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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프리미엄 무선청소기에서 LG에 밀리며 자존심 구겨…3월 혼수 시장에 '먹구름'?

기사입력| 2018-01-24 09:58:17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평가에서 라이벌 LG전자에 밀리며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무선 청소기 시장은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이 선보인 'V8'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 2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유선 청소기에 비해 가격이 비싸 매출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글로벌 가전 업체들은 회사의 자존심을 걸고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이슨, LG전자에 이어 가장 늦게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든 삼성전자의 '파워건'이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청소 성능 비교 평가 전 분야에서 조저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경쟁 제품인 LG전자의 '코드제로 A9'와 직접 비교가 돼 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결과는 70만원대 후반에 달하는 고가의 삼성전자 무선 청소기를 믿고 구입한 소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여기에 조만간 시작될 신혼부부들의 봄 혼수 장만 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청소기라면 청소가 제대로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6개 업체 9종(고가형 4종, 중저가형 5종)을 대상으로 청소성능(바닥먼지, 바닥틈새, 큰 이물, 벽모서리), 사용시간, 소음, 충전시간 등의 주요 품질과 안전성(감전보호) 등을 시험·평가했다.

청소기의 주 용도는 먼지나 이물 등을 빨아들여 제거하는 것으로, 청소성능이 좋은 제품이 우수한 제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가형 4종 중 하나로 선정된 삼성전자의 '파워건'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우선 마룻바닥에 균일하게 뿌린 먼지 중 청소기 먼지통에 흡입된 먼지의 비율을 시험하는 '바닥먼지 청소성능'에서 '파워건'은 최소모드에서 제품의 청소성능이 70% 이하로 상대적으로 낮아 4개 제품 중 최하인 '보통'을 받았다.

이어 바닥틈새판에 먼지를 채운 후 청소 전후의 바닥틈새판 무게 변화 비율을 시험한 '바닥틈새 청소성능'에서도 '파워건'은 최대모드와 최소모드에서 청소성능이 40%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 '큰 이물 청소성능'에서도 LG전자 '코드제로 A9'이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은 반면 '파워건'은 '우수'에 그쳤다.

끝으로 마룻바닥과 벽면이 만나는 모서리 부분에 먼지를 뿌려 청소한 후 벽으로부터 남아있는 먼지의 거리를 확인하는 '벽모서리 청소성능'에서 다이슨과 LG전자의 제품이 먼지를 남긴 거리가 1.6㎝ 이하로 짧아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제품은 먼지를 남긴 거리가 6.2㎝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길어 '보통'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번 청소성능 비교평가에서 보여준 '파워건'의 성적은 제품 출시 당시 삼성전자가 자랑했던 부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무선 청소기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삼성전자는 '파워건'에 대해 '기다린 보람이 있는 청소기'라고 타이틀로 홍보하며 성능 면에서 다이슨이나 LG전자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특히 '듀얼 액션 브러시'는 '파워건'의 특징으로 꼽혀왔다. '듀얼 액션 브러시'는 2개의 브러시가 1분에 5000번 양방향으로 회전하고 앞뒤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두 개의 빗자루로 쓸어 담는 효과가 있다. 또 모 소재를 사용해 융 브러시보다 효율적인 청소가 가능하며 특히 많은 가정에서 고민하는 거실 마룻바닥의 틈새 먼지까지 강력하게 청소한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타사 제품들보다 못한 성적을 보여 고액을 지불하고 구입한 소비자들을 실망시켰다.

▶삼성전자의 입장을 들어보니…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결과를) 수용 하지만 제품 성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어떤 평가기준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게 베스트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실험이 진행된 지난해 9월에는 타사의 경우 이미 제품이 나온지 한참 지나 가격이 떨어진 상태였고, 우리는 막 신제품이 출시돼 정상 가격으로 팔리다보니 동급의 제품으로 성능 비교가 되지 않은 점이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가장 나쁜 평가를 받은 '바닥틈새 청소성능'에 대해서는 "우리 제품의 경우 그 용도에 맞는 브러시가 있어 해당 브러시를 장착해 사용할 경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은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우선 '파워건'이 실험 시기에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적 불리함을 안았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파워건' 모델별 가격 차이는 단지 어떤 특수 브러시가 포함 되었느냐의 옵션 차이일 뿐 청소 능력을 결정하는 흡입력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어 '바닥틈새 청소성능'을 높이기 위해 해당 브러시를 장착하면 문제가 없다는 설명 역시 평소 기본 브러시만 장착하고 청소하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설득력이 약하다. 동시에 다른 회사의 제품들 역시 기본 브러시를 장착한 가운데 실험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조건은 동일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바닥틈새 청소성능'과 관련해서는 "'파워건'의 경우 별매품인 카펫(딥클린) 브러시(12만원)를 사용할 경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청소성능 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성능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당장 디자인 변경을 포함한 제품 리뉴얼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파워건'은 '코드제로 A9'과 비교해 무게가 0.3㎏ 무겁고 배터리 교체 비용이 10만원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무선 청소기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사용시간에서는 '파워건'이 최소모드에서 41분을 기록해 가장 길었던 반면 '코드제로 A9'은 30분으로 가장 짧았다.

문제는 이번 조사 결과가 올 봄 혼수가전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는 점이다.

혼수 가전의 경우 TV부터 냉장고, 세탁기, 에어콘까지 동일한 브랜드로 장만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역시 최근 신혼부부들의 필수 혼수품으로 자리매김 한 지 오래다. 다른 가전의 경우 성능에 있어 큰 차이가 없어진 만큼 '파워건'과 '코드제로 A9'의 선호에 따라 나머지 혼수 가전의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전 매장의 한 관계자는 "동일 브랜드로 가전을 구입할 경우 각종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판매 시스템에서, 특정 제품에 대한 선호는 브랜드를 선택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며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시장에서 LG전자 보다 청소 성능이 떨어진다는 조사는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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