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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으로 성장한 롯데, '표절 불감증'?

기사입력| 2016-03-29 09:08:16
최근 롯데백화점이 광고 표절 의혹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롯데 측은 '표절이 아니다'라고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표절 여부와 상관없이,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백화점 맏형이자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이번 표절 논란이 어느 곳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광고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은 해프닝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근래 롯데그룹에서 비슷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사실을 보면 결코 작은 문제라고 할 수 없다. 롯데주류, 롯데제과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도 표절 논란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전체에 '표절 불감증'에 걸려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강하다. 실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1세기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혁신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창의력'과 '혁신'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롯데그룹 이 여전히 '표절 불감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클라우드·엘큐브 등 잇따른 광고 표절에도 반박만…

지난 25일 롯데백화점은 서울 홍대에 위치한 영 스트리트 패션 전문점 '엘큐브' 오픈과 함께 세일을 알리는 지면광고를 한 일간지에 전면으로 게재했다. 그런데 이 광고가 나가자마자 롯데백화점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신문에 실려 있는 독일 유명 브랜드 '에스카다' 광고와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엘큐브 광고엔 모델 박신혜가 붉은색 의상을 입고 다리를 넓게 벌린 채, 왼손에 붉은색 핸드백을 들고서는 입에 손을 가져간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에스카다의 광고에도 외국인 모델이 붉은색의 비슷한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똑같이 다리를 벌린 채, 왼손은 붉은색 가방을 들고 입에 손을 가져간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두 모델이 신고 있는 구두 역시 컬러와 모양이 비슷했다. 두 광고에서 작은 차이는 에스카다엔 핸드백에 스카프가 매져 있는 정도였다. 전체적인 인상은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표절 아니야?'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했다.

그런데 에스카다 광고는 올해 2월부터 지면을 통해 계속 소개가 됐고, 롯데백화점 엘큐브 광고는 최근에 촬영이 됐다는 점이다. 당연히 롯데백화점 광고를 두고 '따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롯데백화점이 선정한 써니레드를 선보이려 했고, 패션브랜드 화보를 참고했는데 그 과정에서 유사한 광고가 제작된 것 같다"며 "두 광고가 비슷한 부분을 인정하며 에스카다 쪽에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엔 롯데주류의 맥주 클라우드 TV광고가 표절 논란으로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당시 롯데주류는 클라우드 맥주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광고를 선보였다. 특히 톱모델인 전지현을 내세워 공격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펼쳤다. 클라우드는 좋은 품질과 함께 전지현 광고로 화제를 모으며 양분돼 있던 국내 맥주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클라우드 TV광고가 2013년에 선보인 명품 브랜드 구찌의 여성향수 프리미에르 광고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클라우드 광고는 전지현이 몸매가 드러나는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파티장에 도착하는 내용으로 전지현이 도심 야경이 보이는 창가에 있는 모습을 강조했다. 구찌의 향수 광고는 미국 드라마 '가십걸'로 톱스타로 성장한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파티장에 도착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도시의 야경이 보이는 창가에 모델이 서 있는 강한 이미지를 전달했다. 두 광고의 배경 음악도 유사하다는 논평도 잇따랐다.

논란의 두 광고는 모두 롯데그룹 계열사인 광고대행사 대홍기획이 제작을 했다. 대홍기획 역시 '클라우드 광고는 순수 창작물'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롯데의 반박에도 소비자들은 롯데의 광고 표절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여전히 보내고 있다.

▶"카피캣 전략으로는 글로벌 성장 불가능"

롯데그룹의 표절 시비는 그동안 자주 언급됐다. 특히 롯데그룹의 핵심사인 롯데제과는 베끼기 논란에서 결코 빼놓을 수가 없다.

지난해엔 롯데제과가 법원에서 표절 판정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은 일본 제과회사 에자키글리코가 롯데제과를 상대로 낸 '디자인권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에자키글리코의 손을 들어줬다. 롯데 '빼빼로 프리미어'가 에자키글리코가 2012년 출시한 '바통도르' 상자 디자인을 베꼈다는 판결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롯데제과 빼빼로 프리미어가 에자키글리코의 바통도르 출시 후 국내에 출시됐으므로 디자인을 침해한 것"이라며 "제품 형태 및 상자 면의 배색과 구성이 매우 유사해 에자키글리코 제품을 모방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법원은 판결문에 "롯데제과 제품과 에자키글리코 제품의 전체적 심미감이 매우 유사하고 상자 면의 배색 등 구성이 매우 흡사하다. 양사가 동일한 형태의 과자로 경쟁 관계에 있는 만큼 롯데제과가 에자키글리코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롯데제과는 오리온 '초코파이'를 따라 '쵸코파이'를 출시한 후, 중국에서 포장지까지 비슷하게 만들어 논란이 됐다. 또, 해태제과의 누가바와 유사한 누크바를 선보이며 '누크바' 표기를 작게 해 상표권 침해 논란도 있었다.

심지어 롯데제과는 크라운제과의 '못 말리는 신짱'과 비슷한 '크레용 신짱'을 출시한 후 법정까지 갔다가 패하기도 했다. 결국 롯데제과는 '크레용 신짱'에서 '크레용 울트라짱'으로 이름을 바꿔 재출시해야만 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특히 롯데제과는 1970년대부터 다양한 베끼기 상품을 선보였고, 이에 자연스레 롯데그룹은 '카피캣(독창적이지 않고 남을 모방하는 기업 또는 제품)의 원조'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일류기업을 따라가는 입장에서 롯데의 '카피캣'은 중요한 경영 전략이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카피캣 전략을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려왔고, 롯데그룹은 재계 5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글로벌 비전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카피캣 전략'은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 재계 전문가는 "롯데그룹의 표절, 베끼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표절 논란 이후에도 그룹 내에서 이에 대해 특별한 경각심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표절 논란에 대해 반박만 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나 제도적 장치는 없다"며 "표절로 인한 그룹 이미지 실추도 타격이 크겠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표준에 맞는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기본적으로 표절 문제에서는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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