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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 여행가라는 하나투어 투어론, 과소비 조장 논란?
기사입력| 2015-09-01 09:15:09
국내 굴지의 여행사인 하나투어가 지난해말 선보인 여행 자금 대출 서비스인 '하나투어 투어론'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어론은 하나투어 자사 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최장 18개월,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금융서비스다. 중소 여행사가 대부업체와 제휴해 여행 자금 대출 상품을 선보인 적은 있으나, 여행사가 직접 관련 서비스에 나선 것은 처음으로,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빚내서 여행을 가라는 것이어서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빚내서 여행 가라고?
하나투어의 투어론은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할부 개월 수에 따라 금리가 변동된다. 금리는 할부 개월 수(최장 18개월)에 따라 연 2.49~4.49%다. 16%에서 20%에 달하는 신용카드 할부 이율이나 직장인 은행 신용대출 금리(연 6~8%)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본격적으로 투어론 운영이 시작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투어론 이용건수는 약 200건에 달한다.
하나투어 홈페이지의 '금융서비스' 코너를 클릭하면 관련 상품을 바로 접할 수 있다. "여행비용 많이 부담스러우시죠? 상상 그 이상의 낮은 이자로 준비해 보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어 투어론에 대해 '고객님이 여행가실 때 필요한 자금을 일반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사용 가능한 하나투어만의 맞춤 대출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또한 '신용 등급 하락 없음'을 강조했다.
서비스 신청 방법도 간단하다. 여행 출발일 5일 이전까지 신청하면 된다. 고객센터를 이용하면 되고, 하나투어 홈페이지에서는 24시간 신청 가능하다.
특히 하나투어는 '이달의 투어론 상품'이라는 명칭으로 기본 금리보다 최대 1.5%를 더 빼주는 특별상품까지 만들어 내놓고 있다. 8월의 경우, '일본 홋카이도 4일'(월 5만5000원/18개월 할부 기준), '괌 PIC 5일'(월 4만9000원), '융프라우 서유럽 4·5개국 10일'(월 15만3000원)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투어론 서비스 신청 후 이용을 확정한 고객에게는 스타벅스 기프티콘까지 선물한다.
'목돈이 들어가는 여행상품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라고 하나투어는 설명하고 있지만,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여행이 생활에 필수적인 지출은 아니지 않느냐. 굳이 대출 장벽을 낮춰가면서까지 관련 상품의 구매를 유도할 필요가 있냐"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이와관련 하나투어는 "수익보다는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혀주기 위한 제도"라며 "빚을 내서 여행간다는 취지보다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하나투어, 선도기업의 선택은 대부업?
투어론의 대출 자격은 만 20세 이상 하나투어 상품 이용 고객 중 신용 1~6등급(나이스 신용평가 기준)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직업이 없어도 상대적으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6등급에 한해 최근 3년간 장기 연체 이력 및 금융거래정보 미보유자는 이용불가하다는 단서조항만 있다.
실제 고객센터로 상담을 해보니 "300만원 초과 500만원까지 대출을 받으려면 갑종근로소득세나 근로소득 원천징수 등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에서 발급한 증빙서류를 계약서와 함께 보내주셔야 하지만, 300만원 미만은 이런 서류가 필요없다"고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즉, 상환 능력이 낮은 사람도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 장벽을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
더욱이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이라는 황금티켓을 거머쥐면서 대대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하나투어가 과연 대부업까지 해야 하는지를 놓고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6월 치열한 면세점 전쟁에서 승전보를 전한 에스엠면세점은 하나투어가 최대주주로 지분 76.5%를 보유하고 있는 컨소시엄이다. 토니모리를 비롯해 로만손, 홈앤쇼핑, 영림목재 등 10여개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에스엠면세점은 면세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매장면적의 50% 이상을 국내 중소·중견기업 우수 제품으로 구성하겠다"는 공약으로 사회공헌적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투어론에 대해 업계에선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여행상품도 팔고 이자도 챙기려는 것 아니냐"며 "1위기업으로서 눈앞의 수익보다는 생산적인 투자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적극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