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배당잔치' 앞둔 삼성카드, 소비자 혜택 줄이려다 망신 당한 사연
기사입력| 2016-02-16 09:16:12
'우는 놈만 떡 하나 더 준다?'
삼성카드의 일관성 없는 서비스 정책이 빈축을 사고 있다. 삼성카드는 최근 '수퍼S카드'의 약정한도를 보너스 포인트로 전환하는 비율을 줄였다가 소비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단체행동에 들어가자 슬그머니 원상 복귀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혜택을 줄이고 있으면서도 최근 고배당을 추진하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더욱 원성을 사고 있다.
한편 삼성카드는 강력한 구조조정 중인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에 비해 수익성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매각설이 돌아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소비자들 혜택 축소 관련 금감원에 민원제기하자 '없었던 일'?
수퍼S카드는 '약속한 만큼 돌려준다'를 콘셉트를 내세우면서 인기 몰이를 했던 카드다. 사용한 금액만큼 포인트 등의 혜택을 주는 여타 카드와 달리, 수퍼S는 미리 포인트성 약정한도를 주는 개념으로 어필했다. 즉, 가입자가 매월 삼성 수퍼S카드로 사용할 금액(30만~300만원 범위)과 기간(1~5년)을 정하면, 이에 따라 미리 약정한도를 주고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약정한도는 최대 360만원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이 약정한도를 보너스 포인트로 전환하면, 약정한도 사용 가맹점보다 훨씬 많은 보너스클럽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 보너스클럽 가맹점 중엔 주유소나 쇼핑몰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도가 높은 곳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카드가 지난달 8일부터 이 보너스 포인트로 전환하는 비율을 기존 10:9에서 10:7로 축소해버렸다. 이에 따르면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보너스 포인트 또한 확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한 달 50만원을 5년 사용하겠다고 약정할 경우 약정한도액은 20만원이 된다. 이를 기존 비율에 따라 보너스 포인트로 전환하면 18만원이 되지만, 축소 비율에 따르면 14만원이 된다. 약정한도액이 클수록 고객들은 혜택 축소에 대한 체감 지수는 더 올라가게 된다.
삼성카드의 이러한 방침에 반발한 소비자들은 지난 1월 내내 삼성카드 고객센터에 지속적으로 항의를 한데 이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다. 특히 온라인 카페 등을 중심으로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삼성카드의 일방적인 서비스 혜택 축소는 부당하다'며 약관을 분석하고, 삼성카드에 항의 내용과 금감원 민원 제기 절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전환비율 변경 방침에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삼성카드는 최근 소비자들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단체행동에 굴복, 약정한도 전환비율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지난 8일부터 개악된 비율에 따라 전환됐던 포인트는 원래 10:9의 비율로 재조정, 적립됐다. '뿔난' 소비자가 손을 잡은 결과, 대기업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승전고를 울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카드 측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고객에게 전화를 해 민원 취하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삼성카드 관계자는 "민원 제기시 연락처 공개에 동의한 사람에 한해 전화로 당사 입장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포인트 전환비율을 조정했으나 회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종전 전환비율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카드 혜택을 줄이려했던 시도 자체가 부적절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이같은 삼성카드의 '속 보이는' 서비스 정책을 놓고 고객 반응은 싸늘하다. "힘없는 일반 소비자는 큰 목소리를 내야지만 자기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 등이 온라인 관련 카페에 잇달아 올라왔다.
▶소비자 혜택 줄이면서 올해 배당금 전년보다 577억원 늘려
이처럼 수익성 보존 등 다양한 이유를 내세워 일부 카드의 혜택 축소 움직임을 보여준 삼성카드가 최근 고배당 정책을 적극 채택, '배당잔치'를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카드는 올해 배당금을 1731억원으로 계획, 지난해의 1154억원보다 577억원이나 늘렸다.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1000원에서 올해 1500원으로 높아졌다. 이는 1100원 수준이라는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삼성카드의 2015년도 실적에 대한 배당성향은 51.9%로 전년에 비해 34.3%포인트 상승했다. 배당성향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에서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이와 관련 삼성카드는 "배당은 주주 친화 정책 강화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며 "앞으로도 경영여건을 감안해 순이익 범위 내에서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삼성카드는 지난해부터 매각설에 시달려왔다. 그동안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삼성토탈(현 한화토탈)·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삼성탈레스(현 한화탈레스) 등을 매각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중 상대적으로 수익성·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카드의 매각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직접 나서 사내방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급기야 지난해 12월엔 증권가와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중국 안방보험이 삼성카드를 사들이기로 이미 합의됐고, 부인공시 시효시간 때문에 인수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소문까지 떠돌기도 했다.
당시 해명공시에서 삼성카드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보유지분 매각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양사 모두 보유 중인 삼성카드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약 3주 만에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4339만주)를 삼성생명에 매각하면서 거짓 공시 논란에 휩싸이는 등 이래저래 구설에 올랐다. 삼성생명의 지분 매입으로 삼성카드 매각설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