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조현아 사태' 후폭풍…수감생활 중 특혜 논란 불거져
기사입력| 2015-08-11 15:04:31
'조현아 사태' 후폭풍이 거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심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 시작된 반(反) 재벌 정서는 온라인을 무대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무서운 결집력을 보이고 있다. 조 전 부사장과 관련된 부정적인 여론은 대한항공 전체로 퍼져가며, 오너가 일가 중심 지배구조에 대한 반발과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을 둘러싼 세 가지 구설수
지난해 12월 30일 구속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5월 22일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날 때까지 143일 동안 남부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이 기간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계열 인하학원이 운영하는 인하대병원 주치의 등 외부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측은 법령에 근거가 있는 행위로 특혜라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 그러나 수감자가 지정을 한 특정병원에서 의료진을 부르는 일은 지극히 일반적이지 않은 일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조 전 부사장은 구치소 생활 중 로비 논란에도 휩싸였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는 최근 조 전 부사장 측의 구치소 편의 청탁 의혹과 관련해 구치소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구치소에서 생활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한진 계열사의 이권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염모씨를 구속했다. 염씨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편의 대가로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렌터카의 정비 용역 사업을 수주한 혐의(알선수재)로 최근 구속됐다.
이와 관련해 그룹 측은 "계열사 임원이 평소 개인적 친분을 가지고 있던 브로커의 제안을 받고, 조 전부사장이 극도의 대인기피와 우울증 증세를 보여 신변 보호 차원에서 건강상태를 자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뿐 아니다. '땅콩 회항' 당시 조 전 부사장이 구입한 물품에 대한 통관 의혹 또한 제기됐다. 당시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의) 해외 구입 물품에 대해 통관 절차를 정상적으로 거쳤다"고 해명했으나, 여론은 싸늘하다. 이처럼 한진그룹(대한항공)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조 전 부사장을 향한 차가운 시선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창진 응원 카페까지 나서…"싸이버스카이 고발하겠다"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싸이버스카이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비치되는 잡지의 광고와 기내 면세품 통신판매 등을 독점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 3명이 33.3%씩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비상장사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에 해당한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싸이버스카이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싸이버스카이를 통한 계열사거래로 총수일가가 부당한 이득을 얻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총수 일가의 부당이익이나 부당노동을 주장하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3남매를 상대로 업무상 횡령과 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배임 위반으로 고발장이 접수된데 이어, 온라인 카페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모임'도 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카페는 "박창진 사무장의 동료인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고충을 덜어준다는 의미로 싸이버스카이의 부당함을 고발하겠다"며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한 3남매와 대한항공을 고발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조양호 회장의 제왕적 권위 추락?
'그 분 말씀이 곧 법'이던 시절은 끝났다. 조양호 회장의 제왕적 권위는 이제 무너졌다. '땅콩 회항'으로 촉발된 오너 일가에 대한 반발은 이제 수면 위로 터져 나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엔 대한항공을 퇴사하는 부기장 최모씨가 대한항공 사내 전자게시판인 소통광장에 '조양호 회장님께'라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대한항공이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민에게서 받은 모욕과 질타는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직원들의 몫이었습니다. 그런 직원들에게 사과 한번 하셨습니까"라고 쓴소리를 한 최모씨는 "대한항공은 철저히 회장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움직인다. 지금 회장님 곁에는 듣기 좋고 달콤한 말만 하는 아첨꾼, 탐관오리 같은 이들만 남아 있습니다"고 지적했다.
이 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조 회장은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최 부기장의 글 뿐만 아니라 소통광장을 통해 올라오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들 중 합리적인 제안은 회사 경영에 반영해 나가고 있다"며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함에 있어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 과감히 고치고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강한 의견이라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뒤늦게 소통에 나선 조양호 회장의 선택이 '땅콩 회항'의 여진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조 회장의 댓글에 최모 부기장 또한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정치권에서 많이 보던 원론적인 답변에 실망한 것도 사실"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