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계열사의 잡음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나온 뒤 오래지 않은 상황이라, CJ그룹에 대한 이미지는 급격히 냉랭해 지고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난 3년간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비상 경영 체제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좋게 이끄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어 이 회장은 지난 8월 15일 재벌 총수로는 유일하게 특별사면을 받은 뒤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의 잇따른 잡음은 이 회장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3년'을 되찾기 위해 갈 길이 먼 이재현 회장이 경영복귀와 함께 최근 잇달아 터진 악재들을 어떻게 털어낼지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양파껍질 까듯 터져 나오는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논란
CJ 계열사들의 돌발악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가 잇달아 터졌다는 사실이다.
가장 먼저 문제가 불거진 곳은 CJ CGV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CJ CGV가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스크린 광고 일감을 몰아줘 부당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72억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치를 내렸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이재현 회장의 친동생 이재환씨가 100% 최대주주이자 대표인 회사이다.
CJ CGV는 지난 2005년 7월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설립되자 기존 거래처와의 광고영업 대행 계약을 끊고 재산커뮤니케이션즈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수수료도 기존 거래처보다 25%나 많이 지급하기로 했고 이런 부당 지원 행위는 CJ CGV가 2011년 12월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기 전까지 계속됐다. CJ CGV의 지원을 등에 업은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평균 50.14%의 영업 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광고대행업 산업 평균 영업이익률 8.52%의 6배에 달하는 수치로, 설립 당시 3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순자산 규모도 7년 뒤 246억원으로 70배 이상 증가했다.
CJ는 최근 재산커뮤니케이션즈와 CJ파워캐스트의 흡수합병을 결정하며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났다. 이는 재계의 전형적인 편법.
검찰이 최근 '일감몰아 주기' 수사를 시작한 것과 관련해 CJ CGV 측은 "공정위 판결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CJ그룹의 일감몰아주기는 과거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이재현 회장의 공백기 동안 CJ를 이끌었던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일가 기업인 조이렌터카가 문제가 됐다. 손경식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동생이다.
손 회장이 지분 38.28%를 갖고 있고 장남 손주홍 조이렌터카 대표가 31.39%로 2대 주주에 올라있는 조이렌터카는 지난해 CJ 계열사들로부터 차량 임차를 해주고 75억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간 총 매출액이 436억7000만원인 조이렌터카는 내부거래 비중이 17.36%로, 12% 이상을 금지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또 영업이익률 역시 다른 렌터카 회사들보다 훨씬 높아 CJ와 정상가격 대비 유리한 조건에 거래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CJ그룹 측은 "조이렌터카와의 거래 비중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며 고쳐져야 될 부분"이라고 밝혔다.
▶상생 외칠 땐 언제고 CJ대한통운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
이재현 회장의 사면은 그동안 동력을 잃었던 CJ의 대표 경영방침인 '상생'이 다시금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란 기대를 낳았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지난 18일 중소기업청이 CJ대한통운을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로 공정위에 고발 요청하며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4년 4월 중소기업 A와 맺은 크레인 운송 용역 계약을 부당하게 취소하고 계약 작성 지연과 절차가 미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소기업청은 A사가 입은 피해 추정액을 36억으로 산정했다. 또 부당한 위탁취소 행위는 수급자가 미리 피해를 예측할 수 없어 불안정한 상태에 처하게 되고, 심각한 경영상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이 논란과 관련해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CJ대한통운 측은 "공정위 시정명령에 따라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해 실천하는 등 준법 노력을 기울여 왔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해 왔다"며 "또 지난 20일 민사소송 1심 결과가 나왔는데 법원은 A사가 하도급법 위반을 이유로 요구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36억원을 기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의 외부업체와의 '상생' 노력은 도리어 내부 조직에서 큰 상처가 났다. 최근 CJ대한통운의 전주시내 한 대리점 소장이 택배 기사들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
해당 대리점의 택배기사들에 따르면 이 대리점주인 B씨는 이전 점주로부터 대리점을 인수한 뒤 수시로 요구사항이 있을 때마다 계약해지와 구역조정 등을 들먹이며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또 해당 대리점에서 나가면 다른 대리점과 계약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협박'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CJ 계열사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잡음들은 경영 일선으로의 컴백을 준비 중인 이재현 회장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로 구속되었던 이회장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그룹 전체의 깨끗한 이미지가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CJ 계열사에서 터져 나온 잡음들은 이재현 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하지만 그보다는 CJ가 그동안 얼마나 경영이 클린하지 못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업보국'을 외친 이재현 회장에게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조만간 미국으로 건너가 집중 치료를 받으며 건강 회복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