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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배송전쟁', 유통업체들 배송 차별화로 승부수
기사입력| 2015-04-16 15:37:30
유통업계에 '배송전쟁'이 불어 닥치고 있다. 경기 불황에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해 국내 유통업체들이 배송 차별화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 경쟁은 한계에 명확하고, 업체간 차이가 크게 날 수 없어 갈수록 효과도 줄어들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무기'로서 배송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필품 가격 인하 등 공세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홈플러스는 최근 당일배송 주문 마감 시각을 기존 오전 11시 30분에서 오후 4시로 바꿨다, 마지막 배송 시각도 오후 10시에서 오후 11시로 연장하는 강수를 뒀다. 이를 위해 현재 256대인 배송 차량 수를 수요에 비례해 6%가량 늘릴 예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작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홈플러스 온라인마트 이용 고객 6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가격이나 프로모션보다 의외로 배송 관련 서비스를 중요한 온라인 쇼핑 요소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도 원활한 배송을 위해 아예 온라인 주문 상품을 따로 취급하는 전용 물류센터를 경기도 김포에 2만9500㎡(8923평) 규모로 짓는다. 현재 고객이 온라인 롯데마트몰에서 주문하면, 상품은 납품업체에서 롯데마트 물류센터를 거쳐 개별 점포에서 소비자까지 4단계 배송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온라인 전용물류센터가 가동되면 배송 절차는 '납품업체-온라인 물류센터-소비자' 3단계로 줄어들면서 배송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롯데마트는 김포의 첫 온라인 전용물류센터를 올해 하반기에 오픈하며, 내년 중 수도권에 2·3호 온라인 전용물류센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온라인쇼핑사이트 티몬도 지난 9일 신속 정확한 배송을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고객이 주문한 뒤 3일 안에 상품을 받지 못하면 하루에 1000원씩 지연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 아울러 티몬은 무료·묶음 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1주일 동안 생활·식품·육아 등 관련 생필품 500여개 상품 가운데 무조건 2개 이상만 사면 가격과 업체 상관없이 무료·묶음 배송하는 시범 서비스를 한 티몬은 고객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하반기부터 이 묶음 배송 서비스를 확대한다.
'배송에 차별화의 포인트가 있다'고 강조해온 쿠팡도 온라인 유통업체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배송 물류에 투자를 하고 있다. 쿠팡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물류센터는 총 7개. 경기 인천 대구 등에 위치한 기존 물류센터(총 면적 12만5672㎡)에 2016년까지 물류센터수를 9~10개까지 더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9만9173㎡)의 인천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중 일산 지역부터 기저귀·생활용품 등을 주문 후 2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직접 배송 시스템 강화에 나선다. 배송 담당 직원(쿠팡맨) 1000여명과 1000여대의 1t 트럭을 갖추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배송전쟁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다른 마케팅에 비해 투자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기 때문에 리스크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쿠팡의 경우, 지금까지 물류센터와 자체 배송조직 등에 약 1500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쿠팡은 지난해 1200억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냈다. 또한 자체 배송조직인 '쿠팡맨'은 기존 택배회사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마존 등이 무인항공기나 택시를 활용한 배송 방안을 고민하는 것처럼 요즘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라인 쇼핑업체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위해서라도 배송 시스템은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그러나 배송·물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선 수백억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중소업체들로선 쉽게 시도해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