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금호아시아나 재건 위해 갈 길 바쁜 박삼구 회장, 소송에 발목 잡히나
기사입력| 2016-02-02 09:32:52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 2016년은 매우 중요한 해다. 회사 창립 70주년을 맞은 동시에 지난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6년 만인 지난해말 다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품으로 돌아가면서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 박삼구 회장을 둘러싼 악재 탓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다"며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박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박삼구 회장 배임 혐의를 다시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항고했다. 재계 일각에서 두 송사가 워크아웃부터 졸업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경영정상화를 위해 갈 길 바쁜 박삼구 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 경영권 되찾은 뒤 한 달 만에 악재 돌출
지난 1월초쯤만 해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지난해 12월 29일 박삼구 회장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한 대금 7228억원을 납입하며 경영권을 되찾았다. 워크아웃 졸업 과정에서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을 CJ그룹에 팔았고, 금호석유화학은 계열 분리를 했지만 박 회장의 복귀가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냈다. 이로 인해 실적 개선에 나서기 수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상황이 급변했다. 박 회장을 상대로 한 검찰 고발 등 송사가 발단이 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에 박 회장과 금호재단 및 죽호학원 이사 19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 인수과정에서 금호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을 활용,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박 회장은 새로 설립한 그룹 지주사 '금호기업'을 통해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을 취했다. 금호기업의 총 출자금 2321억원 가운데 박삼구 회장 등 직접 출자는 1301억원이다. 나머지는 박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보통주 200억원+우선주 200억원)·죽호학원(우선주 150억원) 등 그룹 공익법인과 이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케이에이(보통주 50억원)·케이에프(보통주 20억원)·케이아이(보통주 30억원) 등이 총 650억원을 출자했다.
금호기업은 채권단으로부터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붙여 주당 4만1213원을 지급했다. 현재 주가 1만3800원보다 3배가량 비싸게 지불한 셈이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재단과 죽호학원이 환금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고가에 취득한 것은 정상적인 의사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며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공익법인이 박삼구 회장 일가의 지배권 확보 수단으로 악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각 법인 이사들은 법인 대표로서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 회장과 관련된 송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박삼구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끌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의) 배임 혐의를 다시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항고했다. 이는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검이 금호석화와 경제개혁연대가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위기 당시 계열사끼리 기업어음(CP)을 거래해 부도를 막은 행위와 관련해 박삼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후 이뤄졌다.
검찰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 신청 후 발행한 CP는 기존에 발행한 CP를 만기 연장한 것에 불과, 금호산업 등 파산으로 계열사들도 피해를 봤을 것이기에 배임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금호석화는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는 CP 발행시기에 이미 변제능력을 상실했고 CP를 통한 자금 지원시 금호산업 사내복지기금을 대상으로 CP를 발행하는 등 위법적인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검찰이 제대로 판단하지 않아 재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개혁연대와 금호석화가 제기한) 두 송사 모두 워크아웃부터 졸업까지 관련이 있는 사안으로 향후 결과가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정상화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아무 문제없을 것" 자신감 피력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잇달아 송사에 휩싸였음에도 여유로운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송사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 사실과 다른 내용인 만큼 회사 경영정상화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설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경제개혁연대의 횡령 고발의 경우, 양 법인은 이사회 결의 등 필요한 법적 절차를 밟았다"며 "재단과 학원이 매입한 주식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상환권과 우선배당이 보장돼 매년 최소 2% 이상의 배당이 보장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 법인은 금호기업 주식을 매입했기에 금호산업 주가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금호기업은 그룹 지주사로 단순한 비상장기업 주식 매입과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금호석화의 항고와 관련해서는 "금호석화가 검찰에 항고를 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입장을 밝힐 만한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