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총서 패배한 신동주 대표, 남은 카드는 법정 소송과 아버지 뿐?
기사입력| 2016-03-07 16:54:48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기울면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의 입지가 군색하게 됐다. 당장 롯데그룹 경영권 탈환을 위한 마땅한 카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동주 대표는 지난해 8월과 지난 6일 열린 롯데홀딩스 두 번의 임시주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모두 지분 싸움에서 완벽하게 밀렸다. 신 대표가 준비한 회심의 반전카드였던 종업원지주회가 이번에도 신동빈 회장 편에 서면서 경영권 탈환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제 신동주 대표에게 남은 건 몇 건의 소송과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전폭적인 지원뿐이다.
▶신격호 성년후견인 심사 무산 후, 일본 법정 소송에 한 가닥 희망
신동주 대표는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신 대표는 종업원지주회 지주회원 1인당 25억원의 주식지분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제시했지만, 끝내 종업원지주회의 표를 얻지는 못했다. 특히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신동주·동빈 형제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신동주 대표가 제시한 자신의 이사 복귀와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건은 30분 만에 모두 부결됐다. 오히려 신동빈 회장의 입지만 탄탄하게 만들어준 셈이 됐다.
이제 신동주 대표가 기댈 수 있는 건 현재 진행 중인 몇 건의 법정 소송뿐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신 대표는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을 상대로 총 8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소송은 지난해 8월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는 과장에서 법·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내용으로 일본 법원에 제기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결의(신격호 총괄회장 해임) 무효 소송'이다.
이 소송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해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받은 신동주 대표가 소송을 이끌고 있다. 만약 일본 법원에서 지난해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절차에 문가 있다고 판단하면,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복귀는 말 그대로 '대반전'이다. 지난 1년 동안 한국·일본 롯데그룹에서 만들어 놓은 신동빈 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셈이다. 신 총괄회장의 복귀는 곧 장남인 신동주 대표의 복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동주 대표가 일본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려며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한국의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심사 결과다. 서울가정법원에서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가 정상이라는 판단을 받아야만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신 총괄회장이 정상 판정을 받지 못하면 신 대표가 가지고 있는 위임장은 효력을 잃게 된다. 이는 곧 소송 자체가 무효가 되는 셈이다. 결국 신 대표의 반전 카드는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이에 신동주 대표는 지난 성년후견인 첫 심사에 신 총괄회장이 직접 법원에 출두해, 직접 걸어서 입장하는 등의 건강한 모습을 공개하는 초강수로 정상임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당장 오는 9일 성년후견인 2차 심리가 예정된 가운데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을 진행할 병원을 두고 신 대표 측과 성년후견인 신청을 제기한 신 총괄회장의 넷째여동생 신정숙씨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마땅한 카드 없어, 아버지 입 통한 여론전 예상
신동주 대표는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심사 결과에 따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만약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지 않으면, 현재 신 대표가 지배하고 있는 일본 광윤사 지분과 회장의 지위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월 광윤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광윤사 이사회를 통해 신동주 대표는 신 총괄회장의 광윤사 주식 1주를 양도 받으면서 광윤사 지분 '50%+1주'를 확보할 수 있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지분 28.1%를 보유하고 있다. 신 대표는 광윤사를 손에 넣으면서 신 회장을 상대로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결과가 정상이 아니라고 결론나면, 광윤사 이사회의 결정도 무효로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신 대표가 어렵게 장악한 광윤사를 놓칠 위기에 빠진다.
신동주 대표는 일단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이 무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DJ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없고, 이에 관한 의학적·법률적 판단에 자신이 있다. 성년후견인 지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에서 정상 판정을 받아도, 신 대표 입장에서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제대로 된 반격을 가하기에 부족한 상태인 건 마찬가지다. 일본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것과 함께 여론전을 펼치는 것밖에 없다.
신 대표는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내세워 여론전과 명분싸움을 유리하게 이끄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에게 정당성이 없고, 아버지가 인정한 후계자는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영상 전문가가 자주 드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지막까지 버릴 수 없는 카드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의 설득을 위한 물밑 작업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 대표는 오는 6월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까지 종업원지주회를 포섭해 다시 한 번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49년만에 롯데제과의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롯데그룹은 고령과 성년후견인(대리인) 지정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신 총괄회장을 오는 25일 롯데제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