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자 효성 부사장. 사진출처=경운박물관 홈페이지
그동안 오너 일가로 인해 말 많고 탈 많았던 효성그룹에 또 다시 '오너 리스크'가 불거졌다. 탈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81)이 자신의 아내 송광자씨(72)를 18년간 비서실에 근무토록 한 것.
효성 사업보고서에는 송씨가 회장 비서실에서 부사장 직책으로 '상근' 근무하는 것으로 돼 있다. 물론 제대로 출근해 해당 업무를 수행했다면 논란이 되기보다는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송 부사장이 실제 비서실 업무를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송 부사장은 경기여고 동창회에서 운영하는 경운박물관의 관장직도 맡고 있기 때문.
이같은 논란은 지난해 9000억여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효성그룹의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효성그룹은 그동안 조석래 회장의 장·차남간 법적 분쟁, 수천억원대 분식회계·탈세, 금융계열사 사금고 논란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오너 리스크에 시달려왔다. 특히 일각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 회장과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18년간 회장 사모님의 비서실 근무 '논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효성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송광자 부사장은 1998년 3월 16일부터 비서실에서 근무해왔다. 송 부사장은 2012년에는 상무, 2013년부터는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어서 상당액의 임원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송 부사장은 상근으로 근무 중이며 미등기 임원이라고 명시돼 있다. 사전적 의미로 상근은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하거나 그런 근무 형태를 말한다. 그런데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공예작가인 송 부사장이 경운박물관의 관장으로도 재직 중이라 의혹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운영 중인 재미블로거 안치용씨는 "만약 실제로 일하지 않았다면 효성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조석래 회장이 또 다른 배임혐의를 저지른 셈"이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상 기업체는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근로자에게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과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 이럴 경우 결국 효성은 송 부사장에게 임금과 4대보험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앞으로 퇴직한다면 효성은 송 부사장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안씨는 "물론 재벌총수의 부인이 매일 비서실로 출근해 비서업무를 수행했다면 흔히들 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전형으로 추앙받아야 한다. 하지만 송씨가 제대로 출근하지 않거나 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효성이 송씨에게 임금과 4대보험을 제공했다면 이는 배임행위가 되며, 효성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조석래 회장이 배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거꾸로 효성이 송씨에게 임금과 4대보험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임금체불 등 노동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이 또한 불법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씨는 "박물관 관장인 송씨가 효성의 비서로 일했는지 궁금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효성은 "(송 부사장은) 사업보고서에 공시한 바와 같이 부사장으로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송 부사장은 미술전공자로 다양한 그룹내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며 "또한 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운박물관장직도 일종의 봉사직으로, 그룹내 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조석래 회장·조현준 사장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해야"
오너 리스크가 또 다시 불거진 가운데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둔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이 각각 대표이사와 등기임원으로 재선임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탈세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조 회장과 조 사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는 지난달 15일 수천억원대 분식회계와 특가법상 조세포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고령과 건강상 이유로 조 회장은 법정구속을 면했다. 7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사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명령 120시간을 명했다. 또한 조 회장의 탈세 등을 공모한 혐의(특가법 위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고 벌금형은 선고유예를 받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이번 1심 판결로 조석래 회장 일가의 범죄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만큼 조 회장·조 사장 및 최측근인 이 부회장은 즉각 효성그룹의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판결로 조 회장 등은 증권선물위원회의 해임권고 조치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7월 증권선물위원회는 조 회장과 이 부회장에 대해 효성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해임 권고와 함께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효성은 1998년 효성물산 등 계열사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불량 매출채권 등 부실자산을 정리하지 않고 승계한 후 유형자산·재고자산으로 대체 계상해 자기자본을 부풀린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효성은 같은 해 10월 증선위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집행을 미뤄달라는 취지다. 재판부도 조 회장이 증선위의 처분 근거가 된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만큼 일단은 형사재판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이들이 모두 유죄를 선고 받음으로써 이들에 대한 해임 요구가 거세졌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