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제품부두에서 B예선업체 예인선이 예선작업중인 모습. 사진=해양경찰청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국내 정유업계의 강자 GS칼텍스가 국내외에서 잇달아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수년간 차명으로 예인선 업체를 운영하면서 일감을 몰아주다가 적발되는가 하면 주한미군에 유류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가 밝혀지며 1000억원에 이르는 벌금과 배상액을 물게됐다.
이에 따라 GS칼텍스가 그동안 강조해 온 '윤리경영'이 한순간에 무색해졌다. 특히 최고경영자(CEO)인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지난 8월 발표한 '2017 지속가능 보고서'를 통해서도 윤리경영 실천 등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내외 불법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허 회장의 윤리경영이 그저 헛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유류납품 담합 드러나…GS칼텍스 약 1000억원 벌금·배상
19일 업계와 외신들에 따르면 GS칼텍스 등 국내 3개 정유업체가 주한미군에 유류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샀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SK에너지, GS칼텍스, 한진 등 3개 정유사에 대해 이같은 담합 혐의가 인정된다며 약 2억3600만달러(2670억원)의 벌금과 배상액을 부과했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 한국 정유업체 3개사의 담합 행위는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3개사에 모두 8200만달러(929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형사상 벌금과는 별도로, 입찰 공모에서 독점금지를 위반하고 허위로 주장한 혐의로 3개사에 총 1억5400만달러(1745억원)의 민사상 손해배상금도 부과했다. 민사 배상으로는 SK에너지가 9038만달러, GS칼텍스가 5750만달러, 한진은 618만달러를 각각 부담하게 된다. 결국 GS칼텍스는 이번 담합행위로 인해 총 1000억원 가량의 벌금과 배상액을 부과 받은 셈이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의 유류가격 담합은 한국에 주둔하는 미 육군과 해군, 해병대, 공군에 대해 지난 2005년 3월부터 2016년까지 빈번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석유·정유 회사들과 이들의 대리인들(agents)이 미군 연료계약 입찰 과정에서 경쟁을 제한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GS칼렉스는 이번 제재에 유감을 표시하고 준법경영 관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미 법무부와 합의를 완료했다"면서 "전사적으로 윤리경영 및 자율준수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거래 법규 준수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명으로 예선업체 운영…'일감 몰아주기' 특혜도
이에 앞서 GS칼텍스는 국내에서 9년간 차명으로 예선업체를 운영하며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제공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1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씨 등 전·현직 GS칼텍스 임직원 4명과 회사 법인을 입건했다
해경은 또 예선 업무와 관련해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B 예선업체 대표 등 2명과 C 해운대리점 대표 등 2명을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GS칼텍스와 이들 임직원들은 지난 2009년 11월 선박임대회사 2곳을 동원해 예선업체를 직접 보유하고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허위로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GS칼텍스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공시 대상 기업으로 매년 공정위에 자산규모를 신고해야 한다. GS칼텍스의 생산본부장이던 A씨는 당시 차명으로 보유한 B 예선업체 주식은 빼고 자산규모를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GS칼텍스가 B 예선업체를 자회사로 보유한 모 해운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화주인 정유사가 예선업을 할 수 없도록 한 선박입출항법(옛 항만법)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GS칼텍스는 이 해운업체를 통해 사실상 B 예인업체를 보유하고도 서류상으로는 선박임대회사인 차명회사 2곳이 B 예인업체의 주식 50%씩을 가진 것처럼 꾸민 혐의를 받았다.
GS칼텍스는 차명으로 보유한 B 예선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에 따르면 2011년과 2012년 2차례 총 7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B 예선업체는 대출빚이 많아 담보를 잡을 수 없는 상태였지만 GS칼텍스는 내부 규정도 어긴 채 대규모 자금을 무담보로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번에 입건된 GS칼텍스 생산공장장 D씨는 201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관할 지방해양수산청에 선박연료공급업 등록을 하지 않고 B 예선업체와 다른 계열사에 340억원 상당의 연료를 공급한 혐의도 드러났다. 해경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폐해와 일감 몰아주기, 예선 리베이트 수수 등이 드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대해 GS칼텍스는 "지난 2014년 B 예선업체와 지분 관계를 청산했고 한 곳에 집중됐던 예인선 물량은 상생 협약에 따라 지역 예인선 업체가 골고루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해경 조사에 성실하게 임했으며, 향후 수사에도 성실히 임하면서 회사 입장을 밝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이같은 불법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던 GS칼텍스의 이중적인 행태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지난 2013년부터 GS칼텍스의 CEO로 재직하고 있는 허진수 회장은 지난 8월 발표한 '2017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윤리경영을 실천해오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잇단 불법 사건으로 인해 GS칼텍스는 물론이고 허 회장까지 신뢰도·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해졌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허진수 회장이 말로만 윤리경영을 외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