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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면세점업계 5년간 환율 담합 제재…'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기사입력| 2016-05-11 15:08:06
롯데·신라 등 8개 국내 주요 면세점이 지난 5년간 국산품 가격 책정에 필요한 원·달러 환율을 담합을 해온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11일 환율 담합을 벌인 롯데면세점(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롯데디에프글로벌·롯데디에프리테일), 신라면세점(호텔신라), 워커힐면세점(SK네트웍스), 동화면세점, 한국관광공사 등 8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면세점들은 2007∼2012년 5년간 담당자들끼리 전화 연락을 하면서 국산품에 적용할 원·달러 환율과 적용 시기를 공동으로 결정했다. 면세점들은 국산품을 원화로 사서 달러화로 판매한다. 면세점 판매가격이 원화로 10만원 정도인 설화수 윤조에센스의 경우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900원으로 적용하면 111달러, 1000원으로 적용하면 100달러로 달러 표기 가격이 달라진다. 면세점들이 담합해 결정한 환율이 시장 환율과 비슷하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시장 환율보다 높다면 내국인 고객이 손해를 보게 된다.
환율 담합은 2011년 5월 신라면세점이 이탈하고, 이후 나머지 면세점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중단됐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면세점업체들은 매일 제품 가격표를 바꿔 달아야 해서 편의상 업계에서 환율을 정해 사용했고, 환율 변화에 따라 환차손·환차익이 모두 발생할 수 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쿠폰, 마일리지 등 다양한 할인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이 지불한 가격은 달러 표시 가격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업계의 해명을 받아들여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시정명령만 내렸다. 공정위는 그동안 담합을 적발하면 업체별로 그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 측은 "담합을 한 사실은 분명하지만 이를 통해 면세점업체들이 얻은 부당이득이 미미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제한한 측면도 일반적 담합 사건보다는 낮았다"고 설명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