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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결합상품 허위광고 논란 증폭…방통위 규제카드 '만지작'
기사입력| 2015-06-29 15:23:14
이동통신사의 결합상품 판매를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콘텐츠산업의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게 골자다. 결합상품이란 이동통신과 유선통신, 인터넷, 방송 등의 서비스 가운데 2개 이상을 묶어 파는 것을 말한다. 결합상품은 이통사와 종합유선방송사(SO)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통사의 경우 휴대폰이나 유선전화를 사용하면 IPTV나 인터넷이 공짜라는 점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달랐다. 이동통신 3사 결합상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터넷 또는 IPTV '공짜' 광고는 허위·과장광고였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인터넷 등을 추가 신청할 때 통신 관련 요금에 대한 할인인데도 이통사들이 인터넷 등의 요금을 할인해 주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 결함상품 허위·과장 광고를 해 온 이통3사에 대해 각각 3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케이블TV업계, "동등비율 할인 제도화 필요"
관련업계는 방통위의 이통 3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 이후 결합상품 관련 논란은 수그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법적 규제를 도입해야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놓고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이통사의 경우 강제 규제조항이 없어 과징금 부과 이후에도 결합상품의 판매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징금을 내면 그만이란 식이다.
이통사의 결합상품 판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곳은 케이블TV업계다. 판매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아전인수식 할인율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차원의 규제가 시급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윤두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지난 23일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에도 이통사는 이동통신상품에 가입하면 IPTV와 초고속인터넷이 무료라는 식으로 허위·과장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며 "결합상품 구성별 '동등비율 할인'을 제도화해 결합상품이 주는 혜택은 축소하지 않으면서 이용자에게 정확한 알권리를 제공하고 공정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등비율 할인은 결합상품을 구성하는 이동전화, 초고속 인터넷, IPTV에 할인율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결합상품 총 할인율이 20%라면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각각 20%씩 할인받을 수 있다. 현재는 결합상품의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개별 상품마다 동일한 할인율을 적용하면 '끼워 팔기'식 관행이 사라질 뿐 아니라 과장 허위 광고를 통한 소비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케이블TV업계는 또 휴대폰과 약정기간은 2년인데 반해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IPTV의 약정은 3년으로 각각 다르게 구성해 해지가 자유롭지 못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통업계는 케이블TV업계의 주장대로라면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결합상품 개선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소비자가 낮은 가격으로 결합상품을 이용하고 만족도를 표하고 있는 만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결합상품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합상품 판매를 중단하지는 않고 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가입자를 늘려나가는 것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가)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KT와 LG유플러스는 내부적으로는 결합상품 판매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통위·미래부 결합상품 개선안 내놓나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빠른 시일 내 결합상품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단 규제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이동전화 중심의 결합상품 구조에서 유료방송, 인터넷전화 등이 '무료'라고 허위·과장되고 있는 부분과 특정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판단해 결합상품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쪽으로 개선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부도 결합상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소비자 이익 침해가 있는지 등 종합적인 점검을 통해 현장의 문제를 개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결합상품을 놓고 이통업계와 케이블TV업계, 이통사간 신경전을 넘어 최근 정치권에서도 규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래부와 방통위가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며 업계 간 원만한 개선책을 내놓게 될 지 주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