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우유업계 왜 이러나…CEO는 뇌물·오너일가는 횡령
기사입력| 2015-12-08 17:55:35
대형 우유회사들의 추악한 비리와 갑질이 드러났다. 우유업계 1, 2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과 매일유업이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경영진이 기소됐다. 특히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은 대한민국에 '갑을관계'와 '갑질'이란 사회적 이슈를 일으켰던 남양유업 사태를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경쟁사들이다. 남양유업 사태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불공정거래 근절에 먼저 나서는 게 책무이고 도리임에도, 속으로는 더 큰 비리와 갑질을 벌여왔던 셈이다. 게다가 범죄 혐의로 기소된 임원들이 최고경영자와 오너 일가라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우유 CEO는 뇌물로 구속…직원은 월급 대신 우유 받아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6일 서울우유 이동영 전 상임이사(62)와 매일유업 김정석 전 부회장(56) 등 두 회사의 임직원 12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또한 검찰은 두 회사의 임직원들에게 4억1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네고 회사 자금을 빼돌린 우유 용기 납품업체 대표 최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우유의 이 전 상임이사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 5월까지 5년여 간 우유 용기 납품업체 최 대표에게 "납품계약을 유지하고 불량품이 나와도 무마해주겠다"는 조건으로 8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우유는 일반적인 주식회사가 아니라 협동조합으로 상임이사가 1명뿐이라, 이 전 상임이사가 실질적인 최고경영자였던 셈이다. 게다가 협동조합법상 상임이사는 공무원 자격을 갖는다. 그만큼 투명하고 도덕적인 책임이 중요한 자리이다. 결국 이 전 상임이사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돼 구속 기소됐다. 지난달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이 전 상임이사 사무실에서 회계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7년 치 구매 관련 자료, 업무 일지 등을 압수하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이 전 상임이사는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 전 상임이사는 3선 상임이사였다.
서울우유는 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본부장과 팀장급 직원들도 납품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자행했다. 서울우유의 경영전략팀장은 "납품계약 편의를 봐주겠다"며 최 대표에게 2200만원을 받았다. 다른 간부직원 4명도 각각 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결국 이들 모두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우유 본사 경영진들이 이렇게 비리를 저지르는 동안에 정작 서울우유는 직원들에게 월급 일부를 유제품으로 지급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만큼의 액수 대신 우유와 유제품으로 월급을 대신했다. 서울우유는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반기 순손실을 기록하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고육지책으로 서울우유는 '우유월급'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던 셈이다.
▶매일유업 오너 일가는 횡령…직원은 갑질
매일유업도 '갑질'과 횡령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매일유업 창업주의 차남이자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동생인 김정석 전 부회장은 회삿돈 48억원을 빼돌린 횡령 혐의로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됐다. 최근 대기업 오너 일가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라 더욱 논란이다. 그는 매일유업의 3대 주주이기도 하다. 또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매일유업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매일유업은 김 전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납품 중개 및 운송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 납품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납품액의 3%를 수수료로 내는 불필요한 중간 단계를 거쳐 매일유업에 납품을 해야만 했다. 사실상 납품업체들은 이 전 부회장이 대주주인 회사에 통행세를 낸 셈이다. 그리고 이 전 부회장은 2008년부터 지난달까지 7년간 이 중개 업체의 수익금 48억원을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근무하지도 않은 직원 명의의 계좌로 거래금액을 가로챘고, 이를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매일유업 오너 일가인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검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김 전 부회장이 48억원을 전부 변제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매일유업 부장 노모씨는 김 전 부회장과 짜고 법인 자금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매일유업은 오너 일가의 횡령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도 있었다. 매일유업 치즈사업부 팀장 홍모씨는 납품업체 최 대표로부터 '납품단가를 유지하거나 물량을 늘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표 1억2000만원과 3000만원 상당의 자동차를 받았다. 같은 팀 과장도 비슷한 청탁을 받으며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9600만원을 수수했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 측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아직 검찰 수사 과정에 있어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추후에 결정할 거 같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오랜 기간 뇌물을 주고받은 것으로 볼 때 업계 전반에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유업계의 비리가 직간접적으로 유제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우유업체의 납품 비리를 지속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