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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일본해 표기 세계지도' 아직도 팔고 있다

기사입력| 2015-01-27 09:41:57
'일본해 표기'로 논란이 됐던 이케아 지도가 전세계 매장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사진캡처=이케아
이케아코리아의 국내 첫 매장인 경기 광명점이 지난 21일 100만번째 매장 방문객을 맞이했다. 오픈 35일만의 일이다. 이날 세실리아 요한슨 이케아 광명점장이 직원들의 환호 속에서 100만번째 방문객에게 100만원 상당의 이케아 기프트 카드를 전달하는 기념식을 가졌다. 이케아 광명점 매출은 하루 평균 평일 4억원, 주말이나 공휴일은 1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 연착륙에 성공한 셈이나,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12월초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세계지도가 논란이 되자 부랴부랴 2015년 중 전 세계 판매 제품군에서 제외한다는 보도자료를 뿌려, 여론을 진정시킨 뒤 정확한 시기는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나라에서 계속 파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를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무늬만 가구점'이고 실질적으로 종합유통기업에 가까운 이케아를 겨냥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이케아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때문에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서 안착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판매 중단 시기 "모른다"…전세계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일본해 지도',

지난해 12월 경기 광명점을 오픈한 이케아코리아는 한국 상륙 전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그중 하나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세계지도(제품명 프레미아)가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상에서 벌집 쑤시듯 난리가 났다.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아냐'는 비난여론은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분위기였다.

처음엔 한국에선 문제의 지도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대응책을 보였던 이케아는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어지자, 급기야 '판매 중단'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이케아코리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이케아는 글로벌 기업으로 국가와 국경, 영토 및 영해의 명칭을 존중한다"며 "해당 제품을 통해 이와 같이 불미스러운 상황을 만들고자 의도한 바는 전혀 없었다. 이케아는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매년 전체 제품군 중 약 20%를 새로운 제품으로 변경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이 지도는 2015년 중 전 세계 제품군에서 제외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입장문은 바로 '이케아 일본해 지도 2015년 판매중단'으로 보도됐고,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의 이 세계지도는 26일 현재 전 세계 매장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더욱이 이케아코리아 측은 판매 중단 시점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케아코리아의 홍보를 맡고 있는 홍보대행사 웨버샌드윅 측은 "(판매중단 보도자료에) 2015년 중이란 표현을 썼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언제 판매가 중단되느냐"는 질문에 웨버샌드윅은 처음엔 "오는 8,9월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가, 26일 오후 5시까지 "이케아코리아도 확인 중"이라며 "지도 생산은 중단됐지만, 판매 제외 시기에 대해선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즉 시기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서 일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보도자료부터 배포,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이 세계지도의 가격은 미국 기준 129달러. 상당히 고가인 제품 특성상 매장당 보유량 또한 많지 않다. 미국이나 캐나다 주요 매장의 보유량수를 보면 10여개에서 50개 안팎이다. 이미 제작된 물건은 조용히 팔고, 한국내 성난 여론은 일단 피해보겠다는 '꼼수'로 오해되기 쉬운 상황이다. 더욱이 이케아 코리아는 홈페이지에 올린 2013년 사업 보고서에도 일본해라는 표현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가구공룡 이케아, 풀어야할 과제도 산더미

이케아코리아는 100만번째 매장 방문객을 맞이하는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홈퍼니싱에 대한 영감을 주는 즐거운 쇼핑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적한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

가구 조립 서비스는 지난 23일에야 시작됐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조립 서비스는 배송서비스(기본요금 2만9000원)를 신청한 경우에 한한다.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기본 4만원부터 서비스 요금이 부과된다. 서비스 비용은 최대 20만원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소파의 경우 조립비용은 일괄 5만원이다. 배송비를 기본요금만 내는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기본 8만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내야 조립과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배송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배송비는 더욱 오른다.

매장 쇼핑도 '홈퍼니싱에 대한 영감을 받기'엔 만만치 않다.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는 복잡한 동선 등은 차치하더라도 교통 문제가 심각하다. 주말이면 인근지역까지 마비시키는 교통대란에 광명시는 임시사용승인 허가를 담보로 이케아에 해결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케아는 지난 7일 교통문제 해결방안을 광명시에 제출했으며, 임시사용승인 기간이 3월 15일 끝난다.

더불어 '무늬만 가구 전문점'이라는 비난 여론도 헤쳐 나가야 한다. 손인춘 의원(새누리당)을 비롯해 백군기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 여야의원 11명은 지난 14일 이케아 관련 유통산업발전법을 발의했다. 현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이케아는 대형마트와 같은 종합유통사가 아닌 전문유통사, 즉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있다. 자연히 기존 대형마트가 적용받는 의무휴일제나 영업시간 제한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현재 이케아 매장에서 판매 중인 9500여 제품 중 가구가 40%에 달하고, 수입식품이나 생활용품 등 잡화의 비중이 만만치 않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당시 손 의원은 "무늬만 가구전문점인 해외기업 때문에 광명지역의 상권이 다 죽어가고 있다"며 "광명을 비롯한 국내 중소상인들을 보호하며, 이들과 상생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케아코리아는 2017년 상반기에 경기 고양에 2호점을 개점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케아코리아는 지난 5일 고양시에 올해 3월 초 원흥지구 매입부지의 용도변경 신청과 건축허가 등 구체적인 매장설립 준비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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