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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팔고 흩뿌리고, 한화는 사고 현대차는 모은다

기사입력| 2016-03-15 09:03:49
최근 1~2년간 가장 눈에 띄는 재벌은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한화그룹이다.

국내 재계를 호령하는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이라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를 팔고, 사옥을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재용표 사업방식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건희 시대'를 지우려는 행보라는 세간의 평도 듣고 있다.

반면 총수의 부재로 주춤했던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일선에 복귀함과 동시에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등 삼성그룹의 4개 계열사를 인수하는가 하면 이라크에서 100억달러가 넘는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최근 직원 숫자도 1만명 가까이 늘었다.

사옥을 매각하며 계열사를 뿔뿔이 흩어놓고 있는 삼성그룹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매입한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조성 중인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통해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려 한다. 현대차그룹은 GBC를 통합사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메인타워에 52개 계열사 중 자동차 수직 계열화와 관련이 있는 30여개 계열사 1만3000여명의 임직원을 집결시킬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팔고 흩뿌리는 가운데, 한화는 사들이고 현대차는 끌어 모으는 3그룹3색의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각기 다른 전략이 향후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 '빅딜' 등 5년 새 계열사 반토막

삼성그룹은 사업구조 개편으로 2010년 이후 계열사가 10개나 사라졌다. 잇따른 매각으로 재단 등 무수익 계열사를 제외하면 2000년대 초반 40여개에서 23개로 반토막 났다. 2010년 이후 창립된 4곳의 계열사를 제외하면 20개도 안 되는 셈이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현 롯데BP화학) 등을 3조원 규모에 롯데그룹에 팔았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11월에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현 한화탈레스),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등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미국의 코닝에 매각돼 코닝정밀소재로 이름이 바뀌며 삼성그룹의 품을 떠났고, 삼성석유화학과 삼성SNS는 각각 삼성종합화학과 삼성SDS에 흡수 합병되며 사라졌다.

삼성에버랜드도 제일모직과 합병되며 회사 이름이 없어졌다. 제일모직 또한 지난해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60년을 이어온 이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삼성의 '매각 전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광고계의 거물인 제일기획을 세계 3위 광고사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카드와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에 대한 매각설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삼성의 전체 계열사 숫자가 15개 전후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한화와 롯데 등으로 소속이 바뀐 직원들이 많다 보니 직원들 대부분이 '언제든 나도 소속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며 "일부 직원들은 (정년이 더 보장되는) 한화나 롯데로 소속이 바뀐 직원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내부 조직원들이 더 많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또 다른 삼성그룹 관계자는 "많은 매각이 이뤄졌지만 아직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돌고 있다"며 "올해 안에 IT분야의 빅딜이 한 차례 더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1만명 줄은 삼성 vs 1만명 늘어난 한화

삼성그룹의 전체 매출과 임직원 숫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4년까지 공시된 삼성그룹의 매출액은 302조원, 총자산은 623조원, 임직원 숫자는 51만2000명이다. 최근 경기둔화와 계열사 매각 등을 감안할 때 지난해 매출액은 300조원에 못 미치고, 임직원 숫자도 50만명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한화그룹은 최근 5년 새 고용이 5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뤄진 삼성과의 빅딜, ㈜한화의 성장 등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화그룹 계열사 중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11곳의 2015년 9월말 기준 직원수는 총 3만985명이다. 2010년보다 47.7% 1만명이 늘어난 수치다. 30대그룹 중 증가율은 7위, 증가 인원은 8위였다.

무엇보다 삼성그룹과 빅딜이 고용증가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빅딜로 한화테크윈 4453명, 한화토탈 1534명 등 모두 5977명이 늘었다. 이는 11개 계열사의 전체 증가 인원의 59.7%에 해당한다.

기존 계열사 중에서는 ㈜한화의 고용이 가장 많이 늘었다. 2010년 3422명에서 2015년 9월말 기준 5623명으로 64.3% 2201명이 증가했다. 이어 한화손해보험 35.7%(816명)과 한화건설 40.3%(654명)도 큰 폭 인원이 늘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일선 복귀 후 공격적이고 보다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마구 사들이고 늘려 외형만 키우는 것은 아니다"라며 "태양광 사업처럼 미래를 보고 투자하다보니 외형적인 성장을 이룬 것이며, 매각한 회사의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직접 관리할 만큼 김승연 회장의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청년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4100명의 신입사원과 1000명의 경력직 등 총 51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타운 떠나는 삼성 vs GBC로 모이는 현대차

계열사 구조조정 뿐 아니라 삼성은 사옥 매각과 함께 사업별 근거지를 각지로 흩어놓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내에 입주해 있던 삼성전자가 수원 본사로 옮겨간다. 삼성물산의 건설부문은 판교 알파돔시티로, 상사부문은 잠실 향군타워에 새로운 일터를 만들며 삼성SDS와 한 지붕을 쓰게 된다. 향군타워에 있던 삼성SDS 연구 인력은 우면동 R&D(연구·개발) 캠퍼스로 옮겨간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삼성생명은 자리를 지키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빠진 자리는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IT가 주축이었던 삼성타운이 금융 랜드마크로 바뀌는 셈이다.

삼성 측은 이 같은 계열사 근무지 조정에 대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수원을 비롯해 경기도 기흥·화성, 충남 천안·아산 등에 삼성전자 제조라인이 있다는 점과 지난해 첫 삽을 뜬 반도체단지가 평택에 있다는 점 등이 재배치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일각에서 최근 삼성의 계열사와 사옥 매각, 삼성전자 등의 이전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독단이나 실정(失政)을 거론하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은 누구 한사람의 독단과 독선으로 사업을 전계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많은 인재들의 다양한 분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삼성그룹이 계열사를 흩어놓고 있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구 한전부지에 건립 중인 GBC를 글로벌 자동차 통합사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메인타워에 그룹 52개 계열사 중 현대카드, 현대캐티팔, 현대건설 등 금융·건설 계열사를 제외한 30여개 계열사 1만3000여명의 임직원을 집결시켜 '글로벌 완성차 빅3'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이 GBC에 들어온다. 기존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은 글로벌 R&D 센터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당초 모든 계열사를 이곳으로 모으려 했지만 공간적 지리적 실리적인 측면에서 건설과 금융은 제외하게 됐다"며 "건설과 금융은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만큼 굳이 기존 사옥까지 버리고 끌어 모으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GBC를 전세계 10개국 34개 완성차 공장과 197개국 1만3000여 판매 딜러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글로벌 컨트롤타워'로 운영할 방침이다.

서울시와 협의한 계획안에 따르면 현대차가 사들인 7만9341㎡의 부지에는 105층 높이의 현대차그룹 통합사옥과 전시·컨벤션, 공연장, 호텔 등 6개 건물로 구성된 대규모 복합 공간이 조성된다. 메인타워 최상층 2개 층은 전망대로 활용돼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현대차가 통합사옥으로 이용하는 면적은 전체 GBC면적 92만87887㎡ 중 56만611㎡로 60.4%에 달한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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