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모두투어 우종웅회장 vs 하나투어 박상환회장, 한뿌리 라이벌
기사입력| 2015-10-28 10:50:07
최근 핫이슈 중 하나, '면세점'이다.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전쟁이 뜨겁다. 대기업들이 맞붙었다. SK 롯데 신세계 두산이 싸운다.
'면세 전쟁', 올해 내내 이슈다. 얼마전에는 서울시내 중소·중견기업 신규 면세점이 결정됐다. SM면세점이 웃었다.
SM면세점의 최대주주는 하나투어다. 76.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뿐 아니다. 앞서 인천공항 면세점도 낙찰받았다. 함박웃음을 지을 만 하다.
여행업계 라이벌 모두투어도 면세점에 도전했다. 지난 7월,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을 노렸다. '현대DF'에 지분 17%를 투자했다. 낙마했다. 진한 아쉬움, "기회가 되면 계속 도전하겠다"고 했다.
여행사와 면세점, 이유가 있다. 더이상 해외여행만으로는 먹고살기가 힘들다.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게 인바운드(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여행객) 시장이다. 특히 중국 관광객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매출 확대가 관심사다. 면세점, 호텔 사업 등이 그 열쇠가 될 수 있다. 업계 1,2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생각이 똑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한 뿌리 회사다. 최고 경영자는 '공동 창업자' 사이다.
참 냉정한 현실이다. 경쟁에서 어제의 친구는 의미가 없다. 등을 돌리면 남남이다. 적이다. 모두투어 우종웅 회장과 하나투어 박상환 회장, 도대체 무슨 인연일까.
▶한 뿌리에서 나온 라이벌
여행시장 점유율을 보자. 2014년 기준, 하나투어가 21%다. 모두투어는 11%다. 차이는 나지만 업계 1, 2위다.
하나투어의 전신은 국진여행사다. 1993년 11월에 세워졌다. 모두투어는 (주)국일여행사에서 출발했다. 1989년 2월이다.
여기서 더 들어가보자. 국진여행사를 세운 박상환 회장의 친정은 국일여행사다. 유종웅 회장과 같이 시작했다.
그러다 경영에 관한 견해 차이로 독립을 했다. 국진여행사는 그렇게 태어났다. 출발은 한 뿌리였다.
1996년 국진여행사는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하나투어로 출범했다. 1999년 태국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국내 여행사 최초다. 2000년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역시 여행업계 최초였다. 세를 계속 불려나갔다. 2001년 뉴욕, 2004년 런던, 2005년 일본, 2006년에는 파리에 각각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21개 계열사와 32개 현지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국일여행사는 국내 최초의 홀세일여행사다. 대리점을 통해 여행상품을 팔았다. 해외여행 자유화 등의 바람을 타고 급성장했다. 2005년 (주)모두투어네트워크로 법인명을 바꾸었다. 200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2007년 런던지사, 2010년 일본지사, 2011년 북경지사 등을 세우며 몸집을 키웠다. 현재 전국 27개 직영점과 860개 대리점, 해외 현지호텔과 관광업체 등 300여개 협력업체 등을 갖고 있다.
▶산증인 vs 파워맨
지난해 모두투어 창립 25주년 행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 박상환 회장도 함께 했다. 창립멤버로 축하를 보냈다. 박 회장은 지금도 연초에 우 회장에게 안부인사를 간다. 라이벌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돈독한 사이다.
여행업계에 발을 먼저 디딘 건 우 회장이다. 1974년 고려여행사에 입사했다. 박 회장과는 1981년 만났다. 고려여행사에서다. 이후 뜻이 맞아 회사를 뛰쳐나왔다. 1989년 국일여행사를 같이 세웠다.
다른 길을 걷게 된 건 1993년이다. 상장을 두고 의견이 맞지 않았다. 안정을 택한 우 회장과 공격성향의 박 회장은 갈라설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박 회장은 국진여행사를 설립했다.
우 회장은 여행업 40년의 산증인이다. 국내 최초로 홀세일방식 영업을 도입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우 회장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초심을 잃지 않는 경영자다. "항상 긴장 속에 산다.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셔도 6시만 되면 출근 준비를 한다. 한번도 회장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그의 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2001년 회장을 맡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금도 매일 넥타이를 매고 집을 나선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항상 초심으로, 긴장속에서 사는 그다.
박 회장은 '한국 여행산업을 이끄는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올라있다. 각종 조사에서 8년 연속 톱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격적인 경영으로 하나투어를 창업 6년만에 업계 1위로 올려놓았다.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다. 여행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줄줄이 문을 닫고, 인원을 줄였다. 하지만 박 회장은 한명의 직원도 내보내지 않았다. 월급을 줄여 모두 같이 가자고 했다. 결국 경기는 회복됐다. 하나투어는 급성장을 했다. 같이 어려움을 참아냈던 직원들이 원동력이 됐다. 그 때 업계 1위로 나섰다. 여전히 1위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유행 때도 그랬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국제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하나투어에 감원은 없었다.
우 회장은 하나투어에 대해 "선의의 경쟁으로 가격조정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 여행업계 동료이자 라이벌로 긍정적이고 발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창립 25주년을 맡아 '공격' 경영을 외쳤다. 한 인터뷰를 통해 "안정을 추구하는 편이지만 수익모델을 찾아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행업계의 경쟁, 이제 2라운드로 접어든다.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