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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쌍두마차 조성진-조준호 대표, 책임경영 효과볼까

기사입력| 2016-01-06 10:40:23
지난 연말, LG전자가 새 틀을 짰다. 구본준 대표이사 부회장이 그룹으로 갔다. 5년만의 오너대표체제 마감이다.

대신 사업부별 각자 대표체제가 도입됐다. 조성진, 조준호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가 됐다. 기존 대표이사였던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 사장과 함께 3인 대표체제다.

조성진 사장이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 조준호 사장은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를 계속 맡는다. 대신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결정권과 함께 더 큰 책임이 주어졌다.

변화의 이유는 명확하다. '책임경영'을 더 확실히 하라는 주문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한꺼풀을 더 벗겨보면 '동전의 양면' 같기도 하다. '권한'과 '책임', 뗄레야 뗄 수 없다. 반면 서로 부담이 되는 관계다.

그렇게 보면, 사실 이번 인사가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조성진 사장에게는 '권한'의 의미가 커 보인다. 조준호 사장에게는 '책임'의 압박감이 전해지는 듯 하다. 왜일까.



▶잘 나가는 조성진-위기의 조준호

이유는 실적이다. 먼저 잘 나가는 조성진 사장을 보자.

조 사장의 영역은 H&A 사업부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 공조·시스템 에어컨 등을 담당한다.

지난해 3분기에 24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뛰었다. 이 기간 LG전자의 총 영업이익은 2940억원이다. 한눈에 봐도 눈에 띄는 성적표다.

조 사장의 프리미엄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니 이번 인사가 '힘을 실어주는 카드'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기세에 올해 전망도 괜찮다. 관련업계와 증권가에서는 H&A사업부의 영업이익을 96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 총 전망치의 60%가 넘는 수치다.

물론 개선할 부분이 있다. 영업이익율이 떨어진다. 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원가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유럽의 벽'을,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의 추격'을 넘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조준호 사장은 갈 길이 험하다.

MC사업본부를 처음으로 맡은 지난해, 실패를 맛봤다. 3분기에 영업손실 776억원을 기록했다. 적자로 전환했다.

야심작이라던 G4 판매가 부진했다. 출시를 한달 앞둔 지난 3월 자신감에 넘쳤던 조 사장이었다. "지금 국내외 통신시장에서는 강한 3등이 필요하다. LG 휴대폰이 획기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이었다.

현재 시장에는 슈퍼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V10'이 나와 있다. 조 사장이 상품기획부터 손을 댄 일명 '조준호폰'이다. 하지만 '반전 카드'가 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해 성적표를 조 사장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지나치다.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실적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인사가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고졸 신화 '세탁왕' vs 엘리트 '전략통'

두 CEO, 많이 다르다. 걸어온 길 역시 다르다.

조성진 사장은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다. 용산공고를 졸업, 1976년 금성사에 입사했다. LG전자의 전신이다. 전기설계실에서 일했다. 과장을 다는 데 10년이 걸렸다. 입사 20년차에 부장이 됐다. 상무로 승진한 건 2001년이다. 입사 26년차였다. 대졸 공채 동기들보다 많이 늦었다.

조준호 사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시카고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쳤다. 2002년 44세에 LG전자 부사장에 올랐다. 2009년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51세, 최연소 사장 승진 기록자다.

조성진 사장은 '학력의 벽'을 실력으로 넘었다.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보다 나만의 능력을 쌓으려 노력했다"는 말이 그가 걸어온 길이다.

1998년 세계 최초로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 기술을 개발했다. 세탁기 공간을 줄인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LG전자 세탁기는 세계 정상에 올랐다. 2005년에는 세계 최초 '듀얼분사 스팀 드럼 세탁기'를 개발했다. 해외 출장 중 호텔에서 뜨거운 물의 증기를 쐰 양복바지가 펴지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같은 노력에 2013년 H&A 사업본부장 사장에 올랐다. 37년간 세탁기 한 우물을 파왔던 땀의 결과다. 스무살에 입사, 이제 만 60세다. 입사 40년차, LG전자 최장수 근무 기록자다.

조준호 사장은 일찌감치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눈도장을 받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경영혁신추진본부 임원으로 구조조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2004년에는 북미시장에서 휴대폰 사업의 성공을 이끌었다. 이같은 활약에 최연소 부사장, 사장 승진을 이뤘다. 온화하면서 치밀한 성격의 그룹 대표 전략 전문가란 평가를 듣는다.

절박한 조준호 사장에게는 '명예 회복'의 기회일 수 있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 시장과 중저가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투 트랙'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주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LG 전자의 쌍두마차, 과연 어떤 올해말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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