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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오픈…영등포상권 놓고 롯데·신세계와 '삼국지'
기사입력| 2015-05-07 09:19:54
서울 영등포지역에서 백화점 간 혈전이 벌어진다. '백화점 빅3' 중 유일하게 서울 영등포 지역에 진출하지 않았던 현대백화점이 신도림역 디큐브백화점을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로 간판을 바꾸고 오는 18일 오픈하기 때문. 영등포 핵심인 영등포역의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인근에서 타임스퀘어와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 양대 산맥으로 영등포 상권을 분할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그동안 롯데와 신세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한발 벗어나 관망을 하던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경기 김포에 프리미엄아울렛을 오픈하는 등 근래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이번 현대백화점의 야심찬 영등포 도전은 '백화점 빅3' 판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등포 상권 놓고 드디어 맞붙은 '백화점 빅3'
신도림역의 디큐브백화점은 원래 대성산업이 큰 뜻을 품고 2011년 그랜드 오픈한 백화점이다. 디큐브백화점은 지난 2009년 영등포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타임스퀘어의 대항마로 꼽히며, 그동안 낙후된 지역으로 치부됐던 서울 서남권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곳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신도림역은 1, 2호선 전철 환승역으로 서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다. 디큐브 백화점의 성공은 '떼어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통업 경험이 없던 대성산업의 디큐브백화점은 결국 실패로 막을 내렸다. 모기업인 대성산업 재무구조도 어려워져, 결국 대성산업은 JR투자운용에 디큐브백화점을 2650억원에 매각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JR투자운용과 2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디큐브백화점 자리에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로 오는 18일 오픈한다. 현대백화점의 본격적인 영등포 출격이자 롯데, 신세계와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영등포는 서울 전통의 부도심 중 한 곳으로 교통 요지이자 서남부지역 대표 상권이다. 영등포역 유동인구는 하루 평균 약 12만명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 수원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찾는 핵심 상권이다. 지난 1984년 신세계 영등포점이 국내 첫 백화점으로 자리를 잡은 후, 1991년 롯데가 영등포역사에 신세계 4배 규모로 입점하면서 백화점들의 경쟁은 시작됐다.
영등포 지역은 롯데 개장 후 롯데의 완승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신세계는 롯데와 제대로 경쟁을 펼치기 위해 기존 경방필백화점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대대적인 리뉴얼로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과 연계해 2009년 새롭게 개장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길 하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상권을 살리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두 백화점은 각각 연매출 5000억원 내외의 실적을 올리며 영등포 상권의 핵심이 됐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소공동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에 이어 롯데 전국 점포 중 매출액 기준 4위의 주요 점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현대가 영등포 인근 신도림역에 백화점을 오픈함에 따라 영등포 상권을 둘러싼 '백화점 빅3' 경쟁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영등포 상권을 양분하고 있던 롯데, 신세계 백화점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상대의 등장이다. 유통업 경험이 없던 대성산업과는 차원이 다른 현대백화점의 공략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세계 '럭셔리', 롯데 '영', 현대 '패밀리'로 차별화
신도림역에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가 들어선다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운영 주체가 누구였든지 디큐브백화점은 어찌됐든 한번 실패한 곳이라는 게 큰 난제다. 이미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것도 쉽지 않지만, 브랜드들의 입점 유치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결국 현대백화점의 상품구성(MD) 차별화가 롯데, 신세계백화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포인트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신세계백화점은 이미 루이비통, 구찌, 까르띠에, 불가리, 롤렉스 등 유명 명품 라인을 갖추고 있다. 최근엔 지방시와 몽클레르도 입점 시켜 영등포 지역에서 럭셔리 브랜드 백화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반대로 롯데백화점은 2030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을 바탕으로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다른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은 젊은 브랜드로 차별화 포인트를 잡고, 이번 시즌엔 영스트리트 브랜드를 입점 시키며 젊은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노력중이다.
롯데, 신세계에 맞서 현대백화점은 기존 디큐브백화점이 젊은 소비자로 잡은 타깃을 가족 단위로 바꿀 방침이다. 기존 디큐브백화점과 입점 계약이 끝나는 8월부터 영 브랜드들 대신 '패밀리' 콘셉트에 맞는 브랜드를 강화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유아, 아동, 가정용품 브랜드와 식품부문을 강화해 가족형 상품 기획으로 차별화를 시킬 예정이다. 가족 단위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도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현대백화점은 신도림역이 교통 요지인 만큼 백화점을 랜드마크로 만들어 만남의 장소로 만드는 한편, 디큐브아트센터와 연계해 다양한 대형 문화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의 강점인 문화체험으로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을 유인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서남권 벨트 완성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압구정본점, 삼성동 코엑스 등 강남 중심이었던 현대백화점은 서남권 공략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지난해 금천구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에 현대아울렛 가산점을 오픈했고, 올해 구로구 신도림역에 디큐브시티를 오픈하면서 기존의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까지 연결되는 서울 서남권 벨트를 연결시켰다. 지난 2월 오픈한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김포점까지 연계하면 서울과 수도권의 서남권을 장악하는 현대백화점 라인이 구축된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아울렛-백화점-아울렛 라인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서남권의 맹주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오픈 몇 개월만에 파주에 있는 롯데·신세계 아울렛은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이 그만큼 서남권 지역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백화점 빅3'의 좁게는 영등포 상권, 넓게는 서울 서남권 상권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지는 만큼, 누가 승자가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