 일부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직권남용 및 강요미수 등 혐의로 지난 6일 구속됐다. 검찰은 권 회장의 포레카 매각 결정 이면에 차씨에게 이권을 챙겨주려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9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47년 만에 첫 적자를 냈다. 하지만 지난 3분기 1조3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2년 3분기 이후 4년 만에 '분기 영업익 1조원 클럽'에 재합류한 것이다. 포스코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도 흑자를 낼 만큼 대표적인 우량기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 4분기 성적은 신통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실적은 3분기 실적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바 있다. 재도약을 노리는 포스코로서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또 다른 장애물과 맞닥뜨린 셈이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