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업그레이드된 신동주, 신동빈에 대대적 반격?
기사입력| 2015-10-14 09:17:53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파상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한 광윤사 장악에 들아가는가 하면, 지분 27.8%를 가진 종업원 지주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에 나설 태세다. 또한 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순환출자해소방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여론전도 펼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를 위해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영입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롯데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난'은 결말을 알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문가 도움으로 확 달라진 신동주
지난 8일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인 아내 조은주 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친필 서명 위임장 등을 제시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에서 소송을 통해 아버지 명예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기자회견 내용만 보면 1차전 당시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은 전과 많이 달랐다. 1차전 당시 신 전 부회장은 부인 조은주 씨와 함께 방송사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롯데그룹의 승계자가 자신이라고 대국민 호소를 했다. 그런데 일본어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신 전 부회장은 여론에 역풍을 맞았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부인 조씨에게 기자회견 내용을 대독시켰다. 이후 기자회견은 함께 배석한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 법무법인 양헌의 김수창 변호사, 법무법인 두우의 조문현 변호사 등이 주도를 했다. 전문가들과 함께 철저하게 준비를 한 모습이었다.
1차전 당시 신 전 부회장 주변엔 한국 사정을 아는 우군이 전혀 없었다. 고령의 신격호 총괄회장과 삼촌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이 힘을 실어주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었다. 오히려 재벌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마추어적인 언론 대응으로 여론전에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국내 사정을 잘 아는 민유성 고문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2차 경영권 분쟁을 이끌고 있는 분위기다. 또한 신 총괄회장이 직접 언론을 통해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신동빈 회장을 상당히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동안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라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상대로 한 소송을 직접 꼼꼼하게 챙기고, 신 회장에 대한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들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롯데그룹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 신동빈 회장이 아니라,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한 셈이다. 이로써 신 회장의 롯데그룹 승계 명분이 상당히 약해지게 됐다.
1차 분쟁에서 아마추어적이었던 신 전 부회장이 2차 분쟁에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제대로 반격에 나섰다는 평이다.
▶광윤사 장악하며 본격적인 지분싸움 시작
신동주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과 인터뷰 등을 통해 여론전을 이끌면서 신동빈 회장 1인 체제로 결정된 듯한 분위기에 반전을 꾀하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신 전 부회장은 예상 밖의 발 빠른 행보로 실질적인 경영권 분쟁에서도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1차 분쟁 당시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이며, 신동빈 회장에게 제대로 된 반격을 해보지도 못했다.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의 광윤사, 롯데홀딩스 등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고,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하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그런데 이번에 신 전 부회장은 14일 오전에 광윤사 주주총회를 소집해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건을 추진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주식 50%를 확보한 후 아버지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광윤사 주식 1주를 받았다. 광윤사 지분 50%+1주의 과반수를 확보한 상태다. 신동빈 회장도 광윤사 지분 38.8%를 소유하고 있지만, 이사 해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셈이다.
문제는 광윤사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확보하고 있는 최대주주라는 점이다. 1차 분쟁에서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를 장악하고,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을 몰아내면서 한·일 롯데그룹을 장악할 수 있었다. 롯데홀딩스 지분구조는 광윤사 28.1%, 종업원 지주회사 27.8%, 임원지주 6%,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1.6%,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4%, 신격호 총괄회장 0.4% 등으로 밝혀졌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회장의 우호지분은 사상누각이다. 종업원지주를 공략할 것"이라며 "광윤사 지분에 종업원지주 지분을 더하면 과반 지분(55.9%)을 확보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종업원지주회사 설득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민유성 고문은 13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를 통해 "호텔롯데를 국내 증시에 상장해 지분을 분산하더라도 일본 롯데홀딩스와의 종속관계는 해소되지 않는다"며 "상장 후에도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로 여론이 기울도록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과반수가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어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되더라도 신 회장의 그룹 경영권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1차 분쟁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물러났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번 2차 분쟁에서 실질적으로 광윤사를 지배하면서 새 판을 짜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그리고 롯데그룹 2차 경영권 분쟁은 더욱 예측불허가 됐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