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목 KT 부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KT의 5G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 기가LTE 상용화 서비스'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T가 기가LTE 상용화를 두고 무리하게 '세계 최초'라는 문구를 사용, 허위 광고와 다를 게 없다는 게 SK텔레콤의 주장이다. 이동통신업계의 라이벌인 두 회사는 그동안 자사 서비스가 세계 최초라며 여러 차례 충돌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SK텔레콤의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광고 문구에 KT가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3밴드 LTE-A는 기존 LTE보다 속도가 4배 가량 빠르다.
▶'아전인수'식 홍보로 이통업계 술렁
KT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가LTE 서비스 시연회를 열고 기가LTE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KT측은 "지난해 9월부터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을 진행한 끝에 5G 핵심기술로 평가되는 기가LTE 상용화에 세계 처음으로 성공, 모바일 환경에서도 기가급 속도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기가LTE는 LTE 서비스와 와이파이(Wi-Fi)를 하나로 묶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인 서비스다. 기존 LTE보다 15배, 3밴드 LTE-A보다 4배 빠른 최대 1.17Gbps의 속도를 낼 수 있다.
기가LTE를 이용하면 초고화질(UHD) 영화 1편(약 18GB)을 2분 만에, 초고음질무손실(FLAC) 음원 100곡(약 3GB)은 약 21초 만에 내려 받을 수 있다. 모바일 IPTV 외에 SNS, 게임,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등 모든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돼 대용량 콘텐츠의 업로드와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 된 상황에서 기가LTE는 5세대 무선 통신 시대의 핵심 기술로 전 세계 이통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 KT가 '세계 최초'란 타이틀에 욕심을 갖는 이유다.
그런데 KT의 발표 직후 SK텔레콤은 'KT의 기가LTE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은 이통3사 모두가 준비해온 것으로 제조사 단말기 업그레이드와 동시에 서비스가 이뤄지는 만큼 세계 최초라는 문구를 사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KT가 기가LTE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할 수 있던 것은 삼성전자와 갤럭시S6 펌웨어 업데이트와 관련한 협상을 가장 먼저 마무리했기 때문이지, 해당 기술을 독보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SK텔레콤의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LTE망과 와이파이망을 동시에 사용해 무선 데이터 속도를 최대 1.17Gbps까지 구현할 수 있는 신기술 '멀티패스'의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비스 명칭은 '밴드 LTE 와이파이'로 이름만 다를 뿐이지 KT의 기가LTE와 같은 서비스라는 것. SK텔레콤은 제조사의 단말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적용될 예정으로, 펌웨어 업그레이드 직후 고객이 해당 네트워크 서비스를 즉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도 마쳤다.
▶치열해진 신경전 법정까지 갈수도
이통업계 일각에선 양사간 신경전이 법정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KT의 기가LTE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펌웨어 업데이트를 받아야 한다. 펌웨어 업데이트는 통신사 상관없이 제조사에서 진행하기에 KT, SK텔레콤 고객 모두 기가 LTE를 사용할 수 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S6 시리즈의 펌웨어 업데이트는 삼성전자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KT 고객과 SK텔레콤 고객이 모두 동시에 이용이 가능하다"며 "상용화란 단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의미에 비춰볼 때 KT의 세계 최초 문구 사용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텔레콤이 지난해말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광고를 사용해 KT로부터 허위 과대광고 관련 소송을 당한 바 있다"며 "자칫 KT의 기가LTE 세계 최초 상용화 논란이 양사간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