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롯데, 오너 일가 일감 몰아주기는 '현재진행형'
기사입력| 2015-10-02 09:16:51
롯데시네마 매장의 독점 운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국정감사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롯데영등포역사의 매장을 평균보다 낮은 수수료율로 계약하는 등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17일 국감에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음에도, 롯데그룹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개선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역사의 노른자위 매장은 총수 일가에
한국철도공사가 자본금 57억원(31.7%)를 출자해 만든 롯데민자역사 주식회사는 역사 내 백화점과 상점을 운영하는 회사다 .1986년 설립됐으며, 현재 영등포 역사와 대구 역사를 운영 중이다.
변재일 의원이 롯데민자역사에서 입수한 '2013~2015년 서울 영등포 민자역사 임대매장(매출액 일정비율을 역사에 수수료로 지급하는 매장) 계약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역사 내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일가와 관련된 매장은 무려 네 곳에 달한다.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 두 곳과 식당 유원정과 향리다. 2013년과 2014년엔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 두 곳까지 더해 총 여섯 곳을 총수 일가가 운영했다.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롯데민자역사는 유원정과 향리, 그리고 롯데리아 두 곳을 합해 총 4개 매장을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씨와 막내딸인 신유미씨가 지분을 보유한 '유기개발'에 임대했다. 지난해 말까지는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맏딸 장혜선씨에게 매장을 임대, 엔제리너스를 운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역에도 유기개발이 운영했던 곳이 있었다. 올해 3월까지 대구역사 롯데백화점에서 영업을 했던 식당 유경이다. 이곳 매출은 2014년 기준 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상위권에 속하나, 수수료율은 15%를 기록했다.
▶이중특혜,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
롯데 일가가 운영하는 영등포 민자 역사 내 매장의 전체 매출은 지난 2013년 59억원, 지난해 50억원, 올 상반기 2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롯데리아 중 한 곳은 전체 115개 임대매장 가운데 연매출 상위 5위권 안에 든다. 하지만 이들이 영등포민자역사에 납부한 수수료율은 다른 매장의 평균 수수료율과 비교해 오히려 0.6~5.1% 저렴한 수준이라는 것이 변재일 의원의 주장이다.
신 총괄회장의 손녀인 장혜선씨가 지난해까지 운영한 엔제리너스 두 곳의 수수료율은 15%를 기록했다. 이 또한 같은 역사 내에서 일반인이 운영 중인 동종 커피숍 수수료율(22%)보다 7%포인트 낮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엔제리너스의 경우 올해 초 총수 일가가 손을 뗐으며, 뒤를 이어 일반인과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원정과 향미의 수수료(15%)는 같은 규모의 다른 점포 수준인 13~15% 대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변재일 의원은 "품목에 따라 비교를 하면 롯데 측 해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칼국수와 냉면을 파는 영등포 역사내 다른 사업장들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는 곳도 있다"고 반박했다.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는 현재 진행형
앞서 롯데그룹은 롯데시네마 안의 매장 운영권을 서미경씨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유기개발에 거의 독점적으로 줬다가 거센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빈 회장은 롯데시네마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도마 위에 오른 역사 내 매장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난 9월 신동빈 회장의 진두지휘하에 그룹기업문화개선위원회까지 만든 만큼, 신속한 결단과 후속조치가 진행 중인지 확인해봤다. 그러나 1일 현재 롯데그룹의 공식 입장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점차 (총수 일가의 매장 임대 등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지만, 현재로선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언제까지 정리를 하겠다고 실무자들이 확언을 하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리아 2개 매장은 1999년과 2002년 입점했다. 유원정과 향리는 2010년 입점했다. 임대 계약은 대개 1년마다 갱신하게 되며, 이들 매장은 내년 2월 계약이 종료된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라면 계약 연장의 가능성 또한 없지 않은 상황이다. 경영권을 둘러싼 총수 일가의 '혈투'에 대한 현재의 반(反)롯데 정서가 사라진 뒤에 은근슬쩍 재계약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과 관련 변 의원은 "영등포민자역사는 하루 철도 이용객이 1065만명에 달한다. 노른자위 상권으로 당기순이익만 연 평균 590여억원에 달한다"며 "롯데의 일감몰아주기는 600만 자영업자의 사업기회를 차단하는 불공정 관행으로서, 민자역사의 임대사업자 선정은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누구나 참여해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