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출사표 던지나
기사입력| 2019-07-06 15:05:39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인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SK·한화·롯데·신세계·CJ그룹 등 유력하게 후보로 거론되던 곳이 인수 의사가 없음을 강하게 밝히고 있는 가운데 애경그룹은 인수전 참여를 딱 잘라 부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을 대신해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스타일로 볼 때 인수전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애경그룹이 인수할 경우 함께 유동성 위기를 겪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재계와 항공업계 분위기는 다소 부정적이어서 실제로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가 부실한 상태에서 지난 3월 회계 감사의견도 처음에는 '한정'으로 나오자 결국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4월 매각 결정을 내렸다.
▶SK·한화·롯데·신세계·CJ 모두 '손사래'…흥행 부진 우려
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인 CS증권은 기업 실사를 마무리 짓고 이달 중 인수후보들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한 뒤 매각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후 투자의향서 접수(예비입찰),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연내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5% 매각(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진행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IDT·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 자회사도 일단 일괄 매각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인수금액으로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입에 5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1조원 가량의 유상증자,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을 기존 4억주에서 6억주로 늘리고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도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했다. 이번 정관 개정은 채권단이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 CB 매입 방식으로 자금을 수혈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은 내부적으로는 비수익 노선과 일등석을 없애고 국내선 운임을 올려 수익성을 높이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구책 일환으로 일반직 대상 무급휴가를 시행한 데 이어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24년 만에 기내 담배 판매 재개를 선언하는가하면,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차세대 항공기 A350을 연말까지 1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런 노력에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SK·한화그룹은 물론이고 롯데·신세계·CJ그룹 등도 인수 의사가 없다고 거듭 선을 긋고 있다.
이처럼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가 없음을 드러내면서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흥행 부진으로 연내 매각이 불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에어부산 등 6개 자회사를 한꺼번에 인수할 경우 2조원 가량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처음 매각 발표 때부터 일괄매각으로 할 경우 인수전에 뛰어들 기업이 없을 것으로 봤다"고 지적했다. 예견된 흥행 부진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매각절차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흥행 부진이라는 표현은 설득력이 없다. 매각공고가 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상황을 더 봐야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 FSC 운용하는 '큰 꿈' 향해 갈까
뚜렷한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재계와 관련업계는 애경그룹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애경그룹 밖에는 가져갈 기업이 없을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애경그룹은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으나 인수전에 뛰어들 모양새다. 애경그룹은 "동종업계 경쟁사로서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인수할 의향이 있음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 특히 애경그룹은 최근 삼성증권과 접촉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사업 타당성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애경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고 나서 금융투자업계에서 연락 오는 곳이 많고 삼성증권도 그 중 하나"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애경그룹이 인수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의 삼성증권의 경우 애경그룹과 그동안 여러 번 M&A와 IPO(기업공개)를 진행한 곳으로 애경그룹이 M&A 주관사로 사실상 선정하고 인수 협의를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부족한 돈은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투자자(FI)의 힘을 빌리면 되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욕심을 낼 것"이라며 "실제로 사모펀드들이 애경그룹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와 항공업계에서도 사업적인 측면을 따져볼 때 애경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트리오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던 애경그룹이 전혀 사업이 다른 제주항공을 설립해 성장시킨 과거의 행보로 볼 때 이보다 한 단계 점프할 수 있는 FSC 인수에 상당히 매력을 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2005년 1월에 설립한 제주항공이 초창기에 적자를 내면서 어려울 때 자금마련을 위해 2010년 AK면세점을 롯데그룹에 매각할 정도로 항공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오래전부터 채형석 총괄부회장과 관계를 맺어온 한 중견기업 오너는 "제주항공에서 보여줬던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스타일로 유추해볼 때 LCC를 뛰어넘어 FSC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따라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예상했다.
LCC의 한 대표도 "제주항공은 이미 사업확장의 한계가 왔다"며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마침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채권단이 분리매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애경그룹의 인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자금력에서 딸리는 애경그룹으로서는 한결 손쉬워지는 셈이다.
그러나 재계와 항공업계는 애경그룹이 상당히 힘에 부칠 것이라며 인수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란 예측까지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수하는데도 2조원 가까이 들지만, 7조원이 넘는 부채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더욱이 운용리스까지 포함하면 부채는 9조원을 훨씬 넘고, 변제기한이 1년 이내에 도래하는 단기차입금도 지난 3월말 기준 3조1054억원이나 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에는 1959억원 경상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2626억원의 손실을 내는 등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재무적투자자의 도움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그 뒤 유동성 측면에서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며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앞서의 LCC 대표는 "아시아나항공은 애경그룹이 인수할 수 있을 만큼 작은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을 설립한 뒤 성장시킨 것과는 자금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 이어 "결국 많은 빚을 내야할 텐데 필연적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완제 기자 jwj@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