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교수가 제시한 해외로밍 데이터 상세내역서.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한번 시도할 때마다 통화실패에도 2MB에 해당하는 데이터 요금이 부과된 것을 알 수 있다.
해외로밍 데이터 과다 요금은 요즘 해외여행자에겐 요주의 영순위다. 그래도 무심코 '잠깐 사용하는 것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데이터 통신을 시도한다면 절대 주의해야 한다.
국내 유명 사립대 이 모 교수는 지난달 1주일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일본에서 국내로 5차례 정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도했다. 5번 모두 신호만 가고 상대방이 받지 못해 통화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다음 달 요금고지서를 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이스톡에서 호출만 했는데 1통화당 2MB(메가바이트)의 데이터가 사용된 것으로 계산돼 건당 1만4000원 가량의 요금이 부과됐다. 해외로밍 데이터 요금만 10만원에 육박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이동통신사인 KT에 정확한 데이터 사용량을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내부 자료를 확인했다. 보이스톡 시도를 할 때마다 통화연결과는 관계없이 거의 균일하게 2MB의 데이터가 소모된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을 가르치고 있고, 반도체를 전공했다. 이동통신 관련 산학협력 연구도 몇 차례 해서 이동통신 메카니즘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다. 통화를 직접 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 데이터가 사용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모든 것을 감안해도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KT 측은 "사용된 데이터에 따라 요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카카오톡의 경우 해당 사업자의 데이터 최적화 부실이 가장 큰 원인이다.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카카오톡은 데이터 크기를 잘 컨트롤하는 못하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비 17배 해외로밍 데이터 요금
KT는 해외 데이터로밍 요금으로 0.5KB(킬로바이트) 당 3.5원을 부과하고 있다. 2MB를 사용하면 1만4000원의 요금이 나온다. 해외 데이터로밍은 대부분 LTE 대신 3G 데이터만 가능하다. KT의 국내 3G 표준요금제의 데이터 요금은 1MB당 512원, 2MB는 1024원이다. 해외로밍 데이터요금이 국내 요금의 약 17배(16.67배)에 달한다. 통신요금에는 10% 부가세가 붙기 때문에 체감 요금은 더 비싸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도 비슷하다. 국내 표준요금제 기준으로 2MB를 사용하면 1000원에 불과하지만 해외로밍 요금의 경우 1만8200원으로 무려 18.2배다. SK텔레콤이 정량 데이터 요금제의 기본 제공량을 초과 사용하는 경우와 해외 로밍 요금을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국내 정량 데이터 초과 사용 요금은 0.5KB 당 0.01원이다. 해외요금은 이에 비하면 무려 455배다.
사실 1MB는 적은 량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2~3페이지를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통신사마다 비슷한 가격으로 담합을 하고 있어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 가능성이 거의 없다. 부지불식간에 수천원에서 수만원까지 원치 않는 해외로밍 데이터 요금을 내는 소비자가 상당수일 것이다. 그 금액을 다 합치면 천문학적 액수일 것이다. 원가 공개도 하지 않고, 요금 산정 기준도 아전인수 격이다. 꼭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가 공개 꺼리는 이동통신사, 요금인하는 제자리
지난 2011년 몇몇 시민단체는 로밍 요금제 인하를 요구하며 해외 통신사들과의 계약내용이나 국제망 이용 원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해 7월 '통신요금 원가와 요금 산정 근거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해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통신사들은 올 2월 영업비밀 공개 절대불가를 외치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문제는 인프라 구축은 거의 끝난 상황이고 이용자가 늘어나 가격 하락 요인이 충분한데도 요금 인하는 제자리라는 점이다. 해외 출장과 여행인구는 급증하고 스마트폰 사용자가 넘쳐나면서 해외 데이터로밍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각 통신사들은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지만 1만원 안팎의 요금제도 사실 비싸다. 1주일 여행이면 7만원, 여기에 부가세가 붙으면 7만7000원이다. 대부분 3G 환경이라 무제한이라고 해도 시원하게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서비스 불만 요소가 충분하다. KT 관계자는 "통신 요금 원가 관련 부분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해외로밍 데이터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무제한 요금제를 추천하고 있다. 해외로밍 시 과다요금 관련해서는 충분한 고지를 하고 있다"며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최근 해외여행시 현지 유심카드를 사서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마저도 데이터 요금은 저렴하지만 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