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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불매운동, 대형할인점으로 불똥 튀나
기사입력| 2016-05-01 17:52:00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대형할인점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위해성 검증 절차 없이 가습기 살균제를 팔아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옥시'의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형할인점들이 대규모 할인전을 진행한 탓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돈 앞에선 '도덕성' 정도는 중요치 않은 것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옥시와 마찬가지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인산염 성분의 자제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 피해자를 양산시켜 지난달 18일과 26일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까지 한 만큼 '사과의 진정성'까지 의심을 받는 상황이 됐다.
▶대형할인점, 불매운동 와중에 판촉행사 진행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은 지난 4월말 활발하게 옥시 제품 판촉행사를 진행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1주일 동안 같은 시기에 옥시를 포함한 주요 생활용품 브랜드 품목에 대해 할인이나 '1+1' 등의 대규모 판촉행사에 나섰다. 이마트는 4월 초부터 27일까지 진행한 봄맞이 20~30개 품목 할인 행사의 주요 브랜드로 옥시를 참여시켰다. 대형할인점 등은 할인행사 기간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위해성을 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옥시의 옥시크린·이지오프뱅·쉐리·물먹는하마 등 주요 생활·위생·세탁용품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옥시는 최근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PHMG인산염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2001년부터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유해 가능성'에 대한 회사 내외부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원인미상 폐 진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한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보고서까지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약사들은 개비스콘, 스트렙실 등 옥시의 일반의약품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형마트 3사는 SNS 등을 통해 옥시 불매운동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도 옥시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마케팅에 열중했다. 시중의 불매운동을 역행한 셈이다. 대형할인점들은 옥시 제품 판촉행사가 논란거리로 떠오르자 즉각 "당분간 옥시 제품은 모든 판촉행사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초부터 기획된 봄·이사·황사철을 맞아 청소 수요를 겨냥한 통상적 판촉 행사였다"며 수익창출을 위해 도덕성을 저버렸다는 것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자칫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대형할인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돈 앞에선 도덕성은 뒷전?
소비자들이 옥시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하나다. 기업이 수익에 눈이 멀어 기업윤리나 도덕성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가 예상되는 되는 상황에서도 가능성을 은폐하고 조작하려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불매운동은 '최소한의 소비자 움직임'이라는 인식이 한몫 거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옥시 사태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할인점의 대규모 판촉행사에서 옥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입장에선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 외에 문제가 없는 다른 제품까지 팔지 못하는 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안일한 대처방식이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유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각종 불매운동을 겪으며 배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메지 말라는 말이 그동안의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며 "극단적으로 옥시 제품을 유통업계에서 판매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옥시 사태가 마무리되기 전 까지는 자체적으로 옥시 관련 노출을 최대한 낮추는 게 최선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