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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복귀 100일' 최태원 SK회장의 명과 암은?

기사입력| 2015-11-24 10:25:32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경영일선에 복귀한지 100일을 맞았다.

2년 7개월의 수감생활을 보낸 최 회장은 지난 8월14일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당시 대기업 총수로는 유일하게 사면복권 혜택을 받은 것. 정치권과 재계의 '내수 경제 살리기'라는 기대감이 맞물린 사면이었다.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최 회장은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현장경영의 보폭을 넓히는가 하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른 긍정적인 평가도 잇따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잡음도 나오고 있다. '믿었던' 면세점에 발등 찍혔는가 하면 대규모 일자리 창출 계획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경영 복귀 100일을 맞은 시점에서 SK그룹이 겪고 있는 명과 암을 짚어봤다.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에 M&A 행보도

'돌아온 리더' 최태원 회장은 그 동안의 공백을 만회하려는 듯 쉼 없이 사업장을 돌아보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최 회장은 출소한지 3일만인 지난 8월17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46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최 회장은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도 강조했다.

우선 최 회장은 출소 이후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최 회장은 대전과 세종 등 SK가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SK석유화학 울산 공장 등 주력 계열사 현장을 챙겼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 8월 이후 지금까지 총 7곳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 SK그룹이 지원한 세종과 대전센터는 물론 삼성, LG 등 다른 경쟁 그룹사들이 세운 혁신센터도 5곳이나 방문한 점이 특이했다. 그만큼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 활성화와 창조경제에 대해 최 회장이 부응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보통신에 대한 투자확대를 강조한 최 회장은 굵직한 기업인수·합병(M&A)도 성공시켰다.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지난 2일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약 1조원에 전격 인수한 것.

이번 인수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방송이다. SK텔레콤은 가입자 335만명을 보유하며 인터넷TV(IPTV) 분야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420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CJ헬로비전을 추후 합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유료 방송 가입자 수를 750만명으로 늘리며 업계 1위인 KT(가입자 815만명)를 위협하는 동시에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220만명)와는 차이를 벌리게 된다. 무선통신 분야에서도 알뜰폰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의 가입자 87만명을 끌어들임으로써 점유율이 다시 50%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이번 합병으로 SK텔레콤은 유무선 시장을 아우르는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SK그룹의 LG전자 인수 가능성도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측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설'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SK그룹의 주력인 통신과 반도체에서 LG전자와의 사업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것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사업부문에 반도체가 없기 때문에 하이닉스와 연관이 없을 수는 없고, LG전자에서 만들고 있는 휴대폰을 SK텔레콤에서 판매를 하고 있기에 사업 시너지 차원이라는 점이 힘을 받고 있다.

▶중국 유럽 찍고 미국까지…글로벌 현장 누벼

최 회장은 지난 100일 가운데 24일을 해외에 머물며 글로벌 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중국(8박9일), 유럽(7박8일), 미국(6박7일) 등 출장지역도 다양하다.

우선 최 회장은 지난 8월말 중국 내 SK하이닉스 우시 공장과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합작 프로젝트인 중한석화의 우한 NCC 공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했다. 또한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접촉하며 네트워크도 강화했다. 중국내 기존 사업의 입지 강화와 신사업 확대를 위한 발걸음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어 최 회장은 홍콩과 대만도 방문해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중화권에 이어 스페인과 네덜란드, 스위스 등을 잇달아 돌며 유럽 현지에서 현장 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9월22일 최 회장은 SK루브리컨츠와 스페인 렙솔과의 합작법인인 일복(ILBOC)의 스페인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곳은 유럽 최대 규모 윤활기유 공장으로 고급 윤활기유를 연간 63만t 가량 생산할 수 있다. SK루브리컨츠는 기존 울산과 인도네시아 두마이 공장에 이어 카르타헤나 공장 준공으로 하루 7만800배럴(연 350만t)의 윤활기유 생산 능력을 갖춰 엑손 모빌과 쉘에 이어 세계 3위의 윤활기유 제조업체로 도약했다.

최 회장은 이어 네덜란드와 스위스를 방문해 에너지·반도체 사업 영역 확대에도 나섰다. 또한 최 회장은 지난달 14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미국 내 사업장을 둘러보고 에너지 관련 사업 분야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 회장은 정부의 경제 활성화 시책에 부응하면서 국내외 신사업 추진·확대 등을 도모하는 등 '뚝심 경영'을 벌이고 있다.

▶면세점 탈락은 소홀과 지나친 낙관 때문?

이에 반해 최 회장은 '면세점 탈락'이라는 굴욕의 시간도 보냈다. SK네트웍스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서울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이 23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관세청이 2013년 법을 개정해 5년마다 경쟁입찰 시행을 결정한 이후 기존 면세점 사업자가 사업권을 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1000억원 규모의 리뉴얼 공사를 통해 워커힐 면세점 매장 면적을 1만2384㎡(3746평)로 확대해 올해 연말 개장할 예정이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이로 인해 올해 초 SK네트웍스가 미래동력으로 내세운 ▲자동차 ▲면세 ▲패션 등 3대 신성장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워커힐 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2700억원을 기록했다. SK네트웍스의 연결기준 전체매출 22조4000억원 가운데 1%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SK네트웍스 전체영업 2013억원의 약 5%(108억원)를 워커힐면세점에서 냈다. SK그룹 사업 전체를 보면 유통업 비중이 그다지 크지도 않다.

하지만 이번 면세점 탈락은 SK그룹에게는 두 가지 점에서 뼈아픈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SK그룹의 연이은 M&A 실패 이후 벌어진 일이다. SK그룹의 에너지계열사인 SKE&S가 STX에너지 인수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SK텔레콤도 보안업체 ADT캡스 인수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SK네트웍스가 추진했던 KT렌탈 인수와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 등도 실패로 끝났다.

물론 이들 인수 작업 실패는 모두 최 회장의 부재중에 겪은 일이다. CJ헬로비전 외에 다른 기업의 잇단 인수 '불발탄'은 그룹의 피로도와 패배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경영복귀 이후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온 최 회장에게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꼴이 됐다.

이번 면세점 전쟁은 대기업 총수들의 대리전 양상을 띠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굵직한 신사업 추진에 매진하던 최 회장이 면세점 선정에는 소홀했다는 지적과 함께 너무 낙관적으로 대하지 않았나하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면세점 전쟁에서 다른 오너들은 유치를 위한 각종 공약 등을 내세우며 발로 뛰었지만 최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도 출발부터 '잡음'

SK의 사회공헌 사업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8월 정부의 광복절 특사 발표를 앞둔 시점에 SK는 대규모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했다. SK는 2016년부터 2년간 운영되는 지원 활동을 통해 4000명의 인재를 육성하고 2만명의 창업교육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 사업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일고 있다. 우선 청년 고용·채용 방안 가운데 2년간 4000명에게 일자리 기회를 주겠다는 'SK 고용 디딤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다. 이들 4000명은 SK그룹과 계열사에 직원으로 직접 채용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SK 고용 디딤돌은 'SK그룹이 자신들의 협력업체(하청업체)에 청년들을 연결(알선)해 주는 프로그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정규직이 아닌 '인턴' 형태다. 결국 SK가 하청업체에 맞춘 직무교육을 지원하고, 이후 하청업체가 이들을 인턴 형태로 고용하는 것이다. 다만 SK는 이 기간 급여와 교육비 명목으로 월 150만원을 부담한다.

최악의 경우엔 하청업체가 이들을 채용하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 창출은 말 뿐이라는 것이다. SK가 청년창업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연계, 진행하고 있는 'SK 청년 비상(飛上)' 프로젝트도 출발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과 기업이 대학생에게 창업교육과 창업 인큐베이팅을 제공해 창업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SK그룹은 선발된 25개 대학에 2년간 매년 6억원씩 총 300억원을 지원한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SK가 프로젝트 설명회를 가진 이후 대학 관계자들과 창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신청자격 요건에 '사업 전담교수가 강의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이를 놓고 대학 관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학 관계자는 "대학은 사람을 뽑으면 정년을 보장해야 하는데 전담인력의 신규채용을 원칙으로 하면서 고작 2년짜리 사업에 수업 못하는 교수를 뽑을 수는 없다"며 "이는 철저히 SK사업만을 생각한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SK 지원금과 대학 부담금으로 구성되는 사업비 조성 중 대학 부담금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SK측이 설명회에서 대학이 자금을 내는 것에 따라 평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부 대학 관계자들은 결국 금액을 보고 다다익선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냐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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