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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전쟁에 나선 오너들, '아킬레스건'은 어디?

기사입력| 2015-06-04 09:15:49
지난 1일 서울 대기업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롯데그룹), 신세계DF(신세계그룹), SK네트웍스(SK그룹), 이랜드면세점(이랜드그룹), 현대DF(현대백화점그룹),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한화그룹) 등 7곳이 관세청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시내면세점 유치전이 유통 대기업들의 오너간 자존심 싸움으로 판이 커진지 오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산업개발 등 2~3세 경영인들이 직접 현안을 챙기면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오죽하면 "이번 유치전 결과에 따라 월급쟁이 여럿의 목이 왔다 갔다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까. 오는 7월 최종 발표를 앞둔 면세점 대전이 오너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감추고 싶은 약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오너의 경영능력 시험대, 최후에 웃기 위한 승부수

이번 유치전은 오너의 경영능력 시험대로 그룹 안팎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 면세사업 해외진출 등에 있어 힘찬 행보를 보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 이번 유치전은 큰 의미를 지닌다. 본인의 독자적인 경영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인 동시에,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된 그룹 내에서 이 사장의 입지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분석이다.

정용진 부회장 또한 신세계그룹의 20년 숙원인 면세사업 확장을 위해 고속주행 중이다.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한 정 부회장은 지난해 김해공항에 이어 지난 2월에는 인천공항에 면세점을 개설했다. 이번에 특허권을 딸 경우 정 부회장은 그룹의 오랜 숙원사업을 성공궤도에 올렸다는 평가 속에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가산현대아웃렛, 김포 프리미엄아울렛 등을 통해 아울렛 시장에 연착륙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이번 면세사업 진출에 성공할 경우 이후 신사업 행보에 있어 더욱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또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그룹 후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현 분위기에서 이번 면세점 확보는 주요 성과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너들은 대기업에 할당된 두 장의 티켓 중 한 장을 거머쥐기 위해 과감히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획득하면 2000억원을 투입해 63빌딩을 리뉴얼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지난 2일 면세점 운영으로 얻은 영업이익의 20%를 향후 5년간 기부하겠다는 깜짝 카드를 내밀었다. 사회 환원 등의 평가 항목에 있어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정용진 부회장은 그룹의 20년 숙원인 면세사업을 위해 그룹의 모태인 신세계백화점 본관까지 후보지로 냈다. 85년 역사를 자랑하는 현존 국내 1호 백화점 자리인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관 건물을 면세점 입지로 내세우는 '신의 한수'로 사촌동생인 이부진 사장과의 경쟁에 맞서고 있다.

▶1점도 아쉬운 상황에…그들에게도 약점은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은 면세점 부지로 강점과 동시에 약점을 지녔다. 가장 큰 문제는 주차 등 교통문제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탓에 지금도 서울 명동과 을지로 일대는 때때로 심각한 교통체증에 시달린다. 넓은 주차 공간 확보 등에 있어 한계가 있는 신세계 본점 본관 역시 대형버스 등의 주차 문제를 단방에 해결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미 서울 시내에 3곳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는 독과점 논란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다. 기부금 비율도 높지 않아,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등의 평가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면세사업 1등 롯데는 지난해 4269억원을 벌었지만 기부금은 27억원밖에 내지 않았다. 롯데는 기부금 비율이 0.64%로 상장사 평균치에도 못 미친다. 기부금 비율을 공개한 기업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한화갤러리아와 SK네트웍스는 입지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 없다. 한화는 여의도를 새로운 서울의 관광명소로 키우겠다지만, 이번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입찰에서 유력 후보로 꼽히는 유진기업이 여의도 카드를 고른 것이 문제다. 여의도에 두 개의 면세점을 내줄 리는 없기에, 유진기업이 만약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면 한화갤러리아는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

또한 동대문 케레스타를 선택한 SK네트웍스는 롯데 뿐 아니라 면세점 유치에 나선 다른 중소중견기업들까지 대거 동대문을 후보지로 신청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오너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재도 고민이 안 될 수 없다. 다른 후보 기업처럼 과감한 승부수로 화제몰이를 하기 위해선 오너의 결단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관세청은 오는 7월 초 현장 실사 평가 등을 거쳐 7월 말쯤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심사 평가 기준은 ▲관리역량(25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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