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스타필드 하남부터 피코크까지…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유통 혁신' 아이콘으로 부상
기사입력| 2017-02-16 08:52:02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조명을 받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고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와 변화를 통해 이마트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창고형 할인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노브랜드' 상품은 '저성장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간편가정식 브랜드 '피코크'도 최근 4년간 매출이 5배 이상 증가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침체된 내수 시장을 공략해 유통업계를 선도해나가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선보인 복합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 하남'을 통해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트렌드까지 제시했다. 일각에선 쇼핑을 넘어 '스포츠몬스터' 등 여가·레저까지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스타필드 하남의 성공을 갖고 정 부회장을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조적 리더'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시 쓰는 이마트 신화, 트레이더스가 '한몫'
신세계는 2017년 한진그룹을 밀어 내고 국내 10대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유통업만 하는 기업이 국내 10대기업에 진입한 것은 신세계가 처음이다. 신세계의 성장은 이마트가 견인중이다. 지난해 1인 가구 증가와 극심한 내수 경기 침체로 대형마트 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음에도 이마트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5%가 증가한 3조674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은 전년대비 20% 증가한 129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대형마트의 시장성장률이 -2.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이마트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정 부회장의 '인문학 중심'의 경영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정 부회장은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인문학 경영자다. '왜 사는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며 유통업의 미래를 '사람'에서 찾아왔다. 최근 10년간 이마트가 유통업의 플랫폼을 바꾸고, 다양한 새 시도를 한 이유다.
대표적인 것은 이마트 트레이더스다. 창고형 할인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정 부회장이 국내 대형마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도한 유통채널 플랫폼 확대의 결과물로 사업 시작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성공 요소는 경쟁사인 미국계 코스트코와 달리 회원제로 운영하지 않아 연회비가 없는 점, 다양한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점 등이 꼽힌다. 편리한 접근성을 통해 기존 대형마트 고객을 유입하고 코스트코 고객의 발걸음을 돌렸다는 얘기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이 같은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지난해 오픈 7년 만에 매출 1조19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원가입이 필요 없는 열린 매장을 추구하는 트레이더스가 코스트코가 주도했던 창고형 할인마트 시장을 위협하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년 내 창고형 마트의 주도권이 이마트 트레이더스로 옮겨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정 부회장도 트레이더스 점포수를 2023년까지 최대 50개까지 확대, 이마트의 차세대 신 성장동력 중 하나로 만들어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피코크·노브랜드, 이마트만의 킬러 아이템으로 떠올라
이마트의 매출 신장은 트레이더스 뿐 아니라 이마트만의 색깔을 담은 제품 판매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확대한 것도 주요했다.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PL(Private Label) 제품과 가성비를 확대한 노브랜드(No Brand)제품은 '이마트만의 킬러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PL제품 활성화는 정 부회장이 많은 애착을 갖고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사업 중 하나다. 정 부회장은 PL제품이 질과 브랜드 가치가 뒤쳐졌다는 점을 착안, 프리미엄 PL상품으로 피코크를 만들었다. 피코크는 당초 신세계백화점의 의류 PL브랜드였지만 정 부회장에 의해 간편가정식 중심의 고급브랜드로 재탄생됐다. 정 부회장은 제품의 고급화를 강조하기 위해 내용물 뿐 아니라 제품 디자인 등을 직접 챙겼다. 특히 정 부회장은 외식 관련 컨설팅 사업을 하는 지인에게 다양한 측면에서의 조언을 구하는 등 피코크를 종합식품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냉동냉장 간편가정식 200여개로 시작한 피코크는 현재 음료, 과자 등 다양한 식품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성장해 1000개가 넘는 상품을 운영 중이다. 2013년 35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750억원으로 무려 5배 이상 성장했다. 이마트는 일산 이마트타운에 피코크 키친을 만드는 등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정 부회장도 지난해 5월 '성수동 이마트 본사 9층에 '피코크 비밀연구소'를 확장 신설하는 등 피코크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피코크 비밀연구소에는 피코크 상품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와 단체 회의실 공간, 염도·당도·산도 등 다양한 관능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품질 관리실을 갖추는 등 최초 아이디어 단계부터 최종 상품화까지 한 공간에서 원스톱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하나 정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마트의 노브랜드는 '상품의 본질'과 '가격'에 두어 상품의 핵심적인 기능만 갖추고 포장이나 마케팅 등 기타 비용을 최소화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노란색 단색 포장에 제품 사진과 이름, 간단한 설명만 포함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면서 상품의 신뢰도를 높였다. 노브랜드 감자칩, 노브랜드 물티슈, 노브랜드 버터쿠키 등 출시 직후 해당 카테고리에서 압도적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저성장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프리미엄 제품과 가성비 중심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만족도를 극대화 시킨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 스타필드 하남 통해 '창조적 리더십' 보여줘
이 뿐만 아니다.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복합쇼핑몰이자 쇼핑테마파크인 스타필드 하남을 오픈하며 새로운 유통트렌드를 만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매년 세계 유통 현장을 방문해 업계 동양을 살피며 자체 브랜드 개발과 사업 확장을 통해 글로벌 유통트렌드를 국내에 접목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매년 수차례 해외 유통현장을 찾아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는 경영스타일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자신의 경영스타일에 성공적으로 녹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부회장의 혁신성은 미국 쇼핑몰업체인 터브먼센터스社의 로버트 터브먼 회장이 잘 입증해주고 있다. 터브먼 회장은 지난해 9월 9일 스타필드 하남 그랜드오픈 기념식에서 "(혁신적인 콘텐츠를 갖춘) 스타필드 하남은 오로지 정용진 부회장의 발상 및 비전에 의해 만들어졌다"면서 "정 부회장은 콘텐츠를 고민하는 황제"라고 창조적 리더로서의 자질을 극찬한 바 있다.
이렇게 오픈한 스타필드 하남은 지난달 26일 누적방문 고객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 오픈한지 140일 만의 일이다. 일 평균 방문객수는 7만1000명가량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2600만명이 스타필드 하남에 방문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국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테마파크 도쿄 디즈니랜드보다 1000만명 이상 많다. 업계 일각에서 정 부회장을 스티브 잡스에 비유해 창조적 리더로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정 부회장의 쇼핑과 여가, 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형 스타필드 하남 관련 아이디어는 이명희 회장의 경영이념과 맥을 같이 한다. 이명희 회장은 기업은 사회와 함께 어우러져 돌아가야 한다며 신세계를 단순 유통기업으로 키우는 것보다 지친 도시인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명희 회장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부분 기업들과 달리 이마트에 과감한 투자에 나서며 '이마트 신화'를 만들어 냈다면 정 부회장은 침체된 대형마트 시장에서 제2의 이마트 신화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업계 안팎에선 정 부회장의 최근 경영자로서의 모습이 흡사 젊은 시절 이명희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