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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밑 아웃도어 매장, '명품 로드숍' 된 까닭은?

기사입력| 2016-11-10 17:55:53
◇국내 유명 등산로 초입은 아웃도어 브랜드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등산인구가 많이 몰리는 길목으로, 이곳의 점포들은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신상품을 선보이는 이른바 '안테나 숍' 기능을 한다. 사진은 아웃도어 매장들이 포진한 서울 도봉산 등산로 입구의 모습. 도봉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지난 6일 서울 강북구 도봉산 등산로 입구. 휴일 오전 도봉산 입구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 화사한 원색의 등산복 물결 속에 등산로를 따라 도열한 아웃도어 매장은 시내 번화가를 방불케 했다. 아침부터 환한 불을 밝힌 쇼윈도에는 알록달록 등산복이 내걸리고 곳곳에 단풍철 세일을 알리는 입간판이 나부꼈다.

이는 도봉산 입구만의 풍경이 아니다. 요즘 북한산, 청계산 등 웬만한 등산로 초입은 아웃도어 브랜드 전시장에 다름없다.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밀레, 네파….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이 무슨 아울렛처럼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이는 밀려드는 등산 인구를 겨냥한 것으로, 그만큼 많은 이들이 산 밑 아웃도어매장을 이용한다는 방증이다,

회사원 정 모씨는 평소 산 밑 아웃도어매장을 즐겨 찾는 경우다. 주말 산행 때마다 친구들과 단골 매장에 들러 점포 직원의 상세한 설명 속에 부족한 것들을 채워 나간다. 굳이 구입할 물건이 없어도 트렌드 점검차 들른다.

현재 서울 근교 3대 등산로로 꼽히는 도봉산, 북한산, 청계산에는 각기 수십 개씩의 아웃도어 점포가 포진하고 있다. 국내 최대 등산객을 자랑하는 도봉산의 경우 도봉산역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1㎞에 걸쳐 50여 개의 아웃도어 점포가 성시를 이루고 있다. 북한산 우이동 등산로에도 크고 작은 30여 점포가 영업 중이다.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청계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하철 청계산입구역부터 등산로 초입까지 약 500m에 이르는 청계산로에는 국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 3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이처럼 등산로 입구 아웃도어 매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신상품을 선보이는 이른바 '플래그 숍'· '안테나 숍'기능이 크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청담동 거리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패션, 뷰티숍이 입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웃도어 브랜드로서는 주요 등산로가 놓칠 수 없는 입지인 셈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아웃도어 경기가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산 밑 아웃도어 매장들은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며 매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웃도어용품 업체 관계자들은 등산로 입구 매장의 효용성이 크다고 강조한다. 등산로 입구는 등산 인구들이 많이 모이는 길목으로 홍보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충동구매보다는 뚜렷한 목적을 지닌 고객이 많아 신상품에 대한 피드백도 빠르기 때문이다.

노스페이스 홍보실 박연상 과장은 "산 밑 아웃도어 매장은 브랜드의 중요 유통채널로 중시하는 점포다. 특히 충성도 높은 단골들이 주로 찾는 곳으로, 등산복 뿐만 아니라 스틱, 가방, 장갑 등 다양한 고기능성 용품 구매 빈도도 높다"고 소개했다. 밀레 최병수 차장도 "산 밑 매장은 안테나숍 역할이 크다. 접점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곳으로 아무래도 더 신경이 쓰이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시내 매장과 마찬가지로 신상품은 물론, 기획 세일도 선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등산로 입구에 아웃도어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은 대략 10~15년 전부터다. IMF구제금융위기 이후 등산 인구가 크게 늘며 등산은 국민 여가로 급부상했다. 이후 경기 회복기를 거치며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아웃도어 제품 또한 활황기를 맞았다. 초창기 등산로 입구의 매장들은 '등산장비점' 성격이 더 컸다. 그러나 활황기의 아웃도어 매장은 패션-의류로 성격이 변했다. 아웃도어 패션을 완성하는 '토털 패션숍'의 개념으로 진화한 것이다. 현재, 아웃도어 브랜드가 수십 곳씩 몰려 있는 주요 등산로 입구는 아웃도어 용품 트렌드 전시장에 다름없다. 등산을 나선 김에 한 번에 다양한 브랜드의 신상품을 비교해 보면서 쇼핑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아웃도어 열풍과 함께 전국의 주요 등산로 입구 상가에도 큰 상권의 변화가 나타났다. 목 좋은 자리의 식당이 밀려나고 대신 아웃도어 매장이 다투어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점포 임대료가 크게 인상됐다. 임대료 상승은 아웃도어 매장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도봉산 입구에서 최근 까지 10여 년 동안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점포를 운영했던 박 모씨. 2002년 40평 규모의 매장을 월 250만원에 임대했던 그는 10년 사이 임대료를 무려 3배, 750만 원까지 올려 줘야 했다. 이 정도면 도심 역세권 수준이다. 박씨는 "경기가 좋을 때는 견딜 만 했다. 하지만 2014년을 정점으로 최근 2~3년 사이 매출 부진이 뚜렷해지며 10년 넘게 운영하던 매장을 접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 번 오른 임대료는 좀처럼 빠질 줄을 모른다. 때문에 요즘 산 밑 아웃도어 매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개인 점포는 감소하고, 임대료를 감당할 만한 뒷심이 있는 직영점이 더 늘고 있는 추세다. 아웃도어 업체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직영점은 접고, 목 좋은 지역의 대리점을 직영점으로 전환시키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블랙야크의 경우 주요 등산로 입구 직영점은 대체로 유지하는 중이다. 산 밑 매장이 워낙 중요한 플래그숍 기능을 지닌 브랜드의 자존심인데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는 호기라고 말한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등산로 입구 매장은 불경기에 알뜰 쇼핑의 적지라는 설명이다. 블랙야크 홍보실 김정배 차장은 "기업의 불경기 극복 전략이 구매찬스에 다름없는 것"이라면서 등산로 입구 매장 알뜰 이용 팁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요즘 등산로 입구 아웃도어 매장들은 경쟁 세일을 자주 실시한다. 등산로 매장이 시내 독립 매장보다 할인을 더 많이 하는 분위기이다. 등산객이 몰리는 주말에 열리는 세일을 활용하면 20~30% 가량 저렴하게 아웃도어 용품을 구입할 수 있다. 아울러, 등산로 입구 매장들은 독자적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이벤트 포인트'를 지급하는 곳이 많으므로 비교 활용하면 좋다. 여기에 할인쿠폰과 이벤트 쿠폰, 카드 할인 등을 함께 활용하면 더욱 저렴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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