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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조 퇴직연금 지각변동' 실물 이전 서비스 시행… 은행·증권사 경쟁 치열

기사입력| 2024-10-29 13:20:37
안정적인 노후 준비 자금 마련 목적의 퇴직연금의 실물 이전 서비스가 시작된다.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계좌 해지 없이 퇴직연금 계좌를 옮길 수 있게 됐다. 퇴직연금 전체 계좌 규모는 400조원에 달한다. 퇴직연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은행, 증권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치열한 경쟁은 수익률 확대를 비롯해 다양한 추가 서비스 제공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과도한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자금 활용에 맞춰 자신에 맞는 퇴직연금 운용사 선택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10월 31일부터 퇴직연금 사업자 44개 중 37개사(적립금 기준 94.2%)에서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사업자로 이전하려면 기존 상품의 해지에 따른 비용과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변화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었다. 실물 이전 제도 시행에 따라 해지에 따른 손실 부담 등이 없어지는 만큼 더욱 손쉽게 '퇴직연금 사업자 갈아타기'가 수월해졌다. 실물 이전이 가능한 상품은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 보장상품, 공모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이다.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상품은 동일한 제도 내에서, 이전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디폴트옵션 상품이나 퇴직연금(자산관리) 계약이 보험계약 형태인 경우도 실물이전은 불가능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퇴직연금 계좌 이동의 제한 요소였던 해지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해소된 만큼 수익률을 앞세워 증권사와 보험사들이 고객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권의 퇴직연금 계좌 지키기 움직임도 맞물려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적립금은 금융감독원 집계 기준 400조793억원이다. 이중 은행권 적립규모는 210조2811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반은 증권사와 보험사가 각각 96조5328억원, 93조2654억원으로 비슷한 규모다.

실물이전 제도 시행은 퇴직연금 시장의 지각 변동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간 퇴직금 계좌 유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점유율이 낮은 증권사, 보험사 등이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높은 수익률, 각자에게 유리한 실적 홍보를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도 활발하다.

KB국민은행은 IRP 계좌에 가입하고 실물이전 사전 예약을 신청한 1만명(선착순)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제공하고, 기업은행은 12월 20일까지 타 금융기관으로부터 퇴직연금 이전을 마친 고객과 IBK투자증권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매수 고객 등 2000명(추첨)에게 신세계상품권 1만원을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초기 가입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대응 TFT'를 구성했고, NH농협은행은 영업점 또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타 기관 연금저축계좌 및 개인형IRP에서 NH농협은행 개인형IRP로 이전(실물이전 또는 계좌이체)완료한 고객 중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500명에게 스타벅스 디저트 세트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실물이전 상담을 신청하거나 실물이전을 한 고객에게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에게 사업자 홍보와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당부하고, 개시 초기 시스템 운영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실물이전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주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현행 퇴직연금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0일 상품 가입부터 운용, 수령에 이르기까지 가입자의 선택 폭을 넓혀서 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며 8대 정책 개선과제도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맥킨지 한국사무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치인 20∼30%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건의서에 퇴직연금 투자 가능 상품을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투자 가능 자산을 유형별로 나열하고 그 외 상품에는 투자할 수 없게 한 현행법은 퇴직연금 가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투자 가능 상품을 폭넓게 열어두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비과세 시점을 다양화해 주요국처럼 개개인의 여건에 맞는 세제 혜택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건의서에 담았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등이 추진되면서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 연금의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며 "사적연금 활성화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개혁 조치가 조속히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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