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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7조6800억원 매각에 논란은 증폭

기사입력| 2015-09-08 09:13:51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의 매각이 결정됐다. 홈플러스는 7일 영국 테스코와 한국계 사모투자펀드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캐나다 연기금, 캐나다 공적연금, 테마섹 포함)이 홈플러스 그룹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42억4000만파운드(약 7조6800억원)에 인수했다. 원·파운드 기준 환율은 이달 초 환율 수준인 1811.30원이 적용됐다.

테스코는 유럽에서 수익성 악화로 흔들리자, 매각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동안 현대백화점, 농협, 농심 등의 기업들이 매각 대상자로 오르내렸지만 엄청난 덩치와 높은 매각금액으로 홈플러스는 좀처럼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금액은 무려 7조6800억원으로 역대 국내 인수·합병(M&A) 중 최고 금액이다. 이를 두고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다. 거액의 인수 금액도 그렇지만 국부유출, 국민연금의 참여, 테스코에 지급한 이상한 로열티, 노조 문제 등 홈플러스 매각을 두고 이런저런 잡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140개 대형마트, 375개 슈퍼마켓, 327개 편의점, 홈플러스베이커리, 물류센터, 아카데미, 홈플러스 e파란재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부유출? 비싼 매각 금액에 국민연금까지 투자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금액 7조6800억원은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금액일 정도로 높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07년 신한금융지주의 신한카드(구 LG카드) 인수가격 6조6765억원을 넘어서는 금액으로 역대 최고액이다.

특히 대형마트 시장은 포화 상태로 성장 동력이 많이 떨어져 있고, 내수 부진으로 유통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백화점, 농협 등 대형 유통그룹들도 쉽게 홈플러스 인수에 나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 예비입찰 커트라인은 6조7000억원 선을 유지했다. 이번 매각 입찰에 결국 대기업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고, 사모펀드들만 참여했다. 결국 MBK파트너스가 낙찰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최근 홈플러스의 상황을 따지면 일부에서는 실질 가치는 4조원대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이번 회기(2014년 3월~2015년 2월)에 3000억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2월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264억원에 불과했다. 누가 봐도 재무상태가 좋은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8조원 가까운 금액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MBK파트너스가 국부유출을 돕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보통은 시장 상황이 안 좋고, 적자인 그룹을 인수할 때는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협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MBK파트너스는 오히려 테스코를 지원하는 모양새이다. 당초 예상보다 인수 금액도 높을 뿐만 아니라 테스코의 자금 회수와 교묘한 세금 피하기를 돕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매각 전에 테스코는 1조3000억원대의 '선배당'을 고집했다. 현금성자산이 264억원에 불과한데 1조3000억원의 선배당을 요구한 건 홈플러스를 깡통으로 만들고 나가겠다는 테스코의 의도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매각 당시 회사가 적자가 나면 엄청난 세금을 안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테스코 입장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게다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에 국민연금이 힘을 실어준 것도 논란이다. 국민연금은 당초 홈플러스 인수에 1조원 가량 투자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투자목적회사(SPC)에 전환상환우선주(RCPS)로 5000억~60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공공성이 우선인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외에는 한국과 전혀 인연도 없고, 어떻게든 세금을 적게 내고 최대한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테스코에 장단을 맞춰준 셈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홈플러스 입찰 전에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는 점도 형평성 논란이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인수자가 확정되면 그 이후에 투자를 논의했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인수 확정 전에 투자를 결정하기는 처음이다.

최근 이런 논란과 함께 테스코의 1조3000억원 선배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우선 테스코 측은 선배당은 안하는 방향으로 한발 후퇴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 자체만으로도 국부유출 논란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끊이지 않는 논란, 로열티에 세금·노조 문제까지

홈플러스가 지난 2년 동안 테스코에 약 1200억원이 넘는 상표 사용료(로열티)를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홈플러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616억1700만원과 584억5700만원의 로열티를 테스코에 지급했다. 홈플러스테스코, 홈플러스베이커리 등 자회사가 지급한 로열티까지 합치면 2013년 758억7200만원, 2014년 713억2100만원에 이른다. 자회사까지 하면 1470억원이 넘는 로열티를 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홈플러스는 국내에서 대외적으로 테스코(TESCO)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국 140개 홈플러스 지점은 물론, 슈퍼마켓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와 자회사인 홈플러스베이커리에서도 테스코 상표는 볼 수 없다. 중국의 '테스코 차이나', 태국의 '테스코 로투스' 등 테스코 브랜드를 사용한 것과는 다르게 한국에선 테스코가 아닌 홈플러스 브랜드로 통했다. 한마디로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은 상표와 로고 사용료를 테스코에 지급해 온 셈이다. 또한 그 전까지 테스코는 홈플러스로부터 연간 30억원대의 로열티를 받다가, 2013년부터 로열티를 대폭 올려 받았다. 특히 영국 테스코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이 줄었고, 로열티만큼 법인 소득세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백재현 의원(세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1200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했다고 가정했을 때 납부하지 않은 세금 규모는 158억여원이다. 영업이익 1200억원에 부과되는 법인세와 지방세(24.2%)에서 한·영조세조약에 따른 원청징수액(10%)를 제외하고 산출한 결과다.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노조는 이번 매각을 두고 '영국 테스코의 매각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는 '먹튀' 자본과 투기자본이 결합한 최악의 기업매각사례'라고 규탄했다. 이어 노조 측은 MBK파트너스에 고용안정과 분할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정상적인 노사관계의 형성을 위한 노력과 의지를 밝혀주기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매각 이후에도 홈플러스 노조와 새 주인인 MBK파트너스 사이의 팽팽한 대결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이번 계약에 의해 바뀌는 것은 주주일 뿐 1900만 고객, 2000여 협력회사, 7000여 테넌트 임대매장, 2만6000명의 임직원은 바뀌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진짜 홈플러스'의 모습을 재창조하면서, 고객과 사회를 위해 혁신과 도전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매각은 역대 국내 최고 금액을 기록할 정도이니, 구설수가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며 "그러나 홈플러스의 고객 정보 팔기, 경품 빼돌리기 등의 문제와 테스코의 선배당, 로열티 '꼼수' 등의 사례들을 보면 단순한 논란이 아니라 고객들과 투자자들에게 매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시켜야할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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