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신동주-신동빈 롯데 경영권 분쟁 뒤바뀐 '창'과 '방패'
기사입력| 2015-10-20 09:14:03
롯데가(家)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서 완벽하게 '공수교대'가 이뤄졌다.
1차 경영권 분쟁 때는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창'이고,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는 방어하는 '방패'의 입장이었다. 신 회장은 공세를 통해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인 일본롯데홀딩스를 장악하는 등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러나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조용히 떠났던 신동주 대표가 52일 만에 바짝 날선 창을 들고 신 회장에게 연일 파상적인 공격을 펼치며 2차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제 1차 분쟁 때와는 완전히 뒤바뀌어 신 대표가 '창', 신 회장은 지키는 '방패'가 됐다.
▶제대로 칼 갈고 나온 신동주
제1차 경영권 분쟁에서 제대로 반격 한번 못하고 물러났던 신동주 대표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8일 갑자기 신 대표는 롯데그룹 경영권을 다시 찾고,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신 회장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그리고 신 회장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시작했다고 공개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지난 11일 신 총괄회장의 언론 인터뷰를 공개, 신 총괄회장이 건강한 모습으로 신동주 대표를 지지하고 신동빈 회장에 대한 반대와 소송 지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로써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의 후계자에 대한 의지가 명확해졌다.
아울러 신 대표는 지난 14일 일본에서 롯데그룹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광윤사 주주총회를 열고 광윤사 이사로 있던 신 회장을 해임하고, 본인은 광윤사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신 대표는 광윤사 지분 50%와 신 총괄회장에게서 1주를 사들여 '50%+1'의 과반수를 확보하며 광윤사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확보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여전히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27.8%), 임원지주회(6.0%), 관계사(20.1%) 등 주요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상태라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지배 하에 있다. 그럼에도 신 대표의 광윤사 지배로 분명히 전과는 달리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제1차 경영권 분쟁 당시와 비교하면 신 대표가 제대로 지분 싸움을 할 수 있는 상황까지 올라온 셈이다.
▶지켜야 할 게 많은 신동빈
신동빈 회장은 이제 완벽히 지키는 '수성'(守城)의 입장이 됐다. 우선 신 대표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신 회장의 중국 진출 실패에 대한 이슈를 재점화하면서 신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신 대표도 예전에는 보여주지 못했던 민첩한 행보로 연일 이슈를 선점하며 신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신 대표는 16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배치 직원 해산 및 CCTV 철거 등 6가지 요구 사항을 통보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사람과 CCTV를 통해 감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 회장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에서 해임하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과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언급했던 점들이 우리나라 정서상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확인되지 않은 제3자의 출입을 통제했을 뿐 가족들의 방문을 통제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어쨌든 이를 통해 신 대표는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언제고 드나들 수 있는 전용 카드키를 확보했다. 전에는 절차를 밟고서야 신 총괄회장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신 대표는 지난 18일에도 롯데그룹 측에 신 총괄회장에게 하는 업무보고를 자신에게도 해달라고 요구, 좀처럼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신 대표의 파상적인 공격에 지켜야할게 많은 신 회장은 상당한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은 신 회장은 곧 있을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재입찰에 나서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넓게 퍼진 '반(反) 롯데정서'와 독과점 논란으로 몸을 사리고 있는 중인데, 경영권 분쟁 이슈가 커질수록 면세점 특허권 획득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 회장에겐 신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될수록 롯데그룹에 대한 이미지와 기업가치에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장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경우 기업공개를 진행 중인데, 신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이 있다. 신 총괄회장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지켜야할 게 많은 신 회장이고, 언제고 공격할 수 있는 곳이 많은 신 대표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