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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만족경영 한다더니"… LG유플러스 콜센터 현장실습 여고생 사망 왜?
기사입력| 2017-03-10 08:53:58
LG유플러스의 고객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여고생이 투신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LG유플러스 측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모든 문제를 외주회사인 고객센터(콜센터)의 문제로 돌리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여고생은 고객센터 업무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LG유플러스가 평소 즐거운 직장을 만드는데 주력해 왔다는 점에서 비록 외주회사이긴 하지만 실습생의 자살은 LG유플러스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진상조사를 통해 개선할 점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LG유플러스의 해당 콜센터를 운영하는 LB휴넷은 LG그룹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특히 LB휴넷은 지난 2014년에도 직원 한 명이 노동 강도 등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적이 있어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9일 관련업계·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전주고객센터에서 근무하던 여고생 A양은 지난 1월 전주의 한 저수지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전북 시민·사회단체들은 '고객센터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주의 해당 이동통신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과도한 업무와 사측의 '실적 압박'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라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특성화고에 다니던 A양은 지난해 9월 8일부터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을 위해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일했다. A양은 인터넷이나 이동통신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일명 'SAVE'팀에서 근무했다. 해당 부서는 센터 내에서도 인격 모독을 가장 많이 당하는 부서로 A양은 회사로부터 고객 응대 실적을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A양이 근무한 지 한 달 가량이 지났을 무렵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라서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당시 A양은 당시 미성년자로 하루 8시간 근무를 초과할 수 없음에도 일명 '콜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퇴근이 늦어지는 일도 잦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LG유플러스의 경영 행태와 정반대의 모습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취임한 이후 고객만족에 앞서 직원 만족을 우선시 하는 경영을 강조해왔다. 직원만족이 경영실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이유였다. 권 부회장은 이를 위해 취임 직후 '즐거운 직장팀'을 만들었다. 즐거운 직장팀은 그동안 요일을 정해놓고 정시 퇴근을 제도화 시켰고, 명상실이나 헬스장을 업무시간에도 개방했다. 실적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기보다는 즐겁게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워 영업점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미스터리 쇼퍼'제도도 없앴다. 미스터리 쇼퍼는 회사나 회사가 고용한 외부업체 직원이 고객으로 위장해 매장을 방문해 물건 등을 구입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면서 고객 서비스를 잘하고 있는지 살피는 일을 말한다.
LG유플러스 측은 "고객센터의 경우 외주 회사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며 회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경계했다. 회사차원이 아닌 고객센터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외주 업체의 관리 감독 문제 등의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콜센터와 함께 진상조사를 통해 개선할 점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LG유플러스와 외주회사인 LB휴넷의 진상조사가 얼마나 공정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LB휴넷이 LG유플러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회사가 성장해왔고 비슷한 사고의 전례가 있었기 때문. LB휴넷은 구본완 대표 및 특수관계인들이 지분 100% 소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구본완 대표는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차남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LB휴넷은 2009년 설립이후 LG유플러스의 아낌없는 지원 아래 알짜기업으로 성장했다. LB휴넷 매출은 70% 이상이 LG유플러스에서 발생한다. 2010년 중반 LG의 쓰리콤(파워콤·데이콤·텔레콤)이 합병하며 LG유플러스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고객센터 사업 수주로 사업을 시작해 2013년 6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2015년 매출액은 933억원으로 늘었다. LG유플러스 대상 매출은 7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LB휴넷은 지난해 10월 LG CNS의 컨택센터 및 아웃소싱 사업을 도맡은 유세스파트너스를 인수, LG그룹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LB휴넷에서 A양처럼 직원이 목숨을 끊은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월 26일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A양의 사망과 관련해 밝힌 성명서에 따르면 2014년 10월에도 LB휴넷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감정노동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하며 '회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사고가 있었다. 해당 직원도 A양처럼 해지 방어부서에 근무했다.
당시 유서에는 고객센터가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퇴직하는 노동자의 인센티브를 착복하는 방식으로 거대한 이익을 챙기고, 영업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시키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후 LB휴넷의 노동 환경에는 별다른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양이 LB휴넷과 체결한 실제 근로계약서는 현장실습협약서에 비해 월 27만~45만원 가량 임금이 낮고 근로시간도 길었다. 즉, 근로계약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콜센터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경우 계약을 해지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오너 일가 회사라는 특수성이 반영됐을 것이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