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가운데)이 지난 19일 금강산호텔 2층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식' 축하연회에서 건배사 후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그룹 제공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하는 등 올 들어 세 번째 방북길에 오른 것.
현 회장은 북한을 다녀올 때마다 줄곧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했다. 이는 현대그룹이 18년 전에 북한으로부터 획득한 금강산관광개발 등 7대 사회간접시설(SOC)개발 독점 사업권에 대한 대내외적 강조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주장하고 있는 대북사업 독점 운영권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 내부 상황이 달라진 점과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운영 능력 등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북사업 선두 현대그룹 "신호만 떨어지면 달릴 준비"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지난 2000년 8월 북한과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북한 내 7대 SOC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른바 '7대 대북사업 독점권'은 ▲금강산 관광지구 토지이용권(50년) ▲금강산 관광사업권 및 개발사업권 ▲개성공단 토지이용권(개성 및 판문군 일대 2000만평에 대해 50년) ▲개성공단 개발사업권 ▲개성 관광사업권(50년) ▲백두산 관광사업권 ▲철도·통신·전력·통천비행장·금강산 물 자원·묘향산과 칠보산 등 주요 명승지 종합관광·임진강댐 건설운영 사업 등이 주내용이다.
당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자회사인 현대아산은 사업권 대가로 5억달러(약 5350억원)을 북한측에 지불했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관광이 전면 중단됐고, 현대아산은 2011년 8월 북한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후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되면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10년간 개점휴업 상황에 이르렀다.이로 인해 큰 경영난을 겪었던 현대아산은 올해 개최된 4월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본격 가동, 대북사업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주 1회 정기적으로 경협관련 TF 회의를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등 산적한 문제들이 우선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언제든 신호만 주어지면 달릴 수 있을만큼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현대아산은 최근 기획재정부 제2차관 출신인 배국환 신임 대표를 선임하는 등 현대아산의 내부 조직력·전문성 강화와 인력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 회장 역시 북측의 빠른 사업재개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지난 18~19일 열린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식 행사 참석차 방북했던 현 회장은 "현시점에서 보면 올해 안에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측에서도 빠른 재개를 희망하고 있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사업재개 시기와 관련, "민간기업이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에서 제재를 풀어주면 곧바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다른 상황, 현대그룹 독점적 사업권 어려울수도…"
이처럼 현대그룹이 대북사업 재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거처럼 독점적 사업권을 행사하기는 녹록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과 현대그룹 자체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
북한은 지난 2011년 6월 금강산 관광·개발 사업에 대해 현대아산의 독점 사업권을 사실상 제외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특구법에는 '한국은 물론 제3국의 법인, 개인, 경제조직, 해외동포의 투자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결국 '현대아산의 독점 사업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 경제산업을 연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북한이 2011년 특구법 발표 이후 최근까지 중국 등에서 외국 투자자·기업 등을 상대로 한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 투자 설명회를 꾸준하게 펼치고 있다"면서 "이는 외국 자본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동시에 현대아산의 독점 사업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협이 본격화되는 시점엔 어떤 식으로든 북측이 새로운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독점사업권'보다는 '사업주도권'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그동안 북측이 현대그룹에 보여준 신뢰를 믿고 있으며 과거 북측과 맺은 경제협력사업권은 계속 유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금강산 관광·개발 사업을 투 트랙으로 분리해서 접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관련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강산관광 재개시 외국인 관광객 관련 사업은 중국 등 외국 기업에, 한국인 관광객은 현대아산에 맡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북측은 해외자본 유치라는 실리와 현대아산에 대한 신뢰성 부여 등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럴 경우 현대그룹이 가져가는 금강산관광 사업의 성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그룹의 '몸집'이 대폭 줄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현대그룹은 재계 1, 2위를 다툴 정도였지만 핵심 계열사들이 빠져나간 현재는 중견기업 수준으로 사세가 위축됐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남북경협에 있어서 다른 그룹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대북 SOC 사업의 핵심인 건설부문이 현대차그룹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과거처럼 독점적 사업권을 영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과거 그룹의 몸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대북사업은 그룹 자체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업·단체들과 협력해서 진행될 사항이어서 그룹의 사이즈가 큰 문제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기업으로서 북측의 호의적인 태도나 멘트 등을 상세하게 알리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