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신동주-신동빈 '아버지 쟁탈전'으로 롯데 이미지 막장으로?
기사입력| 2015-10-22 09:55:50
롯데그룹이 막장드라마에 제대로 빠졌다. 롯데가(家)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이제는 TV 막장드라마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1차전 완승 이후, 이달초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날카로운 반격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계 5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형제간 본격적인 막장 전개로 진행되고 있다. 93세 고령의 아버지를 가운데 놓고 형제간 '아버지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은 체면도 명예도 없는 진흙탕 싸움이 됐다. 덩달아 롯데그룹 이미지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바닥까지 떨어졌다.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갖고 신경전 계속 이어져
그동안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나름 주주총회, 이사회, 지분싸움, 법정 소송 등의 최소한의 절차와 체면은 지키면서 진행됐다. 그런데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이자 거주지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둘러싼 신경전을 넘어 '아버지 쟁탈전'으로 넘어오면서 돌이킬 수 없는 막장 드라마가 됐다.
당초 이 집무실은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27일 신 총괄회장이 신동주 대표, 장녀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비밀리에 일본을 방문해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였던 신동빈 회장을 갑자기 해임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 일련의 과정이 바로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논의됐기 때문이다.
이후 24년 동안 신 총괄회장을 그림자처럼 보좌했던 김성회 롯데그룹 전무(비서실장)가 8월 12일 사퇴를 하면서,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 집무실 장악에 나섰다. 곧바로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자신의 최측근인 이일민 롯데그룹 전무를 앉혔다. 그렇게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은 신동빈 회장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됐다.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지지를 받는 신동주 대표의 입장에선 신 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집무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신 대표는 집무실 되찾기에 나섰고, 이는 곧 신 총괄회장을 확보하는 작업이 됐다. 형을 지지하는 아버지 때문에 명분이 약할 수밖에 없는 신 회장 입장에서도 아버지를 끝까지 사수해야만 했다.
이런 신경전이 계속 이어지다, 신동빈 회장 모르게 집무실에서 신 총괄회장의 언론사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한 광윤사의 장악과 여론전으로 공세의 고삐를 잡은 신 대표는 연이어 집무실과 신 총괄회장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아버지가 건강한 상태임을 대외적으로 노출시켰다. 이는 곧 신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신 총괄회장의 온전치 못한 건강 상태임을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 신동주 대표는 이후 집무실을 드나들 수 있는 마스터키를 확보했고, 자신의 회사 직원들을 신 총괄회장 곁에 상주시켰다.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대표의 비서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한 지붕 두 가족'이란 기형적인 형태가 됐다.
▶결국 터진 '아버지 쟁탈전'은 롯데를 막장드라마 주연으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두고 양 측의 신경전은 오래 못 갔다. 지난 19일 바로 막장의 진수인 '아버지 쟁탈전'이 벌어졌다.
신동주 대표가 신 총괄회장을 모시고 비밀리에 서울대 병원으로 검진을 가면서 '아버지 쟁탈전'이 시작됐다. 신 회장과 롯데그룹 측은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갑자기 사라진 신 총괄회장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 신동주 대표가 신 회장의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않는 곳으로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옮길 수도 있는 돌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시간 후 신 대표는 "신 총괄회장이 건강하시다"는 공식 발표와 함께 유유히 아버지를 모시고 다시 롯데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신 대표는 아버지 위임장을 근거로 신 회장 측근인 이일민 비서실장을 구두로 해임했고, 경호팀도 교체했다. 신 대표는 신 총괄회장의 새 비서실장으로 법무법인 두우의 나승기 변호사를 임명했다.
그러자 롯데그룹이 가만있지 않았다. 지난 20일 호텔롯데 송용덕 대표가 직접 나서 "회사 직원도 아니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사람들 다수가 몰려와서 무단으로 진입해 호텔 한 층을 점거하는 것은 호텔 사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채용규정과 내부절차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사업시설을 점거한 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신 대표 측은 "인사규정에 따른 해고가 아니라 비서실장 직위에서 해임한 것으로 인사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신임 비서실장 채용도 개인적으로 한 것이어서 롯데호텔 직원 인사규정에 따를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처럼 신 총괄회장과 집무실을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 상태다. 또 신 대표는 21일 언론사를 순방하며 신 회장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93세 고령의 아버지를 두고 벌이는 아들들의 눈물겨운 사투는 여전히 진행 중인 셈이다. 효심(孝心)에서 서로 아버지를 모시겠다는 훈훈한 미담이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국민들의 눈에는 신동주-신동빈 형제에게서 '효심'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막장 드라마를 쓰고 있는 '골육상쟁'만 보일 뿐이다.
이번 사태로 롯데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전보다 더욱 커졌다. 효(孝)를 중요시 생각하는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이번 '아버지 쟁탈전'은 롯데그룹 이미지 추락을 가속시킨 셈이다. '반(反) 롯데정서'를 넘어 '혐(嫌) 롯데정서'가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재계에서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