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돌쟁이 손자 '금수저 논란' 왜?
기사입력| 2016-02-12 09:39:43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일가의 웅진씽크빅 주식 매입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 회장의 손자와 두 아들은 최근 수십억원 어치의 웅진씽크빅 주식을 장내 매입했는데, 공교롭게도 10여일 후 웅진씽크빅이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깜짝 실적)를 기록한 것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급등, 30% 넘게 수익이 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윤 회장 일가가 이같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아울러 어닝서프라이즈 발표 전에 웅진씽크빅 주식을 싼값에 집중 매입, 윤 회장이 두 아들의 경영권 승계를 공고하게 했다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은 1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와 1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가 지난해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런 가운데 미공개 정보이용 논란이 터져 나와 윤 회장이 또 다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돌쟁이 손자와 아들들의 주식 취득, 하필이면 실적발표 앞두고?
윤석금 회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백과사전 세일즈맨 출신으로 30대 중반에 출판사업을 시작해 식품과 정수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한때 웅진그룹을 재계 30위권까지 급성장시켰던 윤석금 회장은 지난 2012년 사기성 CP 발행,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4년 8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며 기사회생했다. 검찰과 윤 회장 모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윤 회장은 항소심 선고 직후 "투명경영을 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투명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윤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돌쟁이 손자가 웅진씽크빅 주주가 되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웅진씽크빅 주식 1795주(0.01%)를 취득해 화제가 된 윤석금 회장의 첫 손주는 윤 회장의 차남인 윤새봄 ㈜웅진 상무보(37)와 배우 유설아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난해 1월 13일 생으로 이제 막 첫 돌이 지났다. 당시 투자금액은 주당 평균 1만1100원인 1990만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윤 회장의 두 아들 윤형덕 웅진씽크빅 상무보(39)와 윤새봄 상무보도 지난달 15~20일 각 17만9765주, 모두 35만953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두 사람의 투자 자금은 40억원 가량으로 주당 평균 1만1100원에 매입한 셈이다. 이번에 주식 매입으로 두 형제의 소유지분은 5.7%(197만주)로 확대됐다. 윤 회장의 손주 뿐만 아니라 두 아들까지 지난달 중순 즈음해서 웅진씽크빅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이다.
그런데 윤 회장 일가가 주식을 매입한지 10여일 후인 지난 1일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매출 6505억원, 영업이익 233억7000만원, 당기순이익 134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2%, 30.1%, 28.8%씩 증가한 것으로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이후 웅진씽크빅 주가는 연일 급등하고 있다. 윤 회장 일가가 주식을 매입할 때만 하더라도 1만1000원 안팎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설 연휴전인 지난 5일 1만4900원까지 치솟더니,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코스피지수가 2.96% 폭락한 11일에도 1만4900원으로 마감하며 보합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윤 회장 일가는 불과 한 달도 안 돼 30% 이상 시세차익을 얻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윤석금 회장 일가가 호실적 발표를 앞두고 오비이락격으로 주식을 매입했기에 미공개 정보이용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어닝서프라이즈 발표 전에 윤 회장의 두 아들이 보유지분을 크게 늘렸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 "윤 회장이 항소심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이 같은 논란에 휩싸임에 따라 또 다시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 사건과도 오버랩 된다. 지난 2012년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법정관리 직전 윤 회장의 부인인 김향숙씨가 보유계열사 주식을 대거 매각,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약 5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2013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윤 회장 등을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최근 웅진씽크빅 주식 취득과 관련, "보유 지분 확대 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면서 "오너 일가는 주식 취득 후 6개월간 양도할 수 없기 때문에 단기간의 주가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싼값에 웅진씽크빅 주식 집중 매입으로 경영권 공고히?
지난 2012년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로 위기를 맞은 웅진그룹은 알짜 계열사였던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웅진케미칼(현 도레이케미칼), 웅진식품 등을 매각하고 현재는 웅진씽크빅과 웅진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재기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웅진씽크빅은 전자책 렌탈서비스 '웅진북클럽'의 호조로 지난해 4분기 1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재도약의 발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윤석금 회장은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라고 무조건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꾸준히 밝힌바 있다. 하지만, 웅진그룹이 기업회생절차를 밟던 지난 2014년 웅진홀딩스 지분을 두 아들에게 넘겨줬다. 이후 웅진그룹은 형제간 공동경영 체제로 전환해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웅진홀딩스에서 ㈜웅진으로 사명을 변경한 지주회사에서는 장남 윤형덕 상무보가 지분 12.5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고 차남 윤새봄 상무보는 지분 12.48%를 갖고 있다. 게다가 어닝서프라이즈 전에 두 아들이 싼 값에 웅진그룹 알짜계열사인 웅진씽크빅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웅진씽크빅의 최대주주는 24.33%를 소유한 ㈜웅진이고 윤 회장의 두 아들이 각각 2.84%의 지분을 소유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30%를 넘어섰다.
윤형덕 상무보는 웅진씽크빅의 '웅진북클럽'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윤새봄 상무보 역시 화장품 판매, 시스템 통합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윤 회장의 두 아들이 30대로 젊은 나이고 입사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변의 우려는 여전하다. 2008년 웅진코웨이 대리로 입사한 장남 윤형덕 상무보와 2009년 웅진씽크빅에 입사한 차남 윤새봄 상무보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샐러리맨 신화'의 대표적 주인공인 윤석금 회장이 그동안 누차 이유 없는 경영권 대물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는데, 최근 행보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며 "젊은이들 사이에 금수저·흙수저 계급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어닝서프라이즈 발표 전에 주식을 싼값에 집중 매입하는 등 윤 회장이 두 아들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김소형 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