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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말뿐인 상생…동반성장 취지 관세법 효력 낮추려 헌법소원까지 고려
기사입력| 2014-11-20 14:12:04
롯데면세점의 이상한 경영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면세점은 중소기업 부적합 업종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관세법 개정을 위해 헌법소원까지 모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면세업 상생' 의지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롯데면세점은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관세법 개정 대응문건' 까지 만들었다. 지금껏 정부의 배려 속에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한 재벌 면세점이 자신들의 사업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언론·학계뿐만 아니라 법적 소송까지 제기할 계획을 수립했던 것.
20일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과 'CBSi-더스쿠프'가 공동으로 입수한 내부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관세법 개정(2013년 1월) 이후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관세청 등 유관기관, 언론, 심지어 헌법소원제도까지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취지로 개정된 관세법의 효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여론전에 소송전까지 준비한 것.
윤호중 의원은 "국내 면세시장은 재벌 대기업(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이 30년 넘게 독점적으로 운영했고, 그 결과 두 업체는 글로벌 수준의 면세점으로 성장했다"며 "그러나 두 업체가 관세법 개정안의 취지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콘셉트'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내부문건을 보면 매우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부 전략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이와 관련해 실제로 어떤 전략을 펼친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롯데면세점 내부 문건에 따르면 관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2012년 이후 '중견·중소기업 특허비율 부당성'과 '(면세점은) 중소기업 부적합 업종'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관세청·기재부·여야 국회의원 설득작업을 나섰다. 그 결과 지난 2013년 1월 홍종학 의원 등 14명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은 원안보다 약해져 중견중소기업 면세점 특허수(매장수 기준) 비율은 60%에서 20% 이상으로, 이에 반해 대기업의 특허 비율은 30%에서 60% 미만으로 높아졌다. 면세점 사업을 하려면 정부의 특허가 필요하다. 정부가 세금이 붙지 않는 물품을 팔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셈이다. 관세법을 개정한 것은 국내 면세점 업계의 '재벌 과점 문제'가 워낙 심각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또 중소기업을 우회적으로 지배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내부문건 제2편 '인천 KTO'엔 롯데면세점의 중소기업 우회지배전략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2012년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KTO(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 자리에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을 냈다. 입찰참가자격은 자산 5조원 미만의 중견·중소기업으로 못 박았다. '면세업 상생'을 위한 조치였다. KTO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당시 9%, 매출은 연 1753억원에 달했다. KTO가 시장에 나오자 수많은 중견·중소 면세업체가 눈독을 들인 이유다.
그런데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롯데면세점(호텔롯데·롯데DF글로벌)이 KTO에 은근슬쩍 발을 들여놨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새 사업자(중소기업)가 선정되면 BTQ(부티크)의 수입품을 소싱하겠다'는 플랜을 마련했다. 즉, 중소기업 면세점의 수입품 소싱을 롯데면세점에서 맡아서 하겠다는 것이다. BTQ는 루이뷔통·샤넬·에르메스·구찌·프라다 등 글로벌 브랜드의 매장을 말한다. 수입품 소싱은 이런 브랜드와 매장개설에 합의하고, 공급계약을 체결해 상품주문·수급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롯데면세점은 루이뷔통·샤넬 등 수입브랜드의 상품주문·수급을 자신들이 도맡겠다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이렇게 수입품 소싱을 대행하면 면세점의 핵심기능은 중소기업 사업자가 아닌 롯데면세점으로 넘어간다.
윤 의원 "내부문건에 기록돼 있는 수입품 소싱전략은 중소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돈이 되는 유통 부문은 잡겠다는 것"이라며 "유통을 지배당하면 실제 사업이 종속되는 효과가 발생해 제아무리 능력 있는 중소기업이라도 이런 상황에 놓이면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창영 변호사(법무법인 정도)도 "수입품을 소싱하면 롯데는 해당 면세점의 실질적 운영자가 된다"며 "공정거래법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이 전략은 중소 면세업체 육성이라는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