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삼양식품, 계열사 무상 지원으로 공정위 철퇴
기사입력| 2015-09-21 09:21:05
삼양식품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문제는 계열사 부당지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양식품이 장기간에 걸쳐 계열사인 에코그린캠퍼스를 부당지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두 업체에 시정명령과 더불어 과징금 총 3억2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가 모기업으로부터 부당지원을 받은 계열사를 함께 제재한 것은 지난해 2월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후 첫 사례다.
원유 생산과 목장관광업을 하는 에코그린캠퍼스는 강원도 평창에서 대관령 삼양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연애소설'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가을동화' 등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현재 지분 대부분을 삼양식품과 총수 일가가 보유해 내부지분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비상장 계열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해 3월까지 약 20년간 회사 임직원 13명을 에코그린캠퍼스에 보내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인건비를 대신 지급했다.
인력지원 행위는 1995년부터 시작됐으나,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금지규정이 도입된 시기가 1997년이기에 이 시기부터의 행위만 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뿐아니다. 삼양식품은 또 약 7년간(2007년4월~2014년11월) 에코그린캠퍼스의 관광사업에 필요한 셔틀버스를 연평균 450대씩 무상 대여해줬다.
이같은 삼양식품의 지원금액은 인력지원 관련 약 13억원과 차량지원 관련 약 7억원 등을 더해 총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특히 에코그린캠퍼스는 지난 10여년간 당기순손실을 겪으며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재무적으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목장관광사업 분야 등에서 삼양식품으로부터 상당 규모의 지원을 받으면서 장기간 인근 경쟁 사업자에 비해 유리한 경쟁 여건을 유지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에따라 공정거래법 제23조(부당지원행위 금지)를 적용, 삼양식품과 에코그린캠퍼스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각각 3억100만원과 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견그룹의 부당지원행위도 공정위의 감시대상이다"며 "이번 조치는 지원객체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도입된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이후 첫 적용 사레"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도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의 부당지원행위도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삼양식품은 이른바 '통행세' 관행으로 공정위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삼양식품이 2008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대형마트에 라면을 납품하면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90% 보유한 내츄럴삼양을 거래단계 중간에 끼워넣어 별다른 역할 없이 수수료를 챙길 수 있도록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근 삼양식품은 국내 라면 시장의 정체 속에서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발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올해 2분기 라면 매출은 556억원에 그쳤다. 2014년의 경우 1분기 664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 638억원, 3분기 603억원, 4분기 626억원 등 매 분기마다 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 들어 매출이 6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라면은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액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상품으로서, 라면 시장의 정체는 삼양식품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최근 짜장라면 '갓짜장' 등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이 또한 일찍이 짜장라면 시장에 뛰어든 경쟁회사들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있는 편. 지난 4월 첫 선을 보인 농심 '짜왕'이 출시 두달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오뚜기에 팔도까지 이미 짜장라면을 선보이며 소비자들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삼양식품이 너무 늦게 관련 시장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