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카카오, 멜론 인수 몸집불리기…고가 인수 논란에 효과도 '글쎄'
기사입력| 2016-01-13 09:14:33
이쯤 되면 전방위적이다. 카카오의 몸집 불리기는 지하철 관련 앱(지하철내비게이션), 내비게이션 업체(김기사), 음원사이트(멜론) 등 사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계속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투자규모도 커졌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의 공격경영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특히 증권가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멜론 인수에 대해 "과도한 투자"라고 우려하고 있다. 멜론 인수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임지훈 카카오 대표의 합작품으로 전해진다. 향후 상황에 따라 두 사람 경영능력의 결정적인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감 '솔솔'
카카오는 지난 11일 음악 서비스 1위 업체인 멜론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에 따르면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의 지분 76.4%를 1조8700억원에 인수한다. 인수대금은 주당 9만7000원이다. 로엔의 주가가 인수 직전 거래일인 지난 8일 7만8000원(종가)인 점을 감안하면 23%가 비싼 금액이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 카카오의 고가 인수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1조8700억원 규모는 국내 IT업계에서 이뤄진 M&A 규모중 가장 크다. 글로벌 업체의 M&A를 고려해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구글이 2006년 유튜브를 인수할 때 들인 돈이 16억5000만달러(약 2조원)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카카오의 멜론 인수는 IT업계의 대표 M&A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카카오가 공격 경영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지나친 투자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가 최근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신사업 추진을 위해 다양한 벤처 기업을 M&A했다. 지하철내비게이션, 키즈노트, 서울버스, 케이큐브벤처스, 동남아지역 SNS업체인 패스,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 등 많은 기업을 품에 안았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이 투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의 신사업이 대부분 온·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업 특성상 상당한 마케팅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로 카카오가 현재 보유중인 현금 상당량이 사용될 경우 신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의 로엔 인수에 따른 이익 증가는 긍정적이지만 인수대금 조달을 위한 투자자 유치를 위해서는 높은 가격대의 인수가가 정당화되어야 하고 차입시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캐시카우(주수익원)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시너지 발생 여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카카오는 업계의 자금난 우려에 대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카카오 측은 "로엔 지분 인수 대금 일부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할 것"이라며 "예정된 유상증자 총액은 7544억원으로 신주 691만주(스타인베스트 555만주·SK플래닛 136만주 배정)를 주당 10만9000원에 발행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자체 보유한 현금과 인수금융을 활용하고 추가적으로 외부 투자유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일정 투자자금을 확보할 계획인 만큼 자금 유동성 위기로 신사업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멜론 인수자금으로 3000억원 부족
이같은 카카오의 설명에도 증권가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물론 카카오가 자금난을 겪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자금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증권가는 카카오의 현금 보유량이 지난해 3분기 기준 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4분기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고 해도 7000억원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544억원의 유상증자와 7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모두 사용한다고 해도 3000억원 가량이 부족하다. 물론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있다. 대신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현금 확보에 나서야 하는 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다.
신사업에 대한 사업적 성과가 부족한 것도 위기설에 무게를 더한다.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M&A를 진행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사업적 성과를 보이는 곳은 카카오택시 정도에 그친다. 카카오의 M&A의 목적이 국내 플랫폼 사업자에 맞춰져 있어 당장 수익 확보가 아닌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멜론 인수가 기존 신사업과는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며 위기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유료로 디지털 음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 수는 600만명 가량으로 이중 1위 사업지인 멜론 이용자수는 30%에 달해 수익구조가 확실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카카오가 보유한 기존 콘텐츠와 음악을 결합하거나 카카오톡으로 맞춤형 음악 추천 서비스를 제공 등을 통해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측은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의 경우 상장사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음악은 업계에서 킬러콘텐츠로 분류된다"며 " 음악 콘텐츠와 카카오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