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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알뜰폰 무늬만 알뜰, 당초 취지 무색

기사입력| 2014-07-23 09:15:17
거대 이동통신사들까지 뛰어든 '알뜰폰' 시장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인 알뜰폰은 이동통신망을 가지지 못한 사업자가 기존 이동통신사의 망을 임대해 제공한다. 업체간 경쟁 유도와 이용자 선택권을 주기위해 지난 2004년 도입됐다. 알뜰폰 시장에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텔링크를 통해 2년 전 뛰어들었고, 이달 들어 KT와 LG유플러스도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거대 이동통신 3사가 진입, 알뜰폰 시장은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거대 통신사들은 특화된 서비스와 실질적인 요금 인하를 외치며 알뜰폰 시장에 비집고 들어왔지만 이들의 알뜰폰 서비스는 무늬만 '알뜰'일 뿐,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기존 통신사 요금제와 별 차이가 없거나 초기 비용만 약간 저렴한 수준이다. 일각에선 거대 이통사들이 법망을 피한 시장점유율 올리기에 알뜰폰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알뜰하지 않은 거대 이통사의 알뜰폰 요금

지난 9일 KT는 자회사 케이티스, LG유플러스는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링크에 이어 이통 3사가 '링'을 옮겨 2차전을 펼치는 셈이다.

정부를 졸라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지만 초반 가입자 증가는 기대 이하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케이티스와 미디어로그는 '반값할인' '무약정' 등 혜택을 강조했지만 두 회사의 서비스 첫 일주일간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는 100명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SK텔링크의 같은 기간 5900여명 번호이동 순증치와도 비교가 된다. 준비 부족에 특징 없는 단순 '요금제 카피' 때문이다.

케이티스의 유심 LTE 요금제 중 LTE21·LTE26·LTE31는 CJ헬로비전, 에넥스텔레콤의 요금제와 동일하다. 이 서비스는 똑같은 혜택을 앞세우니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가 어려웠다. 모회사의 후광을 기대했지만 소비자들은 냉담했다.

미디어로그의 LTE 요금제 8종도 기존 모회사 LG유플러스의 요금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요금제 차이는 2000원 남짓이다. 통신 3사 뿐만 아니라 알뜰폰 가입자끼리도 요금제가 비슷하다보니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는 요원하다.

알뜰폰 시장은 기존 28개 사업자 외에 이번에 2개사가 더해져 모두 30개사가 전체 이동통신 시장(가입자 약 5500만명)의 6%(가입자 약 330만명)를 점하고 있다. 장년층과 어린이, 주부 등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을 덜 사용하는 층이 주요 타깃이다.



▶알뜰폰은 기존 이통시장 MS에서 분리시켜야

잠잠했던 7월과는 달리 8월부터는 점차 이통 3사 자회사의 알뜰폰 마케팅이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정 경쟁 촉진을 위해 이통 3사 자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전체 알뜰폰 시장의 50% 이내로 제한했다. 2년 앞선 SK텔링크의 점유율은 16% 정도다. 케이티스나 미디어로그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이 절실한 이유가 있다. 시장점유율(MS) 때문이다. 알뜰폰 가입자 중 선불(충전) 가입자가 아닌 일반적인 후불가입자의 경우 이동통신사 점유율에 포함된다. SK텔링크와 케이티스가 선불에 주력한다고는 하지만 알뜰폰 가입자 중 선불 가입자는 20% 정도밖에 안 된다. 고가 요금 사용자인 후불 가입자 유치는 알뜰폰 시장 점유율 뿐만 아니라 전체 이동통신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KT 관계자는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다"면서 "알뜰폰 시장이 작기는 해도 향후 마케팅 측면에서 이동통신 3사가 드라이브를 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알뜰폰 업계는 마지막까지 거대 이통사의 진입을 반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통사 자회사에 대한 시장점유율 제한을 향후 알뜰폰 신 수요의 50%로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뜰폰 서비스의 발전을 위해선 중소사업자 뿐만 아니라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활로를 모색해야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지금 같은 모양새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내놨어야할 저가형 요금제를 자회사를 통해 내놓은 꼴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은 콜센터 이용요금과 멤버십 포인트가 빠진 서비스인 셈"이라며 "큰 틀에서 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 역시 기존 틀에서 충분히 개선 가능한 부분이었다. 이런 연유라면 이통사들이 알뜰폰에 뛰어들 이유는 전혀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알뜰폰을 이통시장 전체 MS 집계에서 빼내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에서 선수는 같고, 옷만 바꿔 입는다면 플레이 패턴은 그대로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제4 이동통신 인가 등 통신시장 혁신을 위한 조치에 앞서 알뜰폰 제도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질 전망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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