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보령제약 일감 몰아주기 논란…경영승계 위해서라면 무조건 'OK'
기사입력| 2014-08-20 09:11:16
장수상품인 '갤포스'와 '용각산'을 통해 제약명가로 자리매김한 보령그룹. 그러나 경영승계를 위한 과정은 제약명가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인 김승호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김은선 보령그룹 회장은 물론이고, 김 회장의 외아들인 김정균 보령제약 이사대우까지도 이 같은 방식을 통해 경영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보령그룹의 일감몰아주기는 2008년 이후 매년 논란이 돼 왔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계속 증가하는 모양새다. 경영승계 자금을 마련하는데 이만한 장사가 없다는 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는 재벌가의 경영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에 가까운 만큼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하고 있지만 보령그룹 등 자산 규모가 5조 미만인 기업은 감시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최근 대기업보다 중견기업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경영승계 자금을 마련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세 경영자 김정균 이사대우, 개인회사로 경영 승계 실탄 확보?
㈜보령은 보령그룹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회사다. 주력회사인 보령제약과 보령메디앙스의 지분을 각각 29.37%, 24.68%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보령의 2대주주로 김정균 이사대우가 올라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대우는 2009년 말까지만 해도 ㈜보령의 지분율이 10% 수준이었지만 2010년 말 25%를 보유하며 2대 주주가 됐다. 1년 만에 지분을 15%가량 끌어 올렸기에 가능했다. 김 이사대우는 1985년생으로 올해 30살로 2010년 2대 주주가 됐을 당시 나이는 26살에 불과했다.
네비스탁은 지난 18일 '가업을 잇는 흔한 방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보령그룹 3세 경영자인 김정균 이사대우의 ㈜보령 지분 확대, 지속적인 배당 등 시장의 의심을 살만한 행보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이 과정에서 일반 소액주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네비스탁은 "김정균 이사대우가 적은 나이에 ㈜보령 지분을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보령수앤수와 보령바이오파마가 중요한 자금줄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령수앤수는 김정균 이사대우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회사다. 또 보령수앤수는 지난 2008년부터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분을 꾸준히 끌어 모았다. 2007년말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보령(지분율 74%)이었으나 2009년 말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보령수앤수(65.6%)로 바뀌었고, 지난해 말 보령수앤수의 지분율은 96.4%까지 높아졌다.
네비스탁은 보고서를 통해 보령그룹이 상당한 사업기회를 보령수앤수와 보령바이오파마에 양보함으로써 상장 계열사는 상대적으로 더 좋은 사업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발생하고, 이는 기업 손실과 소액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보령바이오파마의 매출액 587억원 중 50%가량인 252억원이 보령제약으로부터 발생했다. 보령바이오파마에 일감을 몰아줬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해 보령수앤수는 4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보령바이오파마에 의한 지분법이익이 66억원 넘게 발생하면서 약 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김 이사대우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보령수앤수로부터 9억원, 보령바이오파마로부터 27억원 가량의 현금 배당을 받았다.
▶2008년 김은선 회장 경영 승계 때부터 일감 몰아주기 개시?
보령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보령의 일감몰아주기도 심각한 수준이다. ㈜보령은 건강보조식품·숙취해소제·비타민드링크 등 가공식품 도매업체다. 주차장업과 구내식당,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 등도 사업 목적에 포함시켰다.
㈜보령의 2013년 매출은 83억4000만원이다. 이중 53억7600만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2012년의 경우 79억6000만원의 매출 중 53억9700만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보령의 최대주주는 김은선 회장으로 2대주주 김정균 이사대우를 포함해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보령의 일감 몰아주기가 두드러진 것은 2008년부터다. 2008년 63억원의 매출 중 50%가 넘는 37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고, 2009년에는 73억원의 매출 중 60%에 가까운 47억원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공교롭게도 이즈음은 김은선 회장의 경영승계가 본격화 된 시기다. 김 회장은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 2001년 그룹 부회장을 지내다 2009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2010년과 2011년도 보령그룹의 일감몰아주기는 여전했다. 전체 매출 중 60~70%를 내부거래로 발생시켰다. ㈜보령은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키울 수 있었고, 보령 오너일가에게 두둑한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보령은 2011년 2억6400만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오너일가가 ㈜보령의 주요 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너일가에게 지급했다고 보면 된다.
배당금 규모는 2008년 1억3200만원, 2009년 1억3200만원, 2010년 3억9600만원이었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배당금으로 매년 2억6400만원이 지급됐다. 오너일가가 지분에 따라 적게는 수천만원부터 많게는 수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셈이다.
이와 관련, 보령그룹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경영승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부분이 많다"며 "㈜보령의 경우 대부분이 사옥에 계열사가 입주해 있어 임대료 등이 주를 이루는 만큼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